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삶의 공간 아홉산 정원, 그 아름다운 이야기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도시 속 삶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잊은 채 살아가곤 한다. 주변에 핀 꽃 한 송이, 노래하는 새 한 마리에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쳐버린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이 바로 현대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잠시라도 시간을 내어 주변 자연에 고개를 돌린다면 소박하고, 욕심 없고, 순수하면서도 자연의 원칙에 따라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많은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옛 선각자들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속에서도 시공을 초월하는 자연의 지혜를 보았고, 그러기에 많은 이들이 시끄러운 인간 세상을 떠나 산 속에서 정원을 가꾸며 자연과 벗하고자 했다.
이 책 『아홉산 정원』은 금정산 고당봉이 한눈에 보이는 아홉산 기슭의 녹유당에 거처하며 아홉 개의 작은 정원을 벗 삼아 자연 속 삶을 누리고 있는 김미희 저자의 정원 이야기 그 두 번째이다.
녹유당의 작은 정원 9개 중 하나인 ‘아홉산 정원’은 작지만 아름다운 곳으로 봄이 오면 서양산딸나무가 잎도 나지 않은 가지 끝에 하얀 꽃을 수없이 피워내며 수천 마리의 나비가 날아든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또한 도롱뇽, 들고양이, 다양한 산새들 및 벌과 나비 등의 생물들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신들의 삶을 구가하는 곳이다.
이 책은 이렇게 아름다운 전원 속에서 도롱뇽이 막은 수도관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정원 속 나무에 걸어 놓은 돋보기안경을 찾아 해매기도 하는 저자의 일상을 사진작가 ‘장나무별’의 아름다운 정원 사진들과 함께 독자들의 앞에 풀어 놓는다.
한편 이 책은 단순히 저자의 자연 속 느긋한 일상만을 담아내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붉은오목눈이 둥지에 탁란하여 둥지를 빼앗는 뻐꾸기와 태어나자마자 쓸쓸하게 홀로 세상을 떠난 들고양이 새끼를 보며 느긋하게 보이는 자연 속 치열한 삶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또한 그늘에서 자라는 지의류에서 우주의 암흑에너지를, 장독에 드리운 그림자에서 장자의 ‘호접지몽’을 읽어내는 인문학적 사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에도 우주가 있다’는 선현들의 가르침에 접근함과 동시에 동양철학, 진화생물학, 천체물리학, 문화인류학 등을 아우르는 인문학적 사유의 즐거움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는 셈이다.
‘힐링’ 열풍은 지나갔지만 빡빡한 세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힐링을 꿈꾸고 있다. 복잡한 인간사회에 지친 많은 분들에게 이 책 『아홉산 정원』이 마음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가 되기를 바라며 자연의 지혜를 통해 인생의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는 데에 도움을 주길 기원해 본다.
저자소개
글 김미희
미잠 김미희는 부산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동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가드너와 정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초록에 거닐다’라고 풀어 이야기하는 저자의 거처 녹유당(綠遊堂)은 금정산 고당봉이 한눈에 보이는 아홉산 기슭에 자리하며 그대로 정원, 아홉산 정원, 초록의자 정원 등 9개의 작은 정원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자기가 ‘의식 있는 꽃과 나무들이 자라는 아름다운 언덕(미잠 美岑)일지 모른다’고 말하는 그녀는 항상 자연과 가까이하면서 꽃과 나무와 함께 살고 있다. 이 책은 전작 『그대로 정원』에 이어 그녀의 두 번째 책이다.
사진 장나무별
유년시절을 일본에서 보냈으며 부산대학교 대학원 졸업 후 도쿄 소재의 경관설계회사에서 근무 중 동 일본 311 대지진을 몸소 겪은 이후 오늘을 살아가는 인간의 고독과 내면적 상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귀국 후 대구미래대학교 원예디자인과 강의 전담교수와 사단법인 한국원예치료복지협회 울산지부 사무국장을 맡아 식물과 자연을 매개로 하는 휴먼케어 서비스를 통해 수많은 인간의 갈등을 치유해 오고 있다. 그가 SNS에서 진행하는 〈가드닝월드〉는 가드닝뿐만 아니라 원예의 즐거움을 통해 심신의 처방전을 사람들에게 실천하고 있다.
instagram: 가드닝월드
유튜브채널: Gardening World
목차
contents
prologue: 아홉산 정원을 열면서 4
part 1. 봄
정원 14
매화 소식 기다리며 16
희망을 좇아 18
그리움 20
꽃피는 문화 22
욕심 24
봄비 26
정직함에 대하여 30
기인여옥(其人如玉) 32
우주 속의 나 35
봄맞이 36
자두 꽃 첫사랑 38
감자 40
놀라운 새들의 세상 42
개가 풀 뜯어 먹는 이유 45
바빠지는 날들 48
정원에서 물건 찾기 50
니 바보 아이가? 54
목단 56
최소화한 삶 58
잊히지 않는 일 60
허브 세이지 62
파랑새 64
봄날은 가고 67
정답은 없다 69
까마귀 이소하는 날 70
part 2. 여름
관계 76
생존 본능 78
비 오는 날 80
비밀의 정원 82
6월의 녹음 84
정원과 마당 86
매미소리 88
조화로움 91
행복 92
모네 정원 94
정의의 칼 96
파초 100
시골 살이 102
자연도 과학 104
청정한 곳 106
밭으로 간 밥상 109
자기 사랑 110
양대 콩 114
명당 116
아름다움에 대하여 118
산딸나무꽃 나비가 되어 120
갈맷빛 정원 125
서럽기로 치자면 126
곡신불사(谷神不死, 암컷은 위대하다) 128
7월의 어느 하루 132
허브정원 134
모기 136
사위질빵 138
빗소리 140
곧 가을 142
인간사 144
part 3. 가을
무승부 150
풀밭 152
과학도 자연과 함께 154
고양이 죽음 160
고구마 꽃이 피었습니다 165
공자님 말씀 168
여름의 추억 171
단풍나무 172
행복 키우기 176
좀뒤영벌 178
답이 뭘까? 180
사과 182
삶이란 184
감고탈제 186
삶의 흔적 190
가을의 기준 192
인류의 정원 논 195
미래를 향해 198
트럭가게 202
여유 205
오수 208
산은 말이 없다 212
머나먼 여행 214
골디락스 존 216
part 4. 겨울
몽환적인 아침 224
풀뿌리조차 내 가족 226
인간 천성 228
새벽달 230
우주의 보편적 언어 232
진딧물 234
바람 부는 날 236
소나무 전지 238
우리나라 얘기 240
솔방울 242
어떤 하루 245
돋보기 248
어머니의 손맛 250
남의 나라 이야기와 우리 얘기 253
아직 겨울 254
지의류 257
세상 근심 260
안개 낀 연휴 264
봄을 기다리며 268
겨울 정원 273
part 5. 그리고 또 봄
도롱뇽 278
나비의 꿈 280
내 삶의 주인공은 나 282
봄이 오는 소리 285
마음 모아 기도 286
에필로그 290
작품에 대하여 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