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행복한 그림자의 춤

행복한 그림자의 춤

저자
앨리스 먼로
출판사
문학에디션뿔
출판일
2013-11-06
등록일
2014-10-15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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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먼로는 하나의 단편에 세계 전체를 담아낸다!”



<맨 부커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 헨리 상> 수상

캐나다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 2회 수상 작가,

북미 최고 작가, 앨리스 먼로가 선사하는 삶의 기쁨과 슬픔



“널 보러 또 올게, 기억해, 사랑해…”

이런 말들을 나는 하지 못했다.




“앨리스 먼로는 단편소설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의 장편소설 작가들이 평생을 공들여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와 정밀성을 매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무엇인가를 반드시 깨닫게 된다.”

― 2009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선정 경위 중에서



ㆍ앨리스 먼로는 단편소설의 정수를 보여 주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이다.《뉴욕타임스》

ㆍ더 이상 말할 필요 없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전문 작가 앨리스 먼로.《가디언》

ㆍ먼로는 하나의 단편에 세계 전체를 담아내면서 우리를 끊임없이 경탄하게 한다.《시카고트리뷴》

ㆍ캐나다 <총독문학상>의 유일한 3회 수상 작가 앨리스 먼로. 인간에 대한 진실을 일깨우며 독자를 놀라게 하는 그녀의 경이로운 재능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다.《로스앤젤레스타임스》

ㆍ인간의 감각과 생각의 흐름을 잡아내어 분석하는 앨리스 먼로 특유의 힘은 프루스트에 비견할 만하다.《뉴스테이츠먼》





북미 최고 작가 ‘앨리스 먼로’ 대표 소설집

열다섯 가지 이야기로 아름답고 정교하게 태피스트리




2009년 <맨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세계적인 작가, 앨리스 먼로의 소설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문학에디션 뿔에서 출간되었다. 앨리스 먼로는 캐나다 <총독문학상> 3회, <길러 상>을 2회 수상하며 마거릿 애트우드, 얀 마텔 등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세계 문단의 작가들이 다투어 존경을 표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먼로는 장편소설 『소녀와 여성의 삶』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열두 권의 단편집을 출간했는데, 1968년 출간된 『행복한 그림자의 춤(Dance of the Happy Shades)』은 캐나다 <총독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의 화려한 찬사를 받은 앨리스 먼로의 첫 소설집이다. 표제작 「행복한 그림자의 춤」을 포함하여 「작업실」, 「나비의 나날」,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태워줘서 고마워」, 「일요일 오후」, 「어떤 바닷가 여행」 등 총 열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하나의 단편 안에 삶 전체를 재현해 온 앨리스 먼로는 우리 시대의 ‘체호프’에 비견되곤 한다. 평생 단편 창작에 몰두해 온 그녀는 각각의 짧은 이야기 속에 삶의 복잡한 무늬들을 섬세한 관찰력과 탁월한 구성으로 아름답게 그려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조너선 프랜챈(미국 소설가, 전미도서상 수상 작가)은, “먼로는 삶에서 마주치는 직관의 순간들을 풀어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지녔다.”라고 했을 정도이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우리들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요란한 수사와 복잡한 기교 없이 삶 전체를 껴안으며 작가 특유의 감미롭고도 강렬한 문장으로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먼로는 단편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명되고 있기도 하다.





세심한 관찰을 통해 촘촘하게 묘사한 우리 주변 사람들의 삶 이야기



「작업실」은 어느 날 불현듯이 작업실을 얻어야겠다고 가족에게 공표한 여성(아내이자 엄마인)이 주인공이다. 쾌적하고 널찍하고 바다가 훤히 보이는 전망 좋은 집을 놔두고 “구태여” 작업실을 얻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 길만이 자신의 현재 삶을 해결할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족의 품 안에서 보호를 받았으되 숱한 시간을 시달렸고 그들과 정을 나눴으되 줄곧 얽매어 살았음을 자각한 여성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숨 쉬고 사유할 사적인 공간인 것이다. 아직은 습작을 하는 단계이지만 그녀는 집에서 해방되어 가족들에게는 “먹혀들지 않는” ‘작가’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싶을 뿐이다. 그녀는 타자기와 노란 머그잔 하나를 들고 빈 사무실을 구하지만 건물주는 그녀의 공간을 침해하고 위협하며 그녀를 혼자 있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혼자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작업실을 구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소한 “그 남자를 지워 없애는 것은 내 권리”라고 그녀는 스스로 위로한다.



