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고트 마운틴

고트 마운틴

저자
데이비드 밴
출판사
arte(아르테)
출판일
2015-06-16
등록일
2015-09-2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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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열한 살 소년이 맞닥뜨린 태초 이전의 세계, 고트 마운틴



이곳은 여느 사냥터와 다르다. 우리가 어김없이 돌아오는 곳, 몇 세대를 거쳐 돌아온 곳. 우리 자신이 소유하고 우리가 속해 있으며 우리의 역사가 담긴 곳. 그 옛날 이곳을 찾았던 모든 사람들,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들, 그 모두를 이번 사냥에서 다시 얘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사슴을 찾아낸다면, 처음으로 내 이야기가 더해지겠지._19~20쪽



1978년 가을, 열한 살 소년은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버지의 친구와 함께 매년 치르는 의식과도 같은 사슴사냥을 떠난다. 고트 마운틴, 그 태고의 세계와도 같은 공간으로. 첫 작품 『자살의 전설』에서 이미 보여주었듯이, 작가에게 풍경/자연은 배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비극은 자연에 대한 묘사를 통해서 보여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문학의 전통을 봤을 때, 윌리엄 포크너나 애니 프루, 메릴린 로빈슨, 코맥 매카시처럼 말이다. 인물의 내면을 외부의 풍경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숲이나 물가를 묘사할 때 주인공의 마음 상태를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고 사실 예술조차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이 원래 그러한 방식일 뿐이니까. 자연에는 그 어떤 가치판단이나 호오, 선악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의미를 부여한다. 우리는 숲이나 강을 완전히 중립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우리의 마음이 끼어들어 원래 거기 없던 것을 읽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환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마음이 드러나게 될 수밖에 없다. 세상에 픽션이란 없다. 무엇이든, 우리 무의식의 구조물이다._데이비드 밴, 2014, 「씨네21」



이러한 작가에게 ‘고트 마운틴’은 공간 그 자체가 이미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인공이다.



이상향 그 자체였다. 서늘한 그늘과 산들바람, 빛, 개울과 솔잎 소리, 송진과 잔디와 고비 냄새, 역사, 드디어 도착했다는 안도감과 소속감. 이곳은 내게 최고의 여행지였다. 다시 이곳에 돌아왔음을 깨닫는 순간 그 사이의 시간들은 모두 무너져내렸다._49쪽



모든 사물은 동시에 어둠에서 나왔다. 어쩌면 세상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하나님의 영은 수면 위에 운행하시니라. 세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빛이 있기 전에. 물질의 부재가 아닌 반물질(反物質), 비어 있음으로 보여주는 것, 우리를 형성하는 최초의 인력._83쪽



인류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 데본기의 고비식물들이 자라고, 끊임없는 지각활동으로 지각판이 뒤틀려 맨틀 저 아래의 바위들이 지상 위로 드러나 있는 곳,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올라온 샘물이 끊이지 않는 곳. 수백 년의 시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소나무 빅버사가 자라는 곳. 태초의 시간이 흐르는 동시에 멈추어 있는 곳.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곳. 그리고, 사냥(killing)이 허용되는 원시의 공간.



나는 심장에 이를 박아넣었다. (...) 나는 나이프를 놓고 두 손으로 심장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짐승이 되었다. 두 눈을 감고 턱을 움직이자, 입속에 피와 살의 맛이 전해졌다.

이제 넌 어른이다. 할아버지가 말했다.

이제 넌 어른이다.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심장을 놓고 옆으로 물러나 한참을 씹은 다음에야 삼켰다. 드디어 내 인생이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열한 살. 나는 온몸이 피 투성이가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_192쪽



이제 나는 어른이다. 제물을 바치고 의식도 치렀다. 아니, 그 이상이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언덕은 물론 저 하늘까지 모두 내가 주인이었다. 세상이 온통 내 손아귀 안에 있었다. 그날 밤은 내 것이었다._195~196쪽



사냥, 그것은 열한 살의 ‘나’에게 매혹적인 어른의 세계이다. 라이플, 그 쇠와 나무의 감촉, 어린 몸이 반동에 튕겨져나가도록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의, 허락된 살인이 주는 쾌감. 그러나……



우리는 무언가를 죽이기 위해 이 세상에 나왔다. 의심의 여지없는 진리. 그것은 가족의 법칙이자 세상의 법칙이었다. (……) 하지만 나는 그전과 달랐다. 그 순간 이후 살상은 늘 내게 너무 가혹했다. 그것은 언제나 강요에 따라 일어났다. 내가 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인간이 되었다. 피할 수도 있었던 살상을 하고, 원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무언가를 죽였다._184~185쪽



사슴 사냥으로 ‘어른’이 된 ‘나’는 또 한번의 살인/killing의 과정을 통해 ‘인간’이 된다. 남자들의 세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현대세계에서 ‘인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제, 투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인류 이전의 인간(신/악마)과도 같은 할아버지, 이성적이고 도덕적이고 합리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선과 악의 중간에서, 종교와 도덕, 문명과 문명 이전, 역사와 역사 이전의 세계, 자연과 그 이전 태초의 세계 사이에서, ‘나’는, 우리는, 끊임없이 투쟁한다. 예수 이전의 세계, 구약의 세계, 태초의 이야기가 있던 세계,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기 전과 후, 카인이 아벨을 돌로 내리치기 전과 후, 순간과 영원, 현재의 삶과 기존의 가치와, 그 모든 ‘사이’에서.





삶과 죽음, 신과 도덕, 인간의 근원과 자연, 문명과 문명 이전의 역사에 맞서 싸우는 투쟁의 기록



전작 『자살의 전설』에서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관계에서 시작된 인간의 문제와 상처를 다루었던 작가는, 『고트 마운틴』에서 문명과 질서의 내부에서, 그리고 그 밖에서 바라보는 인류/인간의 본질과 실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투쟁한다. 원시의 공간과도 같은 고트 마운틴 안에서 벌어지는 단 이틀간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다. 조준경의 십자선에 목표물을 맞추고 숨을 죽여 사냥감의 움직임을 쫓아가듯,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감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까지 늦출 수가 없다.

삶의 근원으로서의 죽음, 실존에 대한 기존의 문제인식과 이에 대한 끊임없는 투쟁,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한 인물간의 갈등은 고트 마운틴의 풍경들, 그곳에서 자라는 나무와 풀들의 모양, 물줄기의 흐름, 계곡의 모양과 깊이, 바위의 모양과 습곡의 형태 등 자연의 묘사와 한 덩어리로 움직여, 소설 속 어떤 요소 하나도 빼놓을 수가 없이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그 안에 있었을 때는 잘 몰랐던 고트 마운틴의 풍경이 다시 한번 눈앞에 그려진다. 그리고 ‘우리’의 태초가 있었던 그곳에서, 질문은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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