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
엄마와 딸의 자동차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386세대 여성들의 꿈과 좌절을 시적인 문체로 담아낸 김연의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가 개정판으로 다시 찾아왔다. 한때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80년대 학번의 30대 여성들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90년대가 도래하자 그들이 대학 시절에 품었던 이상이 퇴색되고 그들은 가부장적, 여성 차별적 현실을 감당하며 뚜렷한 삶의 지향점 없이 방황한다. 주인공 수민은 열정과 혈기로 들끓었던 과거를 추억하면서, 과거에 더는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일구려는 마음가짐으로 운전대를 잡아 딸 희민과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그가 고속도로를 질주한 끝에 마주한 강과 계곡, 숲과 산의 정경이 읽는 이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도 한때는 자작나무를 탔다』는 수민의 회상과 현실 인식이 교차하며, 불투명하지만 결코 절망스럽지는 않은 내일을 향해 굽이굽이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