여자에게 집이란 남자와 같은 곳이 아니다. 여자는 누구들처럼 집에 들어와서 이용하고 마음대로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곧 집이다. 떼려야 뗄 수 없다. (중략) 밍크코트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바랐다면 오히려 쉽사리 뜻을 이루었을 터였다. 모름지기 여자라면 그런 것들을 얻으려 한다고 믿으니까. 내 계획을 알고 나서 아이들은 내가 세상에서 둘도 없이 허무맹랑한 일에 덤벼들기라도 한 것처럼 콧방귀를 뀌었다.(pp. 13~14)



「휘황찬란한 집」은 우람한 나무들과 풍성한 숲을 밀어내고 조성한 신도시의 새 주택단지를 무대로 그곳에 입주하여 집값이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며 50년 가까이 가축을 치고 달걀을 파는 노파를 몰아내려고 한목소리를 내는 지역주민들의 모습을 그렸다.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한다는 명목으로 의기투합하는 그들과 맞서 잘못된 방식이라고 여긴 한 여성은 노파를 두둔해 보려 하지만 결국 힘없이 물러설 뿐이다. 노파를 쫓아내려는 서명에 동참하지 않고 그 무리들에 맞설 길은 분하고 정나미 떨어지는 마음을 억누른 채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는 방법밖에 없다.



낮에는 그토록 위풍당당하던 정원마을도 밤이 되니 개발되지 않은 깜깜한 산속으로 뒤꽁무니를 빼는 것 같았다. (중략) 그들은 승자이고 선량한 사람들이다. 자식을 위해 집을 마련하려 하고, 어려울 때면 서로 돕고, 지역사회의 발전을 꾀한다. 마치 그 지역사회 안에서 아주 균형을 잘 맞출 수 있는 현대식 마술을 찾았으니 한 치의 실수도 없을 것처럼 운운하면서. 지금 당장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두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 넣고 정나미 떨어진 마음을 억누르는 수밖에. (pp. 107~108)





첫사랑의 두근거림, 성장기 소녀들 특유의 예민한 감성의 시각으로 수놓은 순수한 세계



두 소녀 사이의 아릿한 예감을 그려놓은 한 편의 동화 같은「나비의 나날」. 어느 겨울날 아침 너무 일찍 등교해 버린 헬렌은 앞서 가는 마이라에게 큰맘 먹고 말을 건넨다. 학교에 와서도 항상 오줌싸개 남동생을 돌보는 마이라는 왠지 모르게 반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소녀이다. 헬렌이 평상시에는 말도 안 해본 마이라에게 과자를 권하며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 것은 마이라가 자신을 동경하고 있을 거라는 치기 어린 마음 때문이고 주위에 지켜보는 아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함께 나눠 먹던 과자 상자 안에서 나비 브로치가 상품으로 나오자 헬렌은 마이라에게 선뜻 선물로 준다. 헬렌이 막상 그 브로치를 자신의 예쁜 원피스에 꽂고 오겠다며 기뻐하자, 헬렌은 마이라가 나비 브로치를 꽂지 않기를, 아이들 앞에서 자신이 주었다고 얘기하지 않기를, 헬렌이 자신과 친구가 된 것처럼 말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 후 결석하기 시작한 마이라가 병으로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퍼지고, 담임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반 아이들 몇몇과 함께 문병을 간 헬렌은 자신과 깊은 우정을 나누기라도 하는 듯이 자신에게 특별한 미소와 약속을 속삭이는 마이라가 불편하다. 헬렌은 거짓말을 둘러대고 어떻게 빠져나와야 좋을지 몰라 난감해한다.



