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 오브 카드
오바마, 시진핑, 힐러리가 열렬한 팬임을 자처한 정치스릴러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원작 《하우스 오브 카드》를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출간했다. 마가렛 대처 정부의 실세이자 ‘아기 얼굴을 한 암살자’라 불리던 정치가 마이클 돕스가 정계에서 밀려난 후 1989년부터 1994년까지 집필한 ‘하우스 오브 카드’ 삼부작의 첫 번째 책으로 주인공인 프랜시스 어카트가 찬란할 정도로 뻔뻔한 사악함을 발휘해 기존 총리를 축출하고 스스로 총리에 오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대처 정부 말기 정계의 중심에서 직접 활동했던 정치인으로서 경험을 살려 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마치 영국 의회에 들어와 있다고 느낄 만큼 정계의 권력 암투를 실감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권력을 좇는 인간의 본성과 정치의 속성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1987년 보수당 당사. 선거를 일주일 앞두고 있었다. 나는 마가렛 대처의 선거 참모장이었다. 매기는 세 번째 총선 승리라는 기록적 성과를 거둘 참이었지만, 누군가 장난을 친 여론조사 결과와 그녀답지 않은 초조함에 그만 휘말리고 말았다. 며칠째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치통이 점점 사납게 들썩거렸다. 화풀이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게 하필 나였다. ‘동요의 목요일’이라고 알려진 그날, 그녀는 화가 치밀어 폭발했고 부당하게 잔인했다. 나는 은유적 핸드백으로 몇 번이나 강타당했다. 이러다 역사에서 각주로 밀려날 터였다.
총리실에서 나오는데 늙고 지혜로운 올빼미인 윌리 화이트로 부총리가 눈알을 굴리며 선언했다.
“저 여자는 다음 선거 때 결코 싸우지 못할 거네.”
그는 자기파괴의 씨앗을 감지했고, 이는 너무 빨리 전세계에 뚜렷이 드러났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앉아 있을 때 나는 윌리의 말이 여전히 귀에 울렸다. 펜과 와인 병을 집어들었다. 세 병을 마신 후 적당한 인물과 플롯이 떠올랐다. FU라는 이니셜의 인물이 총리를 제거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프랜시스 어카트와 《하우스 오브 카드》가 탄생한 것이다.
-작가 후기 중
《하우스 오브 카드》는 1989년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이듬해인 1990년 BBC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영국아카데미시상식에서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2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리고 2013년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에서 다시 리메이크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출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에게 이 책은 그저 사소한 개인적 치유법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빛나는 행운 덕분에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BBC가 명배우 이언 리처드슨을 기용해 드라마로 제작해 상까지 수상했다. 나는 상처를 입고 정계에서 은퇴한 대신 전업작가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제 책이 출간되고 25년이 지나 FU는 다시 내 인생을 변화시키고 있다. 케빈 스페이시가 새로운 TV시리즈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나의 ‘하우스 오브 카드’가 새로 지어졌다. _작가 후기 중
25년 만에 전 세계의 독자들 품에 다시 돌아온 정치스릴러의 고전 ‘하우스 오브 카드’ 시리즈는 2014년의 정치 상황과 바뀐 현실을 반영해 표현과 맥락을 수정·보완했고,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전 세계 20개 언어권으로 번역·출간되었다. 삼부작의 나머지 두 편이자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시즌2, 3편에 해당하는 《To Play The King》와 《The Final Cut》도 올해 하반기에 푸른숲에서 모두 번역·출간될 예정이다.
오바마, 시진핑, 힐러리 등 전 세계 정치인들이 열광한 정치스릴러
〈하우스 오브 카드〉 원작!
미드는 〈하우스 오브 카드〉로 시작해 〈하우스 오브 카드〉로 끝난다.
