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중앙역

중앙역

저자
김혜진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출판일
2014-05-22
등록일
2015-01-27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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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1억원 고료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

당신이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은 무엇입니까?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 노래>라는 시에 마음을 빼앗겨 본 적이 있는가?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이 선택한 《중앙역》은 그보다 더 극한 상황에서의 사랑을 노래한다. 시의 제목을 빌려서 말하자면 “거리의 사랑 노래”쯤이 될 것이다. 이순원, 김별아, 전성태, 윤성희, 김태용, 강유정, 송종원 심사위원은 “문장의 기품과 공들인 서사의 여백, 그리고 인간과 사물에 대한 작가의 따스한 시선이 작품에 아름다운 기운을 감돌게 했다”며 오랜만에 탄생한 묵직한 감동의 사랑 이야기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중앙역》은 갓 거리의 삶으로 편입된 한 젊은 남자의 관찰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감각덩어리이자 감정덩어리이다. 거리의 공기, 거리의 소음, 거리의 냄새, 거리의 풍경을 온몸으로 감각하며, 행복, 분노, 슬픔, 서운함, 수치심, 모멸감 등 많은 감정을 느낀다. 이런 예민함은 거리의 삶에 어울리는 옷이 아니지만 그의 심장은 누구보다 펄떡이고, 그의 피는 누구보다 뜨겁다.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그는 매일 하루를 보내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젊음조차 그에겐 어서 소진해야 할 무엇이다. 그런 절망의 시간 속에 살고 있는 그에게 늙고 병든 여자가 다가온다. 그들에게 허락된 개인적인 공간 따위가 있을 리 없다. 미래나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도 끝까지 버릴 수 없는 마지막 자존심이 있다.

기발한 소재나 독특한 문체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묵직한 감동이 여기에 있다. 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절대 떠나고 싶지 않은 압도적인 아름다움 속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중앙장편문학상으로 다시 한 번 증명된

한국 문학의 차기 대표주자




《취향입니다 존중해주시죠》 《나의 토익 만점 수기》 등 동시대가 가장 필요로 하는 소설을 선보이며 한국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중앙장편문학상. 올해로 5회째를 맞이하는 중앙장편문학상이 이번에 자신 있게 내놓은 작품은 묵직한 감동의 사랑 이야기이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중앙역》은 “‘쿨함’이라는 정서와 ‘냉소’를 머금은 문장이 여전히 태반을 차지하는 우리 문단에 ‘따스함’과 미세한 ‘희망의 기미’를 발산하는 문장들이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기대된다”며 심사위원들(이순원, 김별아, 전성태, 윤성희, 김태용, 강유정, 송종원)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수상자인 김혜진 작가는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등단작 하나만으로 이미 문단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한국문학의 차기 대표주자이다. 같은 해 그는 대산창작기금을 받으며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고, 자신의 첫 장편소설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하며 그에 대한 기대가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문학평론가 강유정은 “김혜진은 희망은커녕 절망조차 불가능한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그 더러움 안에 빛나는 인간을 부여잡는다”며 이 소설이 지니는 감동의 지점을 발견했다. 무엇보다 이 소설은 탄탄하고 기품 있는 문장에서 비롯되는 비극적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감각하고 느끼는 모든 것이 정확한 언어를 통해 독자들에게 생생히 전달된다. 심사위원들의 극찬처럼 “현재형의 직선 문장들이 벼랑이 되었다가 평지가 되는 문체의 힘은 오랫동안 우리 문학의 자산이 될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현재형 리얼리즘

결국 중요한 것은 바로 여기, 이곳




《중앙역》은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 낭비는 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모든 문장은 현재형이고, 모든 관심은 오직 현재에만 있다. 독자는 이 젊은 청년이 왜 거리의 삶으로 쫓겨났는지, 왜 이 역으로 흘러들어 왔는지, 그 전에는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가족이나 친구 따위는 없는지 등 그의 과거와 관련한 정보는 하나도 알지 못한다. 숨겨진 사연과 트라우마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반적인 서사원칙이 이 소설에선 완전히 자취를 감추는 것이다.

