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
세인트앤드루스대학교 인간지각연구소 20년 얼굴 대탐구
나도 몰랐던 매력을 찾아줄 ‘얼굴의 과학’
TED 강연에서 오른쪽 머리만 빨간색으로 물들이고 형광색 바지를 입고 출연해 수많은 대중을 사로잡은 영국 최고의 괴짜 심리학자가 있다. 그 화제의 주인공 데이비드 페렛 교수(David Perrett)가 드디어 ‘얼굴이 가진 매력의 비밀’을 밝혀낸 책 《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In Your Face)》를 선보인다. 항상 기발한 얼굴 실험으로 전세계 과학자들과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얼굴 지각과 아름다움의 분야에서 선구적인 연구를 진행해왔는데, 이번 책이 20년 동안의 놀라운 결과물이다.
이 책은 “왜 우리는 특정 얼굴에 유독 끌리는가?”라는 의문에 대해 흥미진진한 연구결과를 제시한다. 누구나 거울을 보면서 “나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좀 더 매력적으로 되고 싶다는 욕망을 품고 산다. 또한 한눈에 반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도대체 왜 그 얼굴에 끌리는지’도 모른 채 가슴이 뛰기도 한다. 영국 인간지각연구소는 수천 명의 사람들을 설문조사하고 수백 명의 얼굴 사진을 분석하거나 합성한 연구를 통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매력의 조건’을 발견했다. 인간의 얼굴은 인종이나 성별, 나이와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편적으로 ‘매력도’가 높은 얼굴이 존재하며 그 특징은 생물학, 신경과학, 진화심리학 등을 통해 검증된다.
우리는 페렛 교수가 밝혀놓은 매력적인 얼굴의 특징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 우리 얼굴에 어떤 매력이 숨어 있는지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심리학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괴짜 심리학자의 기발한 얼굴 실험
“당신은 어떤 얼굴이 매력적인가?”
“섹시한 사람과 가정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있다. 누가 더 매력적인가?”, “여성성이나 남성성이 돋보이는 사람은 어떤가?”, “이마가 넓고 눈이 큰 사람은 코가 작고 턱도 조그만 사람보다 매력적인가?”
이런 질문에 정답은 없다. 사람마다 얼굴에서 느끼는 매력은 다르다. 때로는 지극히 개인적이어서 한 얼굴에 대한 강렬한 열망으로 변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누구에게나 매력적으로 보이는 ‘얼굴’이 있다. 이를 토대로 매력과 아름다움도 객관화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고 보편적인 지표로 보여줄 수 있다. 영국 인간지각연구소를 이끌며 20년 넘게 ‘얼굴’만을 연구해온 데이비드 페렛 교수는《끌리는 얼굴은 무엇이 다른가》에서 그동안 과학의 뒤편에 숨어 있던 ‘얼굴 속 매력의 비밀’을 파헤친다.
당신이 매력적으로 보이려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첫인상이다. 프린스턴대학교 연구결과를 보면 사람을 처음 보고 매력적인지, 호감이 가는지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0.1초도 되지 않는다. 첫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당연하게도 첫 번째는 사람의 얼굴이다. 어떤 사람을 ‘바라보는’ 행위는 그 사람의 얼굴을 볼 때 비로소 성립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얼굴이 매력적인 사람은 첫인상부터 좋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얼굴을 다른 사람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얻고 싶다면 매력적인 얼굴의 조건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얼굴에서 느끼는 매력은 주관적이다. 저마다 자라온 환경과 경험 그리고 자신의 외모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영화배우나 모델을 보면서 느끼는 것처럼, 대다수의 사람들이 특별히 매력적이라고 평가하는 얼굴이 있다. 얼굴에 대한 인간지각연구는 매력을 객관적으로 탐구하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대칭성, 비율, 표정, 여성성이나 남성성, 젊음, 피부색이나 피부결 등의 특성을 찾아내고 각각의 경우에 영향을 주는 유전, 건강, 호르몬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매력도의 변화를 측정했다.
나는 왜 그 사람에게 반했을까?
인간지각연구소가 아기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사람 얼굴 형태’에 끌리는 본능이 있었다. 심지어 아기들은 어떤 얼굴이 매력적인지 아닌지도 구분했다. 그렇다면 성인들은 어떤 얼굴에 본능적으로 끌릴까? 당연히 매력적인 이성의 얼굴이다. 이른바 ‘이상형’을 꿈꾸는 사람들은 많지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우리가 이성에게 느끼는 매력은 여러 요소의 개입에 의해 달라진다.
