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계승자 3
지금까지는 서막에 불과했다!
이제 진짜 전쟁이 시작된다
별의 계승자들이 태양계의 상속권을 두고 벌여온 아주 오래된 전쟁
냉전의 한복판에 시대를 거슬러 당도한 과학의 귀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절대로 방심하지 말 것
반전(反轉)에 반전(反戰)을 더한 본격 우주 평화 미스터리!
달에서 발견된 5만 년 전 월인의 수수께끼로 시작된 기나긴 여정이, 마침내 거인의 별에 이르렀다. 2천5백만 년 만에 태양계로 돌아와 지구인과 우정을 쌓고 기약 없이 새로운 고향 ‘거인의 별’을 향해 떠난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들. 뜻밖에 거인의 별에서 날아온 반가운 회신 이후, 지구는 UN 비밀 대표단을 꾸려 새로운 문명과의 접촉을 준비하는데, 사사건건 두 문명 간의 소통을 방해하는 ‘조직’의 존재가 밝혀지고, 두 종족은 힘을 합쳐 어둠의 세력과 맞서는데…. 냉전의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은 지구 문명의 기원과, 인류의 미래를 두고 펼쳐지는 숨가쁜 미스터리. 호모 사피엔스는 언제쯤 진정한 별의 계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야말로 순수한 과학소설이다.
아서 클라크는 이제 자리에서 내려와라!
- 아이작 아시모프
이번에는 진짜 위기를 상대한다!
“더 강해지거나, 싹 달라지거나”
속편의 공식은 주로 두 가지로 나뉩니다. ‘더 강해지거나, 싹 달라지거나’죠. 고전임에도 불구하고 21세기의 한국 SF 독자들을 사로잡은 《별의 계승자》는 시리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후자의 방식을 택했습니다. 애초에 멸망하는 문명의 드라마를 미스터리 소설 형식으로 구성한 뒤, 이를 과학적 추론으로 해결해가는 소설을 또다시 만들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만큼 《별의 계승자》의 완성도가 높았기도 하고,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시 만들어 내려면 아예 새로운 문명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재출발시켜야만 하니까요. 《별의 계승자》가 감동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저 우주의 과거와 태초의 인류 문명이 조우하는 데 있었습니다. 그런데 배경을 아예 바꾸면 인류가 등장하기 어렵고, 그러면 강력한 정서적 동인을 만들어 내기도 어렵죠.
그래서 속편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부터 이 시리즈는 미래를 향해 나아갑니다. 분위기도 살짝 바꾸었죠. 비장한 분위기가 감도는 전작에 비해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은 훨씬 부드럽고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미스터리와 같은 현상들을 과학적 논쟁으로 풀어나가는 시리즈 특유의 개성은 여전했지만, 이러한 장치가 스토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작에 비해 낮아졌습니다. 대신에 《라마와의 랑데부》처럼 외계인의 선진 기술을 인류의 시선에서 관찰하고 묘사하는 일이 추가되었죠. 《별의 계승자》에서 탐정에 가까웠던 지구인 과학자들은 속편에서는 새로운 문명을 탐험하는 모험가에 가까운 역할을 맡습니다. 이때부터 ‘경이로움’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외계인으로부터, 지구의 인류 바깥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주어집니다. 경이로움의 출처를 바꾸는 건 위험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정서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위에서 말씀드렸듯, 《별의 계승자》는 포맷을 반복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닥터 후 같은 전능한 주인공이 우주를 떠돌며 늘 새로운 문명을 만난다는 식의 설정이어야만 가능하겠죠.
그래서 이 시리즈가 선택한 방법은 속편마다 장르를 조금씩 달리하는 것입니다. 일종의 역발상이라고 할까요. 정서적인 통일감을 주는 대신에 이어지는 스토리와 등장인물들로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정서적으로는 오히려 매번 다른 경험을 안겨주는 거죠. 그래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은 역사와 과학을 향한 기묘한 낙관주의 속에서 독자들을 느긋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어쩐지 아서 클라크를 떠올리게 하는 일종의 허허로움이랄까요.
