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빌려드립니다
우리 가족을 소개합니다~!
명문대 출신의 십 년차 백수 아빠 태만,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책임지고 있는 엄마 지수,
그리고 상상력 가득한 엉뚱 소녀 아영!
쓸모없는 물건 취급당하는 아빠를
중고장터에 내놓으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이야기
우리 모두를 제자리로 돌려줄 대표 아빠 등장!
“정말 웃긴 게 뭔지 알아? 세상에 아빠 찾는 놈이 진짜 많다는 거야.
도대체 아빠들 다 어디로 간 거야?”
백수 아빠 태만, 사업 말아먹고 집에서 놀고먹는다. 미용사로 가장 노릇을 하는 아내 눈치 보랴, 초등학생 딸아이 비위 맞추랴, 백수도 쉬운 일만은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아빠가 필요하다면서 아빠를 빌려달라고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딸아이가 인터넷 사이트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광고글을 올린 것.
시작이 이상하긴 했으나 어떻게 하다 보니 ‘아빠 렌털 사업’을 하고 있는 자신을, 그것도 즐기면서 아빠를 대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세상엔 아빠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배 속의 아기를 나몰라하는 어린 남편을 대신하고, 치매 할머니에게 죽은 아들을 대신해주기도 한다. 또 스토킹을 당하는 여자의 남자친구 역할까지.
“아빠는? 같이 안 왔어?”
“같이 안 왔어.”
“어? 이상하다. 학교 간다고 갔는데. 선생님이 보자고 했다며?”
아영이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학교에 왔다가 진태네 집에 갔어.”
“진태네 집? 거긴 왜?”
“바꿨어.”
“바꾸다니? 뭘?”
당황한 지수가 묻자 아영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아빠랑 모포랑 바꿨어.”
“아빠랑 모포랑 바꿨다고?”
“응, 화이트 엘리펀트 데이에 선생님이 나에게는 쓸모없지만 남에게는 쓸모 있는 물건 가져오라고 해서 아빠를 데려갔어.”
_29쪽에서
아영 때문에 얼렁뚱땅 시작한 아빠 렌털 사업은 의외의 성과를 거두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태만의 행동에 아영은 아빠를 뺏긴 것 같아 질투하기 시작하고, 지수 역시 의심이 점점 깊어지는데……. 앞길을 알 수 없는 이 가족의 결말은 어떻게 될 것인가. 다른 가족의 아빠를 대신하면서 진짜 아빠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태만의 아름다운 행보를 주목해보자.
김상경, 문정희 주연의 동명 영화 원작소설
“저는 아빠를 내놓겠습니다!”
이 책은 2010년 첫 출간되어 ‘2013년 익산시립도서관 한 권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2014년 김상경, 문정희 주연의 동명 영화로 재탄생했다. 배우 김상경은 아빠 태만 역을, 문정희는 엄마 지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특히 시나리오를 중시한다는 김상경은 모두들 힘들어하는 이때 이 영화가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온 가족이 위안받을 수 있는 영화라고 말했다.
김덕수 감독은 조감독 생활을 오래하다 원작 소설을 보고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새롭게 마음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감독은 원작의 재미를 최대한 살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가족영화를 만들었다. 온 국민 행복 재생 코미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오는 11월 20일에 개봉한다.
2014년 가을, 우리 시대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기다
“아빠란 쓸모없는 물건이야.”
“난 그런 아빠라도 있었으면 좋겠어.”
우리는 황당한 내용의 이 소설을 통해, 우리 아버지를 떠올리기도 하고 언젠가 아버지가 될 나 혹은 누군가를 생각한다.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우리 아이들 눈에 비친 이 시대 아버지들의 모습을 되새긴다.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는 요즘, ‘기러기 아빠’가 희화화되고 가정에서 아빠란 돈 벌어 오는 사람으로만 인식되기도 한다. 이런 시대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는 가족의 중요성을,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소설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쓸 때만 해도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었다. 빛바랜 스냅사진처럼 단편적인 이미지가 다였다. 그러나 책을 출간한 이후 아버지가 달라지셨다. 늘 혼자 집밖으로 겉돌던 아버지께서 기꺼이 우리에게 시간을 내주셨다. 우리와 함께 여행을 다니고,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우리를 위해 요리도 하셨다. 아버지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놓았다.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우리의 작은 변화가 이 책을 읽는 모든 가족에게 작용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은 아버지에게 보내는 긴 편지이자 아버지에게 보내는 나의 마음이며 아버지에게 드리는 심심한 위로와 감사장이다. 동시에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다.
_「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