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망설이다가 주저앉는 사람들을 위한 강박 심리학
“잘하지 않아도
잘못 선택해도
내 인생은 쉽게 끝장나지 않는다!”
‘객관적으로 괜찮은 삶’이라고 해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은 아니다
우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이어야 하고, 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우리네 인생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세뇌되어 있다. 그뿐 아니다. 첫 단추만큼은 무조건 짤 껴야 한다는 믿음이 팽배해 스펙이나 성공, 돈에 매달리면서 잘못된 선택이나 그 어떠한 실수도 하지 않고 완벽해지려고 애쓰며 산다. 결코 절대적 선택도 없고 절대적인 생각도 절대적인 가치관도 없는데 우리는 절대적이면서 객관적인 시선에 얽매여 정작 중요한 자신만의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실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데 세상의 보편적인 시선, 통속적인 성공에 집중하다보니 정작 중요한 나를 잃어가면서 마음 아파하며 지낸다. 이유 모를 자기 비하, 중독과 폭식, 도착 증세를 포함한 우울증으로 말이다. 무엇보다 특정 생각과 행동에 집착하고, 한두 가지 생각에 꽂힌 채 온통 거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중요하지 않은 생각을 곧바로 실천에 옮겨야 마음 편한 ‘강박’에 집착하면서 말이다. 칭찬받아 마땅할 만큼 잘하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비교하며 우월감을 확인해야 하고, 도덕보다 힘(권력)을 갈망해 타인의 자존감마저 착취해야 하는 사회, 한번 잘못하면 죄인 되고 한번 실수하면 바보 되는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덜 아파하면서 덜 망설이며 살 수 있을까?
뭐든지 잘해야 하는 사회에 만연한 보편적인 강박 성향을 분석하다!
〈2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 〈윤하의 별이 빛나는 밤에〉 〈써니의 FM데이트〉 〈무한도전〉 〈비타민〉 등에서 흥미로우면서도 파격적인 상담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우리가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에 집착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이율배반적인 가치관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도덕이나 윤리 같은 규범이 강하게 지배하는 사회일수록, 특히 서로 모순되는 교육과 가치관이 공존하는 사회일수록 무엇이 옳고 그른지 늘 헷갈릴 수밖에 없어 강박 성향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다음과 같이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 그리고 대중매체에서 습득한 영미권 문화와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사이에서 고민해야 합니다. 방금 전만 해도 나보다 나이 많은 외국인 선생님에게 “Hi teacher~!”했다가 방과 후 동네 슈퍼 아저씨나 경비 아저씨 보고 “방가요~!” 했다가는 즉시 험한 꼴을 당하는 사회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우린 자연스레 모순이란 덫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부정’이란 심리가 바로 그 대안 중 하나입니다. ‘부정’은 세상과 자신의 일부를 아예 망각하고 지내는 심리로 모순이 안겨주는 헷갈림과 불안에서 우릴 구원해줍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우리나라는 ‘부정’이란 방어 기제만으론 살아가기 힘듭니다. 획일화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중 일부는 잘못 각인된 유교적 가치관과 기독교적 가치관이 내면에서 상충하고 있습니다. 동양은 수치심의 문화요, 서양은 죄책감의 문화라는 건 이러한 사실에 기반을 두고 나온 말입니다. 입신양명해야 집안을 일으킨다는 3대 종손 아버지와 희생과 박애를 강조하는 독실한 크리스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아이를 상상해봅시다. 이 경우 아이는 집안에서부터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자라납니다.
어른 앞에서 깍듯이 배꼽 인사를 해야 하고 함부로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들었지만 MTV를 보거나 영어 마을에 가서 자연스럽게 “Hey, Man~” 하지 못하면 촌스러운 아이로 낙인찍힙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고 물질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배우지만, 성인이 돼서는 잘 기억조차 나지 않는 친구의 부조금과 축의금 액수를 결정해야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우리. 결코 양립할 수 없는 가치체계가 공존하는 틀 속에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은 지금도 꾸역꾸역 이 나라에서 자라나고 있습니다.”
- 본문 〈이율배반적인 가치관이 만들어놓은 늪, ‘애매함’ 中〉
그리고 저자는 책을 통해 바로 현재 대한민국의 강박 성향을 진단한다. 예를 들어, 예능프로그램에 적용된 강박 성향에 대한 분석이 그것이다. 저자는 몇 해 전 방송되었던 예능프로그램〈나는 가수다 시즌 1〉와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과〈개그콘서트〉의 ‘애정남’과 같은 개그코너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한국인 특유의 강박 성향에 주목한다. 프로의식과 자존심이 짓밟혀도, 당사자인 내가 그 조건에 동의하고 원하는 수요가 있다면 가슴에 크게 남을 정서적 상처쯤은 문제 삼지 않아야 한다는 잔인한 암묵적 동의, 그것은 잔인해도 원리원칙이라면 무조건 지켜야 한다는 강박 성향과 애매한 걸 싫어하면서도 애매한 상황에 자주 빠져드는 한국인 특유의 강박 성향이라고 지적한다.
이외에도 살아가면서 우리가 집착하면서 허무하게 좇고 있는 것들, 성공과 리더십, 스펙, 돈, 예의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 특히나 예민한 정의와 원리원칙, 청결 그리고 누구보다 완벽해지고 싶고 누구보다 우월해지고 싶은 욕구의 무의식적인 의미와 강박의 관계를 24가지의 키워드로 구성해 불편한 생각과 행동,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한다’란 생각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아무리 잘해도 한계가 있는 삶임을 받아들이자!
양쪽 길이 있으면 그냥 한 쪽으로 가면 된다. 그 길이 아니었으면 다시 다른 길로 가면 된다. 그것도 아니라면 돌아가면 된다. 매일이 다르기에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모두가 다르기에 개개인은 소중하다. 그래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은 자신만의 즐거움과 만족감인 것이다. 통속적인 성공만 따라가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 인생은 그야말로 성공한 인생이나 다름없다.
우리는 항상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분명 오늘의 삶과 내일의 삶은 다르다. 오늘 해보고 안 되면 내일 해봐도 되고 내일 해보고 안 되면 모레 해봐도 된다. 매번 새로운 단추를 끼운다고 해도 절대 늦지 않다. 매번 새로워도 괜찮다. 지금 잘하지 않아도, 잘못 선택해도 다 괜찮다. 건강한 생각으로 채워진 우리 마음은 생각보다 허약하지도 않거니와 쉽게 무너지지도 쉽게 끝장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강박적으로 산다는 것
· 나는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다
· 나는 위기 혹은 위험에 민감하다
· 나는 단순한 시행착오도 나 전체의 실패 같다
· 나는 애매한 상황을 잘 견디지 못한다
· 나는 능력에 흠을 느끼는 순간이 두렵다
· 나는 쓸데없는 원칙과 순서에 얽매인다
· 나는 부적절함에 민감하다
· 나는 실수를 잘 인정하지 않는다
· 나는 모든 것을 빈틈없이 조절하고 싶다
· 나는 늘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나는 우유부단하지만 애매한 것도 싫다
· 나는 부끄러운 상황이 연출될까 걱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