“방대해진 스케일, 폭발하는 갈등”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 이야기 《거인의 별》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어떨까요. 장르 변신이 또 이뤄졌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큰일이 날 기세입니다. 군사 및 정치적 분쟁이 전면에 드러납니다. 전작에서 인류는 가니메데인과 평화롭게 우정을 나누고 그들을 다시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었지만, (인류가 늘 그랬듯) 그런 대단한 존재가 ‘누구와 더 친한가’를 두고 서로를 견제하기 시작합니다. 미국은 UN을 장악하고 가니메데인과 독자적으로 통신을 주고받으려는 소련이 너무 신경 쓰이죠. 그래서 UN의 통신 감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가니메데인과 소통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려고 합니다. 이 통신 장치를 계획하고 만드는 일을 비롯해서, 《거인의 별》에 등장하는 과학적 발상들은 다급한 현실의 위기를 타개하는 데 주력합니다. 이번에 주인공들은 맥가이버 역할을 자주 맡습니다. 게다가 이들 중 일부는 고전적인 스파이 소설 속의 상황을 그대로 연출하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거인의 별》은 확실히 더욱 외향적입니다. 전작 《가니메데의 친절한 거인》에 비해 클라이맥스의 규모도 훨씬 크고, 신기한 외계 기술들을 구경하는 장면들도 더 많이 나옵니다. 특히 갈등구조가 선명하게 드러난 게 특이합니다. 시리즈의 첫 두 권이 가진 기묘한 매력 중 하나가 바로 특별한 갈등구조가 없다는 거였죠. 과학적 논쟁이야 있었습니다만 그것 때문에 누가 다치거나 죽을 위험에 처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치와 군사 문제가 개입하기 시작한 《거인의 별》에서는 잘못했다간 별 몇 개가 날아갈 수도 있는 커다란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 갈등구조는 일단 밝혀지고 나면 선악의 구분이 단순 명확해서 어서 악당을 타도하자는 결론을 향해 달려가지만, 문제는 이 악당들의 정체가 꽤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그 출신부터 최후까지 말이죠. 지구인 주인공들은 이 악당들의 정체를 《별의 계승자》 시리즈 특유의 추론을 통해 발견해내며, 그들과 대항할 방법 역시 같은 방식으로 찾아냅니다. 여기에는 다소 자조적인 성찰이 섞여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가니메데인은 음모나 전쟁 같은 개념을 아예 모르고 살았기 때문에, 악당을 상대하기에는 역사 내내 투쟁과 음모를 거듭해 왔던 지구인들이 훨씬 적합하다는 것이죠.
이렇듯 당면한 위기를 다루는 《거인의 별》은 시리즈의 방향을 새롭게 하려는 의지가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1권’이 가진 독창적인 분위기는 지속적인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별의 계승자》는 냉정한 과학적 방법론과 커다란 정서적 울림을 가진 스토리를 조화시킨 독특한 소설이었죠. 생각해보면 이런 뜨거운 정서적 울림이 한국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은 원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인터스텔라가 대흥행했던 것처럼 말이죠. 《중력의 임무》가 사랑받은 것도 그렇고요. 그러나 《거인의 별》은 좀 더 할리우드식의 위기 탈출 스토리에 가깝습니다. ‘아니 그게 그런 거였어’가 아니라 ‘아니 이거 어떡하지 큰일이다’의 세계로 왔죠. 위기가 가시화되는 부분부터의 가독성은 확실하고, 그 이전에는 외계의 신문물들을 즐겁게 구경하면 됩니다. 아, 그리고 반가운 인물들도 만나셔야죠. 주인공들은 건재합니다. 특히 헌트와 단체커는 더 돈독해졌네요.
“우주 스케일의 위기 대탈출”
《거인의 별》은 다 읽고 나면 말끔하게 이야기 하나를 딱 끝낸 기분이 듭니다. 전개는 단순하지만 깔끔하고, 진실을 찾아내려는 추론 게임은 건재하고, 전작들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몇 가지 의문점들도 모두 해결됩니다. 대신에 새롭게 추가된 숙제와 의문점이 생겼죠. 앞으로 만나게 될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이 의문점들을 또다시 만나게 될 겁니다. 시리즈의 전통이니까요. 아마 분위기는 또다시 약간 바뀔 확률이 높습니다. 1~3권을 모두 읽으신 분들은 소거법을 통해 차기작의 분위기를 예상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여기까지 오신 이상, 이 궁금증 때문에라도 빠져나가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어서 《거인의 별》을, 인류 최고의 학자와 정치가들이 등장하는 우주 스케일의 위기 대탈출 스토리를 어서 만나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