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펠탑 아래의 작은 앤티크 숍 (로맨틱 파리 컬렉션 #2)
“키스를 제대로 할 줄 아네요.”
“프랑스 사람이잖아요. 우리가 키스를 발명한걸요.”
로맨스 소설계의 떠오르는 신예 레베카 레이즌의 신작!
‘로맨틱 파리 컬렉션’ 두 번째 이야기
전작 『센 강변의 작은 책방』을 통해 사랑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벌어지는 사랑 이야기를 풀어놓은 바 있는 로맨스 소설계의 신예 레베카 레이즌이 ‘로맨틱 파리 컬렉션’ 두 번째 이야기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봄에서 여름에 이르는 싱그러운 파리가 배경이며 가슴 두근거리는 로맨스는 물론이고 연쇄 보석 도둑을 추리해나가는 흥미진진한 모험까지 함께 펼쳐진다.
이 책은 봄에서 여름까지 파리 골목골목의 눈부신 아름다움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에펠탑, 센강, 샹젤리제 거리, 뤽상부르 공원 등 파리를 여행한다면 꼭 들러볼 주요 관광스폿은 물론이고, 파리지앵들이 실제로 아침 산책을 하고 티타임을 가지는 작은 골목길의 조그마한 음식점이나 와인 바 등까지 등장한다. 이는 파리를 짧게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 파리에 머물며 그 길을 따라 걸어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미식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골동품과 옛 물건을 소중히 여기는 진지한 삶의 태도 등 파리지앵의 삶을 전작보다 좀 더 면밀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눈앞에 그려낸다.
레베카 레이즌은 로맨스 소설의 명가 ‘할리퀸’ 출판사의 떠오르는 신예 작가이다. 그녀는 특정 한 장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여러 인물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시리즈로 엮어낸다. 이 책은 파리를 배경으로 한 ‘로맨틱 파리 컬렉션’ 3연작 중 두 번째 작품이며 강력한 흡입력으로 단숨에 끝까지 읽어 내려갈 만하다.
〈책 속으로〉
나는 원래 처음 만나는 손님에게 몇 달, 어떨 때는 몇 년이 지난 다음에서야 믿음직한 단골고객 없이 올 수 있는 자격을 부여했다. 그런데 아그네스는 처음에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긴 했어도 옛 보물을 이해하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타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루비 이야기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부모님처럼 성실한 성격이었고 진실한 면모가 있었다. 나는 그녀가 부모님의 사랑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개하지 않았던가. 내가 보기에는 그것이 내 보물을 맡겨도 될 만큼 괜찮은 사람의 자질이었다. - 28p
좀 이따가 시장에 가서 싱싱한 저녁거리를 사 와야겠다고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화분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러 발코니로 갔다. 허브들이 하룻밤 새 두 배로 자란 듯 태양을 향해 줄기를 꼿꼿하게 세우고 있었다. 소박한 음식이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데친 후 뵈르 블랑 소스와 한 움큼의 신선한 파슬리를 곁들인 연어. 갓 뽑아서 버터와 섞은 타라곤을 얹은 아스파라거스. 오늘은 훌륭한 요리사이자 오랜 시간을 들여서 내게 프랑스 음식의 기본을 가르쳐준 엄마를 떠올리며 점심으로 비시수아즈(감자와 크림을 넣어서 만드는 수프 ?옮긴이)를 만들어놓고 스토브 위에서 식히고 있었다. 엄마가 봄에 즐겨 만들었던 그 감자 수프는 식었을 때 가장 맛이 좋았는데, 나는 거기에 골파 한 줌을 싹둑싹둑 잘라서 넣었다. - 109p
“우리 이제…….”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트리스턴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조슈아를 보았기 때문에 내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서 무릎을 꿇었을 따름이라는 것을 나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는 내 뺨을 손으로 감싸고 허락을 얻으려는 듯 눈썹을 들었다. 나는 대답 대신 그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갖다 댔고, 눈을 감고 새로운 사람의 느낌을 받아들인 순간 우리 주변의 세상은 멀어져갔다. 내 입술에 닿은 트리스턴의 입술은 부드러웠다 - 223~224p
혼란스러운 마음을 달래며 은은한 조명이 비추고 책을 테마로 한 와인 바로 따라 들어갔다. 묵은 하드커버를 양옆으로 쌓고 그 위에 윤기가 흐르는 나무를 얹어서 벤치를 만든 와인 바였다. 벽에는 파리를 주제로 쓰인 책의 문구들이 적혀 있었다. 이 도시와 사랑에 빠져서 이곳을 배경으로 소설을 탄생시킨 작가들. 파리는 그들의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 흔적은 영영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실린 책은 헤밍웨이의 『파리는 날마다 축제』였다.
위대한 헤밍웨이는 이 도시를 사랑했을지 몰라도 그가 없어도 우리네 삶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가 추억하는 1920년대, 내가 가보고 싶은 그 시절의 파리에 젖어서, 그의 간결한 문장을 통해 대리 체험을 하며 살아가고 있으니 어쩌면 우리네 삶은 그의 그림자와 더불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었다. - 29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