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저자
박찬일
출판사
푸른숲
출판일
2016-03-10
등록일
2017-01-1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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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행복했던 기억들이 당신의 식도를 타고 흘러들어온다
지나간 시간을, 잊지 못할 기억을,
아름다운 장면을 되돌려주는 음식 이야기


《지중해 태양의 요리사》 《보통날의 파스타》를 통해 글 쓰는 요리사로 알려진 박찬일 셰프의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가 출간되었다. 요리가 트렌드와 상품이 된 시대, 이 책의 저자는 삶의 일부로서의 음식, 우리를 구성하는 기억으로서의 음식을 이야기한다. 유년 시절, 친척집 앞 계곡 물에 찰랑찰랑 푸르게 떠 있던 참외, 운동회 날이면 어머니가 들려 보낸 삼단 찬합 도시락, 머리가 복잡할 때 먹으러 가는 중국집 짜장면, 으슬으슬 인생이 추워질 때 떠오르는 아버지의 닭백숙, 시장통 좌판의 아낙이 등에 업힌 아이에게 우물우물 씹어 먹여주던 국수……. 그가 마주친 음식들은 소박하되, 지나간 시간을 되돌려주는 어떤 원형질에 가까운 맛을 지녔다. 맨 처음으로 돌아가는 맛, 우리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하게 하는 맛에 관한 이야기.
바다 내음 물씬 나는 민어와 꼬막을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마시고 싶은 초여름 밤, 박찬일 셰프의 이야기는 우리가 기억하는 가장 그리운 순간으로 데려간다. 사는 일이 참으로 힘겹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그가 건네는 맛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청량한 행복의 맛을 깨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인생 앞에 놓인 수많은 맛의 강물을 건넌다. 당신 삶 앞에 놓인 강물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때로 혀가 진저리치게 신맛도 있어야 하고, 고통스러운 늪 같은 쓴맛도 결국은 인생의 밥을 짓는 데 다 필요한 법이 아닐까. _저자 서문에서


내가 먹고, 내가 되었다
음식 한 그릇에 녹아 있는 기쁨과 슬픔의 장면


화려한 레스토랑의 테이블, 서바이벌 요리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요즘, 음식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요리를 둘러싼 열기는 뜨겁지만 정작 우리는 먹는다는 행위가 주는 순수한 기쁨으로부터 멀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식도를 타고 우리 안에 들어온 음식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더 깊이 우리 안에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한 그릇의 음식을 먹는 순간, 함께한 사람과 장소, 그날의 분위기까지 떠오른다는 것이 먹는다는 행위의 위대한 점일 것이다. 프루스트의 주인공이 마들렌을 통해 어린 시절로 들어가는 것처럼, 저자는 유년시절부터 이탈리아 요리 유학 시절, 그리고 셰프로 지내며 미식 여행을 떠난 최근까지 자기 삶의 여러 시기를 자유롭게 오가며 기억 속의 맛을 되살려낸다. 일례를 들면, 짜장면을 이야기하면서 춘장과 중국집의 역사와 더불어, 낡은 중국집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앉아 먹는 짜장면 한 그릇이 불러일으키는 온갖 상념과 기억 등 음식에 얽힌 슬픔과 기쁨의 장면을 떠올리게 해주는 식이다. 때문에 그와 시대적 감수성을 공유하고 있는 독자들은 각각의 음식에서 자기만의 행복했던 순간을, 잊고 있던 장면을 마주치게 된다.

중국집을 찾는 또 다른 이유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우울을 떨쳐내기 위함이다. (…)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한두 시가 좋겠다. 외근 나온 영업사원이나 환경미화원이나 막노동자 같은, 혼자서 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그 시간에 중국집에 깃든다. 건강한 육체노동자들의 왕성한 식사 현장을 훔쳐보는 것이다. 대개 그들은 곱빼기를 시킨다. 속으로 조용히 읽어보시라. 곱빼기, 이 말에 복 있으라. 짜장면을 양껏 젓가락으로 말아 올려, 입가에 소스를 묻히며 후루룩 소리도 요란하게 한 다발의 짜장면을 넘기는 장면……. 나는 거기서 생명의 힘을 느낀다. 우리가 햄버거를 그렇게 먹는다고 할 때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감정이어서, 중국집이란 더욱 소중해진다. (…) 그 짜장면이 슬플 때도 있다. 비 오는 날 저녁 어스름에, 주택가 골목이나 추레한 상가의 복도에서 만나는 다 먹은 짜장면 그릇이다. 음식의 존엄은 사라지고, 칼로리만 존재하는 슬픈 풍경이다. 신문지라도 살포시 덮여 있으면 좀 나을까. (…) 내 인생에서 짜장면이 기뻤던 순간도 많았다. 특히 딸아이가 아직 아기였을 때 짜장면을 힘차게 빨아 당기는 모습의 경이가 마음에 새겨져 있다(국수를 빠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도대체 어떻게 유전되는 것일까). _본문에서

LG 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397세대(현재 30대이면서 90년대 학번, 70년대에 태어난 세대를 지칭)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먹는다는 행위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한다. 먹는 것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이들 30대의 47.8%가 먹는 데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한 가족들과 함께 요리를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고 응답했으며(30대의 36.2%) 그 비중은 여성(35.7%)보다 남성(36.6%)에게서 높게 나타났다. 요리를 위한 레시피북에서 더 나아가, 먹는다는 행위를 즐기고 음미하는 법을 다룬 책이 더욱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음식 에세이를 주로 구매하던 여성 독자뿐 아니라 추억의 음식을 통해 자기의 삶을 돌아보고 싶은 남성 독자와 장년층 독자들에게도 충만한 시간을 선사해줄 것이다.