일말의 죄책감으로 갖다 바친 그 모든 것들이 순수를 잃었다. 이제는 위험을 무릅쓸 각오를 하지 않고는 만져서도, 맞바꾸어서도, 받아들여서도 안 되는 물건들이 돼버린 것이다. (중략) 줘버리겠다고, 절대로 갖고 놀지 않을 거라고, 나는 속다짐했다. 남동생에게 낱낱이 해체해 버리게 할 작정이었다. (p. 54)



붉은 벨벳 옷감으로 엄마가 만들어준 드레스를 차려입고 중등학교 크리스마스 댄스파티에 간 로니의 이야기 「붉은 드레스―1946」. 댄스파티에 가지 못할 일이 생겼으면 바랄 정도로 로니는 중등학교 수업에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있는 소녀이다. 댄스파티 날, 계속 플로어로 짝을 지어 나가는 다른 여자애들과 달리 심드렁한 얼굴빛으로 춤을 권한 남자아이와 딱 한 번 춤을 추고는 내내 혼자 벽 쪽에 서 있게 된 로니는 혼자 화장실에 틀어박힌다. 화장실에서 우연히 만난 선배 언니는 남자애들과 시시덕거리고 삶의 유일한 목적인 것처럼 남자애들에게 간택되길 바라느니 핫 초콜릿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로니는 선배 언니처럼 이제는 자신의 “길”을 갈 거라며 파티장을 떠나려 하는 찰나, 로니의 앞길을 막고 댄스 파트너가 되어달라는 남자애와 마주 선다. 그리고 어느 새 플로어 한가운데에서 “본의 아니게” 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선배 언니와 핫 초콜릿을 마시러 가는 길이었다고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런 말도 못했다. 내 얼굴은 분명 미묘하게 적응하고 있었다. 선택되어 춤을 추는 여자애들의 심각하고 멍한 표정이 내 얼굴에 저절로 나타났다. (중략) 자신이 내 구원자라는 사실도, 메리 포춘의 영토에서 평범한 세상으로 나를 끌어내 준 사람이라는 것도 영영 모른 채. (중략) 보풀이 일고 빛바랜 페이즐리 무늬의 실내복을 입고 애써 졸음을 참으며 기대감에 부푼 얼굴로 주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를 보는 순간, 내게 이상야릇하고 지긋지긋한 의무가 있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깨닫는다. 하마터면 그 행복을 놓칠 뻔했다는 것도, 언제고 엄마가 알려고 하지 않는 때가 되면 쉽사리 놓치리라는 것도. (pp. 290~292)





평범한 하루, 삶 속에 갑자기 찾아든 아릿한 작별의 순간과 작은 기적



「어떤 바닷가 여행」은 평온한 삶에 갑자기 들이닥친 죽음의 순간을 애틋하게 그린 단편이다. 일흔여덟의 할머니와 손녀딸 메이는 집 세 채와 가게 하나가 달랑 있는 고속도로 주변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메이에게 놀 곳이라고는 오래된 공동묘지뿐이다. 할머니는 늘 느긋하고 이모는 시내에 나가 살자고 하고, 메이는 할머니가 자신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투덜대던 어느 평범한 날, 할머니가 메이에게 가게를 팔고 20년이 지나도록 본 적 없는 아들을 보러 가자고 한다. 기차를 타고 가는 동안 바닷가 여행을 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하는 할머니에게 메이는 할머니 연세 때문에 여행은 무리라고 대답하면서도 바닷가를 떠올리며 좋아한다. 그리고 조금 후 언제나 바깥세상과 겨루며 남한테 져본 적이 없던 할머니가 잠들 듯 조용히 쓰러진다.



