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저자
도종환
출판사
난다
출판일
2017-08-01
등록일
2017-11-16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지원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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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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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들의 여여(如如)한 삶을 위해

도종환 시인이 산에서 보내온 60통의 연서(戀書)



도종환 시인의 산문집. 동명의 제목으로 지난 2008년 출간되었다가 오랜 기간 절판 상태에 놓였던 이 책을 도종환 시인이 몇 년에 걸쳐 하나하나 다듬고 새로이 증보하여 근 10년 만에 다시금 선을 보인다. 2004년 지병으로 교단을 떠난 시인이 보은 법주리 산방에 머무는 동안 쓴 산문을 엮은 것으로, 자기 자신을 도시라는 이름의 사막에서 구해내 숲속의 청안한 삶으로 되돌려보낸 이야기를 진솔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기록의 산실이다.





우리를 기쁘게 하는 시인, 도종환!



아무도 아프지 마시라, 그 누구도 슬프지 마시라.

시인이 숲에서 보내온 60통의 연서(戀書)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



도종환 시인의 산문집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가 새로이 출간되었습니다. 지난 2008년 동명의 제목으로 선보였던 책이 꽤 오랜 동안 절판 상태였고 그사이 시인이 나서서 원고를 보태고 원고를 빼는 등의 새 작업을 행하여 2017년 새봄을 앞둔 작금에 새 볕을 쬐기에 이르렀습니다.

근 10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오늘에 다시 읽는 이 책은 참으로 묘한 뒷맛을 남깁니다. 시인이 충청도 출신이라 딱히 그런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천천히 읽히는 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느린 보폭을 자랑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좀 묘한 형국이지요. 요즘 책들이 어떻던가요. 서둘러 에둘러 재빨리 어떤 요령 터득에 바쁜 기술들을 못 가르쳐 안달이 난 속도감을 자랑하기도 하거니와 깊이보다는 얕게 발 딛는 법을 알려주느라 정신이 없는 것도 사실 아니던가요.

씁쓸하지만 그런 마당에, 되레 제 마당 안에 독자를 되도록 오래 붙들려고 작정한 이가 있으니 바로 도종환 시인을 말하는 겁니다. 2004년 지병으로 교단을 떠나야 했던 그가 보은 법주리 산방에 머무는 동안 되돌아본 생의 기록은 그러니까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죄다 되짚어야 다시 살 수 있는 것이기에 절절했습니다. 스스로를 도시라는 이름의 사막에서 구해내 숲속의 청안(淸安)한 삶으로 옮겨놓으니, 사막에서 제 발바닥이 데이는 줄도 모르고 갈증에 입술이 터지는 줄도 모르고 하루하루 바싹하게 심신이 말라가는 우리들이 보였던 것 같습니다.

도처에서 모래바람 같은 것이 몰려와 제대로 눈조차 뜰 수 없었던 시인. 세상의 큰일을 도모하느라 매일이 분주했으나 맘먹은 대로 뭔가를 해내지 못해 억울함이 컸던 시인. 몸이 온전치 못하니 마음도 균형을 잃어 밥벌이조차 할 수 없던 까닭에 깊은 산중에 집을 짓고 홀로 텃밭을 일구며 지내야 했지만, 그 시간 동안 시인은 그간 뜨지 못하고 산 하나의 눈을 새로 갖게 됩니다. “꽃이 끝없이 전시되어 있는 꽃 박람회에 가면 도리어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못 만나고” 오듯 너무 많은 것에 마음이 가 있어서 하나를 제대로 못 보고 산 자신을 그제야 제대로 보게 된 것이었지요. 다시 말해 “가까운 곳에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있는데 그걸 못 보고 끝없이 다른 곳을 찾아다니는 게 우리 삶이”란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이었지요.

네, 끝내 자연이었습니다. 우리를 자연으로 낳아준 그 자연의 힘으로 시인은 세상을 다시 보고 다시 살게 되었습니다. 숲에서 시인은 직접 쌀을 씻어 밥을 지어 먹었고, 텃밭에 푸성귀를 심어 먹을거리를 마련해야 했으며, 끼니를 세끼에서 두 끼로 줄여나갔습니다. 겨울에는 짐승들 먹을 시래기와 밤을 내다놓았고, 봄에는 할머니들을 따라다니며 나물 뜯는 걸 배우다 산천이 온통 먹을 것으로만 보일까 두려워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에는 아까시나무 꽃, 조팝나무 흰 꽃을 보며 빛깔로 화려하기보다 향기로 진하기를 소망했고, 가을에는 가을바람 한줄기가 마음을 다독이는 걸 알아갔습니다. 더불어 숲속에서 동물과 함께 지내는 일상을 통해 천천히 삶의 주인 자리를 되찾는 기쁨을 느껴갔습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온 우주와 교감할 수 있는 여유를 끝내 찾게 된 자의 그래서 더 소박하고 그래서 더 소탈하며 그래서 더 꽉 들어찬 생의 풍경이 아닐까 합니다.

시인은 스스로 깨닫게 된 그 생의 여유를 삶에 그대로 대입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대라고 칭한 우리더러 이 숲에 언제 올 수 있겠냐고 부름을 한 건 시인이 자연을 통해 배우게 된 그 모든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바로 전하고 싶은 간절함 때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인은 이 책의 페이지마다 우리들이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것 같습니다. 주저앉은 김에 누웠다 가라고도 하고 밥도 한술 뜨고 가라고 하고 차도 좀 마시다 가라고 하고 동하면 술도 권커니 잣거니 하면서 졸리면 자고 가기도 하는 등의 유유자적을 좀 누리라고 하는 것도 같습니다. 그게 사람이라는 우리들 별이 저마다 반짝일 수 있는 힘이라고 말없이 가르쳐주는 것도 같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산문집 『그대 언제 이 숲에 오시렵니까』는 말씀의 경전이 아닙니다. 이 책은 말이지만 고요한 침묵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은 글이지만 따뜻한 악수 같은 책입니다. 그리하여 서로 꼭 껴안은 품처럼 따뜻한 책입니다. 왜냐하면 시인이 우리 앞을 마구 달려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꼭 한발 뒤에서 우리 뒤를 따라주고 있는 연유입니다. 뒤가 든든하다는 안도, 그 안심으로 등을 따뜻하게 덥혀주는 책입니다.

하루하루 뭔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우울할 때 아무 페이지나 펼쳤는데 거기 딱 내게 하는 소리가 적혀 있다면 사람이 참 겸손해지고 맙니다. 빤히 아는 소리인데도 그걸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진정한 친구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겠지요. 이 책이 딱 그렇습니다. 쓴 자와 읽는 자의 보폭이 엇비슷한 책. 내 물음에 내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책. 가르치지 않고 배워보자 하는 책.

페이지 틈틈 화가 이인의 그림이 깜짝 선물처럼 들어차 있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원고를 읽고 내킬 때마다 하나씩 그려야지 하였는데 어느 순간 도화지에서 붓을 놓지 못하는 스스로를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완성한 30컷의 그림은 아마도 진심이 전심으로 낳은 보물이겠지요. 도종환 시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 이야기를 그림에 쏟고 있는 경험처럼 도종환 시인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내 이야기를 숲에 모여 토로하게 되는 경험, 그것이 바로 책의 원형적 기능이자 이 책의 궁극적 목표가 아닐까 합니다. 한번들 두루 읽어봐주십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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