음식을 즐기고 만들고 음미하는 방법에 관하여
당신이 기억하는 행복의 맛을 돌려드립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수박화채, 짜장면, 국수, 닭백숙, 도시락 찬합 등 유년 시절의 아련함을 불러일으키는 음식 이야기가 소개된다. 사이사이에 요리사인 저자가 친구, 선배 등과 다녔던 어느 지방의 게국지집, 남도의 한정식과 해장국집 등의 풍경이 흥겹게 그려지고, 이어지는 청어와 멸치, 멍게, 꼬막 등 바다의 맛을 머금은 이야기들은 여름 휴가지의 정취를 선사한다.
2부에는 저자가 이탈리아 유학 시절과 여행 중에 만난 이국적인 요리들이 다채롭게 소개된다. 이탈리아 마피아의 토마토소스와 카놀리, 당장이라도 홍콩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딤섬의 향, 요리사의 팔뚝이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볶음밥, 할랄푸드에 숨겨진 의미, 일본 샐러리맨의 쓸쓸함을 엿볼 수 있는 라멘 등 맛깔스럽고 쫄깃한 음식 견문록이 실려 있다.
3부에는 저자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요리들과 미식 탐험이 섞인 긴 호흡의 글들이 담겨 있다.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을 시작으로 80년대 어느 선술집에서 먹었던 참새머리와 그곳 아낙이 부어주던 정종의 표면장력의 신비를 들려주기도 하고,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인조가 말의 피를 마시도록 강요받는 장면과 현실에서 저자가 맞닥뜨린 소핏국(선짓국)과 이탈리아의 말고기 체험을 연결시켜 이야기하기도 한다. 움베르토 에코의 호텔 미니바 소동을 들려주며 연어를 맛있게 먹는 법을 소개해주기도 한다. 작가들이 묘사한 맛과 저자의 추억이 겹쳐지며 독자의 읽는 맛은 배가 된다.

전작에서 주로 와인과 파스타, 이탈리아 기행 등 요리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펄떡이는 필력으로 전달해주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는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음식을 통해 가장 멀고도 아련한 기억을 불러온다. 그리하여 도달한 우리의 종착지는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 음식을 함께했던 사랑했던 사람이다.
올 여름, 휴가를 떠나는 당신의 가방 속에 청량한 참외색 표지의 이 책을 넣어가도 좋겠다. 휴가에서 돌아올 때쯤이면, 마음의 노독은 풀리고 생생한 살이 차오르는 경험을 하게 될 터이니.

잇몸에 들러붙는 초여름 도다리, 관상용으로 기르고 싶은 비단멍게, 반투명한 여름 오징어의 자태, 그 팔팔한 다리가 내 목을 힘껏 졸라주었으면. 주문진항 새벽 네 시에 보았던 산다는 것의 막막함, 속초 바닷가 양미리 구잇집에서 눈을 찌르던 연기, 남대천에서 은거하는 은어 소금구이, 양양 산골의 5년 묵은 김치광, 리어카로 그 김치를 나르는 소년의 발목. 백촌 막국수의 편육, 그리고 속초 사람인 후배 오성택이 실감나게 말해주는 명태 올린 냉면 먹는 법.
묵호에 가면 꼭 들르는, 아줌마가 연속극 보며 말아내는 신공의 물횟집. 김연수의 《7번 국도》를 읽으며 먹으면 착 달라붙던 그 맛. 포항 죽도시장의 물회, 노점에서 파는 참가자미 말린 것, 그걸 파는 아낙의 주근깨와 비비크림, 이병률이 울컥한 울진의 아침 밥상 생선찌개, 신 김치 넣고 끓인 삼척의 물메기탕, 강원도의 경월소주. 부산 가기 전에 기장에서 비닐 천막 구석에 앉아 붕장어 굽던 시간, 탄 냄새에 반쯤 취해서 붕장어 뒤집어 익히기. 아지매! 크게 불러보기(서울 놈인지 다 안다).
부산 자갈치 아지매의 예술적인 호객 행위, 엉덩이 빼고 상체의 각은 15도 예각, 오이소! 절박한 인토네이션, 손님이 온다. 그걸 배우면 굶지는 않을 거다. 그 옛날, 부산 사람들의 잠을 깨우던 새벽녘 “재칫국 사이소” 소리. 팍팍한 그날치 삶을 열어주던 소리. 그리고 돼지국밥집 아지매들의 절묘한 토렴의 기술, 마음을 덥히는 기술. _334-3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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