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언제 세월이 이렇게 흘렀나 모르겠습니다. 제 마음은 그리 변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문득 돌아보면 세상도 사람도 알게 모르게 달라졌구나 싶습니다. 사서함이 처음 출간된 때가 2004년이었으니 올해로 꼭 10년째입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고 빠르게 휩쓸려가는 시대인데, 작은 책 한 권이 꾸준히 사랑받으며 잊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제겐 놀랍고 감사합니다.
독자님들의 메일이나 리뷰를 읽을 때면, 한번 세상 밖으로 나간 책은 더 이상 작가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사서함을 읽으신 많은 분들이 개인 홈피나 블로그에 올려주셨던 글귀가 있습니다.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무사하기를.
건의 시집 앞에, 진솔의 노트북 화면에 적힌 그 구절은 지난 10년 동안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의 헤드카피나 마찬가지였고, 그건 작가나 편집팀이 아닌 독자님들이 뽑아낸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저 글귀가 오래 전 제가 쓴 문장이라는 느낌도 희미하답니다. 어디선가 지금 아픈 사랑을, 행복한 사랑을, 말하지 못한 사랑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자신의 수첩과 일기장에 써놓은 글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실은 더 애틋하고 고맙습니다.“
-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사랑하는 일에 능숙하지도
그렇다고 소홀하지도 않은 그녀들에게 바치는 소설
서른한 살 공진솔. 사소한 일 하나하나 지켜가며, 나름 자신의 일에 애착을 갖고 살아가는 라디오 구성작가. 새로이 개편을 맞아 자신이 쓰고 있는 프로그램 [노래 실은 꽃마차]를 새 담당 PD가 맡게 된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건 PD, 시집까지 낸 시인이란다. 글 깨나 쓴다고 사사건건 작가들 힘들게 하는 PD에게 시달려 본 경험이 있는 진솔은 일단 이건 PD에게 경계심과 마음의 방패를 펴고 그를 접하게 된다.
하지만 이 남자는 진솔이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사랑이 지나간지 시간이 많이 흘러 새삼 사랑이란 것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았던 진솔이지만, 이건 PD는 어느새 함께 일하는 사람 이상의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가랑비에 옷 젖듯 그를 가슴에 담게 된 진솔, 이제야 이건의 복잡한 마음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그에게로 스며들기 시작한 후였는데.
“네 사랑이 무사하기를, 내 사랑도 무사하니까.”
독자들이 선택한 문장, 입소문 만으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은 소설
2004년 처음 선을 보인 이 사랑 이야기는 독자들의 조용한 지지와 입소문 속에서 롱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았다. 지금까지 독자들이 웹상에 기록한 블로그 감상평과 리뷰 포스팅은 수천 건에 달한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같은 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은 쉽게 볼 수 있지만 명쾌한 답변은 기대하기 어렵다. 누군가는 독보적인 로맨스 소설이라고 했다.
그 동안 두 번 표지가 바뀌었고, 잠깐 ‘구하기 힘든 걸작’ 취급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로맨틱하고도 현실적인 캐릭터’ ‘잔잔하지만 확 와 닿는’ 문장으로 읽는 이들을 사로잡았고, ‘읽고 나면 곁에 있는 사람이 사랑스러워지는 소설’이라는 호평 속에 꾸준히 독자들의 곁을 지켜왔다. 2013년 올해 출간 10주년을 맞아 전면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었다.
책 속의 부록
단편소설《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 수록
작가는 그간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번 개정판 뒷부분에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 단편 소설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를 실었다. 사서함을 읽고 나면 바로 알아볼 이 제목에 대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 … 소박한 부록처럼 단편 [비 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를 실었습니다. 사서함 독자님들은 이 제목을 알아보셨을 거예요. 저는 누군가와 누군가 사이- 그들 사이에서 슬쩍 통하는 유머나 코드가 좋습니다. 건과 진솔이 ‘양떼같이’를 말할 때 둘이서 웃는 것처럼요.
- 개정판 작가의 말 중에서 ∥
이도우 저자 특유의 쓸쓸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로 어느 비오는 밤, 인사동 골동품 가게를 찾은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사랑의 유효기간을, 어느 책의 유효기간을, 우리는 쉽게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속 등장인물들의 사랑과 그들의 인생에 공감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준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책은 독자들 곁을 지키는 스테디셀러일 것임을 믿는다.
이도우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라디오 구성작가,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따스하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꾸준히 스테디셀러의 자리를 지켜온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에 이어, 2012년에는 《잠옷을 입으렴》을 발표했다.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은 이도우 특유의 섬세하고 탁월한 문장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을 꼽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설이다.
e-mail : snerpkin@hanmail.net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비오는 날은 입구가 열린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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