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스밴드
“지금은 그냥 아저씨일지는 몰라도, 그땐 나도 음악을 했어.”
모두가 어른이 되었고, 잊은 줄 알았던 음악이 다시 찾아왔다.
“음악에 닿으려 필사적이었던, 가장 순수했던 시절의 기록”
배순탁(음악평론가, 〈배철수의 음악캠프〉 작가)
“긴 시간 함께하는 명곡처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
김이나(작사가)
“왠지 모르게 뼈에 사무치는 소설”
이즈쓰 가즈유키(영화 〈박치기〉 감독)
미스터리, 호러, SF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 쓰하라 야스미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소설. 그는 환상문학의 선구자 에드거 앨런 포에 비견되는 작가이면서도, 밴드에서 음악 활동을 계속하고 있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남다르다. 『브라스밴드』는 작가가 고등학교 시절 취주악부에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일본에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과거 고등학교 브라스밴드에서 함께 음악을 했던 이들이 25년 만에 밴드를 다시 결성하려고 한다는 이 소설은 결코 아름답기만 한 청춘소설은 아니다. 이들의 도전은 어디까지나 현실 안에서 이루어진다. 이것이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가슴 훈훈한 에피소드들과 어우러져 읽는 이들을 울리고 웃긴다. 음악 관련 종사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찬사를 보냈다. 이 소설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청춘의 기억을 간질이는 우리 모두의 ‘진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며 펼쳐지는
‘빛나는’ 청춘을 그리는 어른들의 이야기
고등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다히라’는 얼떨결에 브라스밴드에 들어가 난생 처음 보는 콘트라베이스라는 악기를 연주하게 된다. 덩치는 커도 소리는 다른 악기들에 묻히기 일쑤인 소박한 악기이지만, 그는 점차 함께 음악을 완성해 나가는 기쁨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해 어느새 25년이라는 세월이 흐른다. 40대가 된 다히라는 적자에 허덕이는 술집을 운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옛 선배에게서 밴드를 다시 결성하자는 제안을 받고, 그의 생각은 25년 전과 현재를 바쁘게 오가기 시작한다. 다히라는 이 현실감 없는 꿈에 기대를 걸지 않으려 하지만, 어느새 멤버들을 다시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1980년 고등학교 시절과 어른이 된 현재의 시점이 다히라의 시선을 따라 교차되면서, 그간의 사건과 인물들의 사연이 점차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에게 고등학교 시절은 넉넉하진 않았어도 순수하게 음악을 추구할 수 있는 시기였다. 처음 제 악기를 얻었던 생애 가장 행복했던 순간도, 피나는 연습도, 첫 무대의 긴장감도 모두 아름답게 기억된다. 실수라고는 어린 마음에 누군가를 상처 입히거나 반항심에 클래식을 연주해야 하는 무대에서 재즈를 연주한 것 정도일뿐.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다시 마주한 멤버들의 모습은 전과 크게 달라져있다. 겉모습은 물론 각자가 처한 상황과 사고방식조차도. 그런 그들의 모습은 시간과 현실의 잔혹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십 대 시절을 돌아보면서 살아가는 것은 자학이다. 스냅 사진처럼, TV에 나오는 광고처럼 청춘 시절을 아름답게만 보냈던 사람이 인류 역사상 한 명이라도 있을까?”
음악을 위해 온 정신을 쏟았던 과거와 현재 상황의 괴리에 괴로워하며 다히라가 말했다. 그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미처 이루지 못한 꿈을 간직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그 꿈에 좀더 가까웠던 청춘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고, 지나간 꿈이 떠오를 땐 괜스레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 시간이 결코 아름답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마치 우리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해 어딘지 씁쓸하면서도 한층 더 따뜻한 여운을 남긴다.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그 시절, 우리 곁에는 언제나 음악이 있었다.”
주옥 같은 음악이 흐르는 ‘음악의 시대’
레코드판이나 카세트테이프로 음악을 듣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숨죽이며 엄숙하게 녹음했던 시절. 갖고 싶은 기타는 너무 비싸 카탈로그만 닳도록 읽고, 존 레논의 허무한 죽음에 알 수 없는 상실감에 빠졌던 1980년. 많은 아이들이 밴드를 동경하며 언젠가 자신이 그들의 일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 소설은 그런 ‘음악의 시대’의 한복판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음악의 시대였다. 모든 음악이 지금보다 비싸고 귀하며 눈부셨다.”
소설 속에는 언제나 음악이 흐른다. 학교에서는 멤버들과 함께 연주할 〈펜실베이니아 6-5000〉를 연습하고, 카페에 앉아 연애상담을 할 때는 〈호텔 캘리포니아〉가 흐르고, 상점가를 걸어갈 때 〈문라이트 세레나데〉가 흘러나온다. 일상에 음악이 가득하고, 모두가 음악에 온 힘을 쏟는다. 동시에 그들은 음악이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쓸모없는 것임을 안다. 하지만 그렇기에 변함없이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25년 후 주인공을 포함해 음악을 계속하고 있는 멤버들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그들은 음악으로 다시 뭉친다. 음악과 함께했던 청춘이 틀림없이 그들 안에 남아있었다.
음악과 인물들이 하모니를 이루는 ‘본격 음악소설’
브라스밴드의 멤버들은 클래식부터 재즈,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주한다. 그들이 즐겨 듣고 동경하는 음악들도 인물의 취향에 따라 폭넓게 등장한다. 비틀즈, 빌리 조엘, 도날드 페이건, 글렌 밀러 등 그 시대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다양한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음악 이야기에서는 작가의 음악에 대한 재치 있는 견해가 돋보인다. 총 12개로 나뉘어진 각 장들은 모두 명곡을 제목으로 하고 있으며, 마지막 부분에서는 소설에 등장하는 주요 곡들을 저자가 직접 해설하고 있다.
‘브라스밴드’라는 제목에 걸맞게 소설에는 총 34명의 멤버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각자의 개성과 악기의 음색이 어우러져 읽는 이에게 선명하고 분명하게 인식된다. 사람에게 외모와 성격이 있듯이 각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소리가 취주악이라는 틀 안에서 다채롭고 흥미롭게 보여진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더욱 훌륭한 하나의 음악소설이다. 자칫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다수의 등장인물이 이 소설에서는 오히려 재미를 더하는 요소가 된다. 모든 등장인물은 그가 연주하는 악기로 대변되기도 한다. 각 장의 중심 인물을 상징하는 악기가 장의 첫 부분에 제목과 함께 그림으로 등장한다. 그 장의 음악과 악기가 가리키는 인물을 생각하며 읽는 즐거움이 있다.
〈브라스밴드 친구들이 함께 연주한 ‘청춘 사운드트랙’〉
01 어니스티 _빌리 조엘
02 랩소디 인 블루 _조지 거슈윈
03 왓에버 겟 유 투르 더 나이트 _존 레논
04 목성 _구스타브 홀스트
05 가을 하늘에 _가미오카 요이치
06 파스토랄레 _조르쥬 비제
07 아이 지 와이 _도날드 페이건
08 스타더스트 _호기 카마이클
09 문라이트 세레나데 _글렌 밀러 악단
10 펜실베이니아 6 - 5000 _글렌 밀러 악단
11 반딧불의 빛
12 스리 뷰스 오브 어 시크릿 _자코 파스토리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