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맛이 사는 맛
왜 지금 채현국인가!
“노인들이 저 모양이란 걸 잘 봐두어라.” 작년 1월 한 일간지에 실린 도발적인 제목의 인터뷰 기사로 채현국 선생은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그 자신도 노인이면서 책임감 없는 노인들을 봐주지 말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사실 그는 이미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선 ‘거리의 철학자’(남재희, 전 노동부장관), ‘파격의 인간(임재경, 언론인), ‘현대판 임꺽정’(이규섭, 시인) 등으로 불리며 존경을 받아왔다. 한때 개인소득세 납부액이 전국 2위일 정도의 사업을 일군 거부(巨富)였으며, 민주화운동가들을 뒤에서 후원했으며, 현재는 효암학원이라는 사학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교육자이다. 다만 선생 스스로 지금까지 초야에 묻혀 살았던 탓에 대중들에게 그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따름이다.
선생의 인터뷰가 소개된 후 각종 포털과 블로그에 달린 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통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늙음’과 ‘낡음’이 어떻게 다른지를 확실히 보여주는 인생”, “우리 사회에 이런 어르신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존경할 만한 부자”, “‘어른의 부재’에 대한 갈증이 큰 시대에 이런 할배가 계셔서 다행”, “젊은 사람들이 꼭 한번은 읽어봤으면 한다”, “연세가 드신 분인데도 눈이 저렇게 맑은 사람을 일찍이 본 적이 없다” 등 선생의 인품과 열린 생각에 감명받고 존경심을 표현한 글들이었다. 우리 사회에 존경하고 본받을 만한 ‘어른’의 부재를 실감할 수 있는 반응들이었다.
그중에서도 단연 20~30대의 반응이 뜨거웠는데, 세대 간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각하고 어른들을 ‘꼰대’로 여기는 젊은이들에게 채현국 선생이 던진 메시지는 신선함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스펙 쌓기, 취업 전쟁 등으로 지친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힐링’이라는 휘황찬란한 말로 포장된 위로가 넘쳐나는 오늘날, 채현국 선생의 진심 어린 조언과 충고는 젊은이들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간다. 그가 몸으로 직접 겪고 증명한 삶에서 우러나온 조언은 제대로 된 어른을 만나고 싶어 하는 청년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준다. 점점 노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앞에 펼쳐진 기나긴 삶을 지탱해줄, 본받고 배울 만한 ‘롤모델’이 없다는 사실에 갈증을 느끼던 청년들에게 선생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제대로 늙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몸소 증명하는 어른의 등장. 선생에 대한 다양한 반응 중에서 유독 청년들의 관심이 뜨거운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