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내일이 올거야
빤한 오늘과 막막한 내일,
성급한 ‘절망’과 빛바랜 ‘청춘’ 사이에서
꿈을 찾아 표류하는 루저들의 행진
밑바닥 인생? 흙수저? 3포 세대?
그들이 우리를 뭐라고 부르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제129회 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시다 이라가 그려낸 오늘 우리의 청춘
『괜찮은 내일이 올 거야』는 『포틴』으로 제129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시다 이라의 장편소설이다. 한날한시에 해고된 계약직 청년 네 사람이 야마가타 현 쓰루오카 시를 출발해 도쿄까지 600킬로미터를 걸어서 여행하는 여정을 통해, ‘3포 세대’로 일컬어지는 이 시대 청년들의 불안과 열패감, 체념과 절망, ‘청춘’의 다채로운 이면을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막막한 내일 앞에 던져진 불안한 청춘들이 우정과 연대를 통해 의지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모습이 유쾌하면서도 희망적으로 펼쳐진다. 평범하다 못해 보잘것없는 루저들이 시작한 도보여행이 ‘비정규직 문제’에 항의하는 정치적 운동으로 확산되며 일본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어내는 감동 스토리는 청년 고용 문제, 정치와 매스컴의 선정주의, 장기불황과 함께 커지는 배타주의 등 정치사회적 문제까지 폭넓게 아우르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현대 도시와 젊은이의 모습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기로 유명한 이시다 이라의 장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밑바닥 인생? 흙수저? 3포 세대?
그들이 우리를 뭐라고 부르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집’ 없고 ‘차’ 없고 ‘여자친구’는 물론 없고, 이제 ‘일자리’도 잃었다. ‘결혼’의 꿈은 이미 접은 지 오래다. 소위 3포 세대라 할 수 있는 네 청년, 슈고, 호센, 신야, 요스케는 야마가타 현 쓰루오카 시의 전자제품 부품 공장에서 파견 계약직 사원으로 일했다. 이 공장 저 공장에 파견되며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하던 네 사람은 어느 날 ‘계약 해지’를 통보받는다. ‘해고’도 아니고 ‘해지’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 그들은 ‘인간’도 아닌 일개 ‘부품’과도 같이 이용되다 버려졌다.
이제 계약직 일자리마저 잃은 네 청년에게 남은 것은 젊은 몸뚱이와 지루한 시간과 불안뿐. 딱히 할 일도 없는 네 청년은 도쿄까지 600킬로미터를 걸어서 여행하며 8월 한여름 초록이 무성한 일본 열도를 구석구석 들여다보기로 한다.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러나 사소하고 우발적인 행동으로 시작된 여행은 인터넷과 매스미디어를 통해 전국적인 정치적 이슈로 발전하여 네 청년을 흡사 아이돌 그룹 같은 깜짝 스타로 만들고, 통제하기 힘든 괴물처럼 규모가 커진 행진은 하나의 권력이 되어 ‘주동자’ 네 청년을 뒤흔드는데…….
총거리 600킬로미터, 이동 속도 시속 3킬로미터,
그리고 스물다섯 생애 가장 빛나는 30일!
취업과 미래의 불안에 시달리며 고립되어 있던 네 청년은 행진을 응원하고 동참하는 동료들과 함께하며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받고 잠시 걱정과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해방감을 만끽한다. 특급열차를 타면 한나절이면 도착할 도쿄까지 시속 3킬로미터의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내딛으며 그들은 누군가를 앞지르고 앞서나가야 한다는 조급함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서서히 알아간다. 어른들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삶이 정답이라고들 하지만 어쩌면 매일 걸음을 걷듯 하루하루 천천히 나아가는 것이 지혜로운 삶의 방편이 아닐까. 꿈이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완전한 ‘선물’이 아니라 삶 속에서 서서히 만들어가는 성실과 인내의 산물일지 모른다. 네 청년은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품었던 삶에 대한 성급한 절망과 꿈이 없다는 불안을 내려놓기 시작한다. 그러자 삶은 새로운 열정으로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한다.
일본 열도를 사로잡은 청년 백수 4인조
미쓰노 슈고. 객사가 꿈이라는 수상한 아웃도어 오타쿠. 주말마다 배낭을 메고 일본 전국을 누비는 것이 취미. 큰 덩치에 미러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득도한 듯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는 것이 특기다.
린호센. 잔류 고아 3세로 어릴 때부터 많은 차별과 폭력을 겪으며 자랐지만 쾌활한 성격에 유머를 잃지 않는다. 4인조의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으며, 돈을 모아 미용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꿈이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 ‘호모’라는 놀림을 받는다.
구로세 신야. 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고졸 ‘프리타’. 까칠한 성격과 똑똑한 두뇌의 소유자이며 무서운 신분 상승 욕구로 늘 의욕에 차 있는 인물이다. 블로그를 운영하여 4인조를 세상에 알리는 공을 세운다.
하루하라 요스케. 하고 싶은 일도 꿈도 없는 회색빛 청년. 그럭저럭한 스펙과 외모를 지닌 평범함의 집합체다. 도보여행을 하는 동안 꿈을 찾아볼 요량이다.
우리에게 어떤 내일이 올지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스타가 되고 싶다구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철없이 굴게 내버려두세요!”
신야가 운영하는 블로그와 매스미디어를 통해 4인조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루저들의 행진’은 점차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한다. 소문을 듣고 모여든 청년들이 하나둘 행진에 가담하면서 행진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네 사람은 ‘오리지널 포’라고 불리며 마치 아이돌 스타 같은 인기를 모으게 된다. “누구라도 15분 정도는 유명해질 수 있다”는 앤디 워홀의 말처럼 미디어를 통해 한낱 청년 백수에서 도쿄의 스타가 됐지만, 그들 앞엔 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각종 정치세력과 관청이 접근해오며 순수했던 청년들의 여행은 퇴색될 위기를 맞고, 행진의 상징인 맏형 ‘슈고’에게 숨겨진 엄청난 비밀이 드러난다.
정치에 무관심하고 이기적이라는 기성세대의 평가와 ‘흙수저’라는 자조, ‘3포 세대’라는 유행어가 보여주듯 우리 시대 ‘청춘’의 이미지는 부정적인 언어로 얼룩져 있다. 이시다 이라가 그려낸 청춘의 이야기 『괜찮은 내일이 올 거야』 역시 이런 사실에 반대하거나 날을 세우지 않는다. 허나 오늘날 청춘들이 겪는 고통과 불안이 경제 호황기와 종신고용의 혜택을 누렸던 기성세대의 그것과 다름을 지적하고, 그들이 가야 할 길은 기성세대가 가르쳐주거나 허락할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동시에 젊은이들에게 ‘괜찮은 내일이 올 거야’라고 다독여주며 그들 스스로가 청춘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나가길 순수하게 꿈꾸고 있다.
슈고, 호센, 신야, 요스케, 오늘 우리의 청춘을 대표하는 네 청년은 어떤 방식으로 내일을 향해 갈 것인가? 모든 게 그들 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