자신과 닮은 사람을 좋아하거나 부모의 모습을 각인하고, 냄새로 상대의 면역체계를 파악하거나 부모의 나이와 친구들의 취향 그리고 성경험의 정도에도 영향을 받는다.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도파민, 옥시토신, 바소프레신 등의 호르몬은 더 중대한 영향을 끼쳐 일종의 ‘사랑 호르몬’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스웨덴 부부 5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바소프레신 유전자를 정상보다 긴 두 쌍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부생활에서 심각한 위기를 겪거나 두 번 이상 결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남성에 비해 여성의 경우는 성 호르몬에 영향을 받는 편이어서, 때로는 강인한 남자의 모습에 끌리다가도 어떤 날은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에게 끌리기도 한다.
얼굴만 봐도 상대를 꿰뚫어볼 수 있을까?
누군가의 성향에 단서를 주는 정보들은 널려 있다. 일례로 침실을 둘러보자. 얼마나 깔끔한지,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등은 그 사람의 성격을 상당 부분 설명해준다.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 피부 색깔 등도 그 사람을 말해주는 단서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얼굴’만 보고도 상대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을까? 놀랍게도 대답은 “명백하게 그렇다”이다.
오래전부터 동서양의 사람들은 ‘관상’을 통해 상대를 파악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아름다움이나 매력이라는 주제를 과학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조차 금기시돼왔고 관상도 비과학적이라고 치부됐다. 저자는 이런 여러 금기에 도전해서 과학적 성과를 거뒀다. 최소한 몇몇 성격은 얼굴에 반영된다. 실험자들은 누군가의 얼굴만 보고도 어느 정도 정확하게 얼굴에 드러난 성격을 탐지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성생활 취향도 얼굴에 나타났는데, ‘사랑에 충실한 사람’과 짧은 만남에서 성관계를 즐기는 ‘얽매이지 않는 사람’의 유형도 찾을 수 있었다.
왜 그토록 숨막히게 매력적일까?
저자는 인간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지, 어떻게 다른 사람이 우리에게 느끼는 매력이 점점 커지는지, 어떻게 매력이 사랑으로 변하는지 설명한다.
아름다움과 매력은 다르다. 이 두 단어는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뚜렷하게 구분하고 있다. 그러나 반드시 아름답지 않아도 매력적일 수 있다. ‘매력’은 다가가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 누군가에 대한 개인의 욕망을 반영한다. 그저 ‘평범한’ 사람도 순수한 개인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호감 있는 사람일 수 있다. 만약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이라면 그 얼굴이 그토록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다. 외모가 더 아름답다고 사랑을 느끼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야 말로 최고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동안, 우리는 생긴 대로 살게 될까?
슬프게도 인간은 태어난 이후로 계속해서 매력이 감소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늙어 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기 같은 얼굴은 다른 얼굴보다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기 얼굴의 귀여움은 ‘커다란 이마’, ‘큰 눈’, ‘조그만 코’, ‘작은 턱’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으며 이는 다른 이들로부터 보호본능을 불러일으킨다. 특출나게 매력적인 아기는 더 많은 보살핌과 배려를 받는다. 강한 신뢰와 사회적 관심 덕분에 더욱 긍정적으로 자랄 가능성이 크고, 남을 더 잘 배려하고, 더욱 사교적이고, 더 적극적인 역량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다. 어른들의 호의가 아기에게 바람직한 태도를 길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반드시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외모가 성숙한 아이들에게는 부모나 교사들이 더 많은 기대를 품고 있으며 아이들의 능력에 대한 기대와 믿음은 교육의 성공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내 얼굴은 몇 살로 보일까?
나이가 들면 머리색이 변하고 머리숱이 줄어든다. 피부는 창백해지면서 회색으로 변하고 탄성이 떨어져 아래로 축 늘어진다. 귀와 코는 평생 성장하기 때문에 더 커지고 길어진다. 마치 동화나 만화에 등장하는 늙은 마녀나 마법사처럼 될 것이다.
우리는 얼굴에서 눈, 입, 뺨, 머리 등 특정 부위를 보고 나이를 판단할 수 있다. 저자의 연구에서 밝혀낸 일반적인 규칙은 사람의 나이를 판단할 때에는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부분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의 얼굴은 모든 요소가 젊다. 사람들은 가장 나이 들어 보이는 부분에 집중해서 나머지 젊어 보이는 부분들은 무시한다. 결국 어느 한 부분이라도 나머지보다 나이 들어 보인다면 그 부분이 겉으로 보이는 나이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