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추억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첫 작품!
작품세계의 정점에서 운명처럼 다시 돌아보는 그해 여름 파리의 미스터리
“이건 나쁜 꿈이야. 그저 나쁜 꿈일 뿐이라고……”
잊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 모디아노 소설의 미덕으로 가득한 작품.
_로스앤젤레스 리뷰 오브 북스
『잠자는 추억들』은 201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파트릭 모디아노가 수상 이후 발표한 첫 작품이자, 청년기에 스치듯 만난 사람들과 그 시절의 바스러져가는 기억, 그리고 우연히 연루된 사망 사건을 되짚어가는 자전적 소설이다. 모디아노는 젊은 날의 추억들이 훗날 자신과 함께 영원히 묻혀버릴까봐 염려하듯 잠자는 추억들을 하나씩 흔들어 깨우고, 망각의 층을 뚫고 떠오른 새로운 이름들과 얼굴들에 숨을 불어넣으며, 한없이 불안하고 유약했던 젊은 날 파리 곳곳에서 만난 매혹적인 여인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을 전체 스물한 개의 짧은 장(章)으로 이루어진 소설 속에 섬세하게 기록해나간다. 작은 퍼즐조각처럼 흩어져 빈틈이 많은 기억을 그러모으고 머릿속에 뒤죽박죽으로 되살아나는 단편들을 꿰맞춰가면서 독자는 화자인 장 D.의 기억의 탐정이 되어 수수께끼 같은 과거를 추적하고 완성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모디아노는 언론 인터뷰도 거절하며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드물었고, 한동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리고 수상 삼 년 만인 2017년, 가장 모디아노다운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는 『잠자는 추억들』을 발표했다. 작가에게 최고의 영예인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세계의 정점에 선 그가 꽤 길었던 침묵을 깨고 또다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모디아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강렬하고 결정적인 순간으로 되돌아간다. 그리고 수십 년이 흘러도 떨칠 수 없는, 운명처럼 돌아보게 되는 뤼도 F.라는 남자의 미스터리한 사망과 탈주의 기억을 마침내 마주한다.
나는 마침내 그녀에게 혹시 그 안에 뤼도 F.의 시신을 넣은 건 아닌지 물었다. 그녀는 그저 태연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 농담을 그다지 좋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 않았다. 농담이라고? 가끔씩 나는 꿈속에서, 그리고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에도, 지금은 다 아물었지만 겨울철이나 비 오는 날이면 옛 흉터가 욱신거리듯이 내 오른손에 그 트렁크의 무게감이 생생하다. 오래된 회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