현재에 몰입하는 형식을 통해 이 소설은 감각과 감정을 극도로 발달시킨다. 현재만 살고 있는 주인공에게 자신의 신체에 도달하는 감각이나 감정보다 중요한 건 없다. 우리는 그의 신체를 통해 거리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거리에서 사랑을 한다는 것에 대해 생생하게 감각할 수 있게 된다. 주인공인 ‘나’는 이 소설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대해 적절한 해설을 하거나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지적인 서술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자신의 감각과 감정을 통해 얻게 되는 최소한의 깨달음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아포리즘을 꿈꾸는 어떤 해설자의 문장보다 강렬하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도 바로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 소설의 현재형 리얼리즘은 그리스 비극을 연상시키는 비장미 또한 발생시킨다. ‘나’는 언제나 현재 감정과 감각에 근거해 바로 여기,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그럼에도 상황은 점점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마는 것이다. 영웅이나 왕 등의 탁월한 인물이 아닌, 이미 몰락한 사람의 몰락도 충분히 아름다운 비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그의 병든 연인은 이렇게 말한다. “이게 젤 밑바닥인 거 같지? 아냐. 바닥 같은 건 없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또 바닥으로 떨어져 버려.”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집요한 탐구

절망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이 소설은 시간과 공간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한다. 정확한 시간과 목적지를 가리키는 역사 안 열차시간표와는 달리, 역사 바깥의 시간과 공간은 조금도 정리되어 있지 못하다. 그에게 “시간은 한 방울씩 아주 느리게 떨어지는 물방울 같다.” 누군가 그의 “시간을 단단히 매어둔 게 틀림없”기에 그는 “종일 보이지 않는 시간과 싸우고” 있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시간의 흐름이 달라진다. 그녀가 곁에 있는 밤과 그녀가 사라진 낮은 아주 다르게 흐른다. 이 소설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의 흐름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다. ‘나’는 시시때때로 시간을 응시하고, 또 시간과 전투하고 화해한다.

‘나’를 비롯한 거리의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 중에는 쪽방에서 하룻밤을 자더니 “이렇게 넓은 데서 자다가 그 좁은 데서 어찌 자나?”라며 다시 거리로 나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을 때 얘기다. 연인들에게 필요한 건 넓은 광장이 아니라 밀폐된 동굴이다. ‘나’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자 그런 개인적인 공간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공원의 후미진 곳이나 마트 주차장, 그리고 굴다리 아래에서 밤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는 “어디에도 서로에게 몰입할 수 있는 장소 같은 건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시간의 소진과 공간의 확보를 위한 한 남자의 투쟁기로 읽을 수 있다. 역 앞 구름다리에서 시작된 그의 거리 생활은 광장과 지하도를 거쳐 철거촌과 쪽방으로 이동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고, 그것이 결국 그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절망 속에서 피어난 사랑은 구원일까, 파멸일까? 시간과 공간을 집요하게 탐구하는 이 사랑 앞에서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





줄거리



젊은 남자가 역 앞 광장에 들어선다. 거리의 생활에 갓 편입된 그에게 노숙은 불편하다. 그가 하는 일은 흘러가지 않는 시간과 사투를 벌이는 일뿐이다. 그는 자신의 젊음이 버겁다. 그런 그에게 늙고 병든 여자가 다가온다. 그녀는 쥐가 무섭고 거리가 춥다면서 그의 품에 안겨 잠들지만, 밤새 그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캐리어를 훔쳐 달아난다. 그는 분노하여 가방을 찾느라 난리지만, 사실 그가 그리워하는 건 여자의 살결이다. 며칠 후 그는 여자를 발견하고, 가방을 내놓으라며 그녀를 다그치는데……. 자신에 대해, 서로에 대해 말하지도 물어보지도 않는 이들. 필요한 것도 원하는 것도 없는 이들. 밤에는 애인이었다가 낮에는 아무것도 아닌 이들은 어디로 흘러가게 될까.





심사평



침묵과 여백으로 이어진 문장 사이에서 생에 대한 실감들이 떠오른다. 숨찬 대목이 없는데도 멈춰 서서 망연해진다. 과거도 추억도 없이, 심지어 미래도 없이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 이런 사랑이 가능한가? 불모지에 발가벗은 남녀를 풀어놓고 작가마저 망연히 그 여로를 쫓는 것은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이다. 현재형의 직선 문장들이 벼랑이 되었다가 평지가 되는 문체의 힘은 오랫동안 우리 문학의 자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은 이 둔중한 감동의 끝에 각자의 마음 속 중앙역에 이런 문장 하나를 갖게 될 것이다. “사랑은 현재형으로만 기억한다.”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 심사위원

/ 이순원, 김별아, 전성태, 윤성희, 김태용, 강유정, 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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