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따카니
현실을 복사한 나쁜 동화가 태어났다
이상한 나라를 살고 있는 어른들의 웃픈 꿈과 삶 이야기
이미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았던
이 시대의 자화상을 그려본다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세상을 살고 있을까? 우리가 원하는 모습의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진짜 현실은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봐야 비로소 그 민낯이 보인다. 이 책은 동화를 이용해 사회를 풍자한 일러스트 공감 에세이다. 삐딱한 세상을 삐딱하게만 보는 것이 아니라, 바로 볼 수 있는 독특한 시선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딸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다가 이 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작가 본인이 어릴 때 읽었던 〈개미와 베짱이〉, 아이에게 읽어준 〈개미와 베짱이〉가 너무 똑같은 모습이고, 또 30년 뒤 자신의 손주가 볼 〈개미와 베짱이〉도 같은 모습이란 걸 깨달으면서 이 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동화 속 이야기가 현실과 너무 닮아있음에 한탄하면서 말이다.
부모 잘 만나 돈 걱정 없이, 고생 없이 누리고 사는 사람들을 소위 ‘금수저’라고 부른다. 반대로 부모의 빚을 함께 떠안고, 가난한 부모 부양에 등골이 휘는 사람들은 ‘흙수저’라고 말한다. 작가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동화 안에서 발견했고, 동화를 통해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지금 이 시대의 모습, 이 시대의 자화상을 풍자해 유쾌하게 비틀고 꼬집고 지적했다. 이게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고. 그래서 이 책은 어른이 되기 전에 마음먹고 읽어야 할 책이고, 어른이 된 후에는 무릎을 치며 공감할 수밖에 없는 책이다. 현실을 복사한 나쁜 동화, 우리의 웃픈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시대를 콕 집어 비튼 이야기!
어른들을 위한 진짜 동화책!
우리가 알고 있는 동화책은 모두 아름다운 이야기만 담고 있을까? 동화 〈선녀와 나무꾼〉은 선녀의 옷을 숨겨 세 아이를 낳고 산 나무꾼의 이야기지만, 현대판 〈선녀와 나무꾼〉은 외국인 노동자의 여권을 숨겨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는 악덕 업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화 속 〈피노키오〉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코가 길어지지만, 현대판 〈피노키오〉는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으며 성형 사실을 숨기고 계속 코를 높이는 사람들을 지적한다.
동화뿐만 아니다. 소설과 뮤지컬로 유명한 〈지킬 앤 하이드〉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진중하게 이야기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지킬 앤 하이드〉는 눈앞의 불의는 못 본 척 넘어가고 인터넷 세상에선 활개를 치는 키보드 워리어의 이중성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홍길동전〉은 낙태를 꼬집고, 〈아기돼지 삼 형제〉는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며, 〈은혜 갚은 까치〉는 젊은 청년들에게 강요되는 열정페이를 재치 있게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들은 제목과 내용에 따라 새롭게 살을 채워 ‘현실을 복사한 나쁜 동화’로 새로 태어났다. 이게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고, 현실이다.
이 책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부정적이고 삭막하게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 안에는 짐 많은 현대인의 애환이 유머와 얽혀 담겨있고, 가족과 사람에 대한 사랑 또한 녹아있다. 희곡 〈파랑새〉는 행복을 찾아 떠나는 아이들의 이야기지만, 현대판 〈파랑새〉는 팍팍한 세상살이에도 ‘가족이라는 파랑새’를 잊지 말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재치 있게 사회를 풍자하며, 시대를 풍자하며,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당신과 나누고 싶다
이런 주옥같은 이야기들!
언제나 세상은 살기 힘들었다. 장래희망이 정직원이라고 말하는 청년들, 10년 넘게 불황인 취업시장에서 ‘열정페이’ ‘N포세대’ ‘캥거루족’은 시대를 압축한 새로운 이름으로 태어났다. 직장인들은 스스로 ‘사축’이라 표현하며 자본주의를 비판했고, 줄이 있고 백이 있어야 살아남는 시대를 한탄한다. ‘금수저’보다 더 잔인한 ‘흙수저’라는 말이 태어났고, 청년과 장년 너 나 할 것 없이 준비되지 않은 미래와 노후를 걱정하고 있다. 이것이 지금의 우리 시대다. 뭣 같아도 참고, 버티는 우리의 모습이다.
이 책은 가볍고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시대의 얼굴을 비추고 있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진지하지도 않다. 그래서 빤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않는다. 그저 ‘픽’하고 웃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고, 함께 욕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을 뿐이다. ‘불편한’ 세상에 대한 풍자를 통해 ‘사이다’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려운 등을 긁은 듯, 책 속에서 만나는 주옥같은 이야기를 살펴보자.
매일 아침 신문과 뉴스를 통해, 드라마를 통해, 그리고 영화를 통해 시대는 끊임없이 조명되고, 평가되어왔다. 이 책은 어쩌면 시대를 평가하는 언론의 한 목소리일 수도 있다. 익살스럽고 유머 가득한 그림 속에는 전혀 가볍지 않은 시대가 담겨있고, 현시대의 자화상이 그려져 있다. 삐딱한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똑바로 보는 방법. 우리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은 주옥같은 이야기들을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