_버락 오바마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유명해진 포인트는 여러 가지가 있다. 방송사가 아닌 스트리밍 서비스업체인 넷플릭스가 처음으로 선보인 자체제작 드라마라는 점. 그래서 방송사의 전파를 거치지 않고 온라인으로 배포했다는 점. 최근 시청자들이 ‘본방’이 아닌 시리즈가 완결된 후 몰아서 보는 패턴을 반영해 시즌 전체 에피소드를 한꺼번에 공개했다는 점. 기획 단계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작품을 선정하고 감독과 배우까지 캐스팅했다는 점. 그 결과 가장 인기가 떨어진다는 시즌3도 공개 당일 넷플릭스가 미국 전체 인터넷 사용량의 절반에 가까운 45%의 트래픽을 차지할 정도로 흥행에 대성공했다는 점 등이다. 게다가 웹드라마 사상 최초로 에미상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3개 부문에서 수상하고, 골든글로브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미국 TV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런데 방송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하우스 오브 카드〉의 진정한 성공 요인은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나, 실험적인 플랫폼이 아니라 매혹적인 스토리의 힘이라고 말한다. 드라마는 주인공 역의 케빈 스페이시가 부인의 도움을 받아 미국 상원의원에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벌이는 온갖 공작이 주된 줄거리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법안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도구이고, 정치라는 건 본인의 영위를 위한 뒷거래일 뿐이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인간 본성과 정치 속성에 대한 까발림에 감정이입을 하게 되고, 자신의 야욕을 위해 정권을 교묘히 뒤흔드는 주인공의 뒤를 마음 졸이며 좇다가 도덕적 선이 과연 최선의 선택인가에 대한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런 설정과 장면들이 요즘 시대가 갈구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사악한 얘기다. 정치드라마는 시대를 반영한다. 집필 당시 영국엔 엄청난 정치 냉소주의가 있었다. 정권이 영리하고 교묘하면서도 사기꾼 같다고들 느꼈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그걸 양분 삼았다. 반면 〈웨스트 윙〉은 조시 W. 부시 대통령 시대의 산물이다. 논쟁적 우파 대통령의 시기에 나온 좌파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좌파 대통령으로 이상주의적이다. 그러니 이젠 언더우드 같은 이가 나와 헤집고 다니길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_ 마이클 돕스(2014.3.29, 〈중앙일보〉 고정애 기자 인터뷰 중)
인생은 정치다
정치가 필요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위한 찬란할 만큼 뻔뻔하고 사악한 이야기
마키아벨리에게 셰익스피어의 입이 달렸다면 이와 같았으리라. 프랜시스가 고상한 제스처로 무자비한 실용주의에 관해 이야기할 때 나는 전율했다. 우리는 프랜시스를 열망하는가 혹은 혐오하는가. 이 차이를 고심하는 일은 소설 속 프랜시스의 자취를 좇는 것만큼이나 짜릿하고 추악한 여정이다. 이 즐거움을 서둘러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_작가 허지웅
장기 집권 중인 당의 궂은일을 도맡아 해오던 원내총무 프랜시스 어카트는 당내의 온갖 비밀을 보관하면서 안에서 새는 바가지를 막고, 온갖 흑마술을 부려 상대를 무너뜨리며 당을 지켜왔다. 따라서 이번 선거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자신에게도 당연히 더 높은 자리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달라진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이에 그는 스스로 총리가 되기 위해 그동안 쌓아둔 비밀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정치수완을 발휘하기로 한다.
한편 매티 스토린은 젊고 야망이 넘치는 정치부 기자다. 그녀는 총리의 가족이 저지른 충격적 금융 부패 사건에 의혹을 품는다. 그 의혹을 붙잡고 진실을 파고들다 보니 점점 더 정계 깊숙한 곳으로 접근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그녀는 모든 것을 걸고, 심지어 자기 내면의 악마와도 맞서 싸워야만 했다.
주인공인 프랜시스 어카트는 처음부터 악마의 피를 타고난 것일까? 그는 꽤 오랜 시간 어둠속에서 때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순간 희생과 겸손만으로는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봉인을 해제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참고 양보했던 만큼 가차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하나부터 열까지 사악하지만 자신의 야망을 위해 부리는 섬세하고도 치명적인 처세술에 감탄하게 되고, 놀랍도록 뻔뻔한 자기합리화는 그를 소신과 능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둔갑시킨다. 그렇게 신뢰할 수 있는 정치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잔인함은 어떤 종류이든 용서받을 수 없네. 그러니 어중간하게 잔인해봐야 무슨 소용이겠나? _p.398
어카트는 절대로 호흡을 늦추거나 멈추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당황하지 않고 전력 질주한다. 권력과 인간의 본성을 도덕이나 당위가 아니라 두려움과 탐욕에서 찾아내면서 ‘올바른 선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독자들도 함께 따라 달리다 어느 순간 이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어카트가 벌이는 갖은 공작들은 암투나 권모술수라는 단어만으론 함축할 수 없다. 상대의 욕망과 두려움을 파악하고 정확히 그곳에 당근이나 칼을 찔러 넣는 것이야 말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치의 모든 것이다.
‘하우스 오브 카드’는 사전적으로 놀이용 카드를 삼각형 모양으로 세워 탑처럼 쌓아올리는 구조물이란 뜻이다. 카드로 얼기설기 만든 집이다 보니 구조가 엉성하고 불안하며 무너지기 쉽다. 이 모습을 빗대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나 불안정한 계획을 뜻한다고 한다. 또한 ‘House’는 우리의 의회 격인 하원을, ‘Cards’는 배팅이 필요한 도박을 은유하기도 한다.
어카트는 치밀하면서도 거침없이 카드 탑을 쌓아가지만 늘 위태위태하다. 이 책의 긴장감과 속도감은 여기서 나온다. 그 위태로운 카드 쌓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보다가 어느 순간 사악함에 매력을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 한 켠이 서늘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