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만약 내가 정신과 의사라면, 극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리는 환자가 내게 온다면, 먹어도 맛도 없는 하얀 알약 대신에 성석제의 책을 권해줄 생각이다.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상들은 그의 손을 거쳐서 '번쩍'하는 섬광과 함께 배꼽을 쥐어뜯는 웃음 폭탄으로 변한다. 이 책,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에는 다양한 사건들과 엉뚱한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눈씻고' 보지 않아도 그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길거리에서 숱하게 만날 수 있는 이들이다(불법 사냥꾼, 동네 이장들, 자기 일은 뒷전인 채 남 일에 참견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문제는 시선이다. 우리는, 그의 손에서 여러 방법으로 조리되는 사건과 사람들을 보며, 때로는 웃고 때로는 아파오는 가슴을 진정시켜야 한다(그러니까 '작가'라는 말을 듣는 거겠지).이야기들은 형식상으로는 '엽편소설'이라는 장르에 속해있지만, 굉장히 웃긴 짧은 수필 정도로 보아도 된다. 새해에 짜놓았던 계획들이 어그러지고, 피곤하고 짜증나는 일상이 그 자리를 채웠다면, 아니 그냥 팝콘을 먹는 것처럼 아무 생각없이 웃음 짓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