메이는 눈앞에 바닷가가 보이는 듯했다. 더 길고 훨씬 반짝거릴 뿐 호숫가와 다를 바 없는 길게 굽은 모래밭이 또렷이 떠올랐다. 바닷가라는 말만으로도 시원해지고 기쁨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메이는 믿기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도 없었다. 지금까지 사는 동안 할머니가 언제 그런 근사한 약속을 해본 적이 있었던가 (p. 332)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집에서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마살레스 선생님이 정기적으로 주최하는 파티의 하루를 담았다. 선생님이 한 번도 연주회라고 부른 적이 없는 그 파티는 피아노 교습반의 학생들과 학부모를 초대하여 학생들의 피아노 연주를 감상하는 정기적인 연주회다. 아이들의 어머니들도 마살레스 할머니에게 피아노를 배웠을 만큼 파티는 여느 날과 조금도 다름없이 진행된다. 모든 게 너무나 똑같아서 엄마들이나 아이들에게 조금은 성가시고 특별할 거 없이 의례적으로 느껴지는 그날 파티에 모두가 예기치 않았던 손님들이 참석한다. 꿋꿋하게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실천하며 피아노를 가르치며 살아온,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버린 마살레스 선생님의 또 다른 학생들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어딘가 묘한 표정을 짓거나 유난히 천진난만한가 하면 눈이 한쪽으로 쏠린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자 “기적을 믿는 사람은 정말로 기적이 일어날 때 법석을 떨지 않는” 것처럼 그 자리에서 아무 편견 없이 오로지 순수한 열정과 마음으로 미소를 지은 채 그들의 연주를 감상하는 건 마살레스 선생님뿐이다.



마살레스 선생님의 파티에서는 연주에 귀를 기울이는 데 길들여진 우리지만, 그렇다고 음악을 감상하는 아이가 하나라도 있겠지 기대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귀 기울이라는 요구도 거의 없이, 심지어 우리를 그다지 놀래지고 않고 음악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든다. 그 여자애가 연주하는 곳은 귀에 설다. 가냘프고 간드러지고 유쾌한 그 곡은 크나큰 무념무상의 행복을 누릴 자유를 퍼뜨린다. (중략) 너나없이 모두 조용하다. 반발하는 기색이 뚜렷한 얼굴로 앉아 있던 엄마들은, 마치 자신들이 잊은 줄도 모른 채 까맣게 잊고 있었던 무언가가 되살아나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 열망이 우러나온다. (pp. 396~397)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우리들 내면의 진짜 이야기



이처럼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캐나다 온타리오 지방의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평범한 삶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온타리오 고딕’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을 정도로 작품 대부분의 무대를 자신의 고향인 온타리오 주의 마을을 중심으로 삼아왔다. 또한 앨리스 먼로의 단편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 특히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여자들을 화자로 삼는다. 소설 속 여자들의 삶은 평범하지만 결코 단순하지만은 않다. 일정한 삶의 궤도 안에서 잔잔한 물길을 따라 흐르는 듯한 시간 속에 문득 슬픔을 느끼거나 사랑을 만나고, 때론 절망하다가도 기쁨을 찾아낸다.

사회의 규범을 따르며 삶을 살다가 어느 날 문득 현재의 삶에 대해 고민을 하고 일탈을 꿈꾸곤 해도 세상에 대한 위험스럽고 격렬한 전복이 뒤따르진 않는 것이다. 대개 쓰린 실패와 끝없는 갈증이 남겨지긴 하더라도, 그래서 눈을 떠보면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왔을지라도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건 과거보다 희망적인 미래와 오늘의 행복을 스스로 찾아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사랑의 풍경도 비슷하다. 요란하거나 화려한 묘사 대신에 스쳐 지나간 손길 속에, 전하지 못한 마음 사이에, 작가가 써 내려간 행간 사이사이에 사랑의 여러 빛깔이 희붐하게 풍겨 나오기 시작한다.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첨예한 현실의 문제들을 마주하여 복잡한 기교 없이도 실오라기 하나가 풀려나듯 자연스럽게 해결해 나가는 작가의 필력은, 정교한 보석 세공사의 작업을 연상시킨다. 여성의 섬세한 자의식과 내면의 풍경을 담담하게 수놓듯 보여 주는 앨리스 먼로의 작품은 어디 한군데 모나지 않다. 그래서 더욱 평범한 이야기일수록 마치 우리들의 이야기를 작가가 그대로 투영한 듯해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고, 잔잔하지만 강렬한 여운을 주는 것이 아닐까.



“작품을 쓸 때 특정한 형식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할 뿐이지요. 그것도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풀어쓰는 구닥다리 방식으로요. 그러나 저는 ‘일어난 일’을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우회로를 거쳐,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독자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방식’에 놀라움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단편소설이 거둘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입니다.”

― 작가 인터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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