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를 모르겠다
남의 눈으로 살다 잃어버린 나, 어떻게 되찾을까?
내 안의 자기를 지키기 위한 영혼사용설명서
25년간 많은 사람들과 함께 치유와 성장을 일궈온 상담학자 권수영 교수의 영혼을 깨우는 생각 수업. 신간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남의 눈을 의식하느라 자기 자신을 놓치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그동안 소홀히 여겼던 마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자신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용기를 전한다. 저자는 불안심리와 버거운 인간관계 문제를 헤쳐 나가고 낮은 자존감과 잃어버린 주관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을 밝히면서, 스스로를 온전히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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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나, 평가받는 나, 되고 싶은 나…
진짜 나는 어디쯤에 있을까?
오늘도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매끄러운 인간관계를 위해서라면 그런 것쯤은 일도 아니다. 웬만한 일에는 얼굴 붉히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길 줄 아는 것도 성숙한 사회인의 미덕. 그렇게 자신이 만들어낸 ‘가짜 자기’로 살아가다 보면 진짜 내 마음을 들여다볼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나도 나를 모를 지경이 된다. 분명 열심히 애쓰고 있긴 하지만 무언가를 상실한 듯한 느낌을 떨칠 수 없고, 몸만 지금 여기에 있을 뿐 영혼 없이 건성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버릇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면? 이런 상태를 두고 저자 권수영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좀비의 예비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다움을 잃어버린 채로 신체만 존재하는 좀비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소리다.
25년 동안 심리상담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본 저자는 《나도 나를 모르겠다》에서 ‘자기’의 뿌리가 되는 ‘영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영혼’ 하면 죽었을 때 몸에서 빠져나오는 기운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자가 말하는 영혼이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내면의 거울’로, 살아 있을 때 활발히 사용해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다.
두뇌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도 많고, 튼튼한 신체를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영혼을 위해 무언가를 투자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영혼은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79쪽)
내 영혼의 힘이 미미해지면 나를 둘러싼 사람들은 순식간에 대상화되고 만다. 그래서 내 안에서 영혼이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나 자신보다도 오히려 상대방이 먼저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영혼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결국은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의 가치와 판단에 의거해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 바로 이것이다. 저자는 질문을 던진다. 평가받은 성적으로 살고, 학교 졸업장으로 살고, 상급자의 실적 평가로 살아야 하는 인생이 행복할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써먹을 것인가, 썩힐 것인가?
나를 위한 숨은 영혼 찾기
나의 가치를 정하는 기준이 외부에 있는 한 아무리 마음을 다독이더라도 심리적인 갈등이나 삶의 허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저자는 “나 자신을 가장 안전하게 사랑하고 돌보아줄 대상은 내 안에 있”으므로 타인이 아닌 나만의 관점으로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물론 이는 쉽지 않다. 대개 우리는 남이 보는 나를 생각하며 사는 데 익숙한지라, 타인의 영향권 밖에 있는 진짜 나에게 말을 걸어보는 일은 이제껏 해보지 못한 난제일 수 있다. 대학을 정하고 전공을 선택할 때도 성인이 되어 직장을 구하고 결혼할 상대를 만날 때도 부모와 가족,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을 만한 어떤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외부적인 시각의 영향권 바깥에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의 나, ‘나다운 나’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특히 자존감이 떨어져 있거나 감당하기 힘든 불안을 떠안고 있거나 인간관계에서 깊은 상처를 입은 이들에겐 '나를 찾아가는 길'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만만치 않은 길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 해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타인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자신의 느낌’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과거에 그 '느낌’이 부정적으로 작용해 나를 오랫동안 짓누르고 괴롭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바로 그 ‘느낌’을 다시 새롭게 쌓아간다면 상황은 점차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친절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인생에 영향을 끼치는 많은 부분이 의외로 ‘생각’이 아닌 ‘느낌’에 달려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세상의 많은 책들이 '나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런저런 인생처방을 내놓고 있지만,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지금 이대로 충분히 괜찮다”며 섣부른 위로를 건네거나 언젠가는 반드시 괜찮은 나로 살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하지 않는다. 그 대신 내 몸이 살아 움직이도록 애니메니션하고 나와 타인을 긴밀하게 연결해주는 '영혼'을 통해 인생의 주인으로 살기 위한 가능성을 탐색한다. 생명을 느끼고 나누는 호흡법을 틈틈이 실천하고, 어릴 시절에 이미 가지고 있었던 상상의 힘을 되살리고, 자기 자신에게 따뜻한 ‘말-숨’을 불어넣으며 사랑하는 이와 살갗의 온기로 어루만지는 일들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며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설명한다.
나의 한계점은 지속적인 성장의 시작점이기에
“나는 새롭게 완성될 수 있다”
이 책을 쓴 권수영 교수는 여러 학문 분야의 경계를 넘나드는 학자로, 종교사회학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정신분석학의 세계를 접한 뒤 기독교상담학을 전공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양한 심리실험과 심리이론을 비롯해 철학, 신경과학, 신학 등을 바탕으로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다른 동물 또는 인공지능 로봇과는 어떤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면서, 자기(The Self)를 완성해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흥미로운 영혼사용법들을 제시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치유와 성장에 관한 심리서이면서, 상담학자이자 종교심리학자로서의 신념과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풍성하게 녹아 있는 인문 에세이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아는 나를 성급히 완료형으로 판단할 필요가 없으며,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참 자기'를 지향하고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히 잘난 구석이 없는 것 같고 남에게 그럴듯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지는 말자. 분석과 비교에 능한 이성이 자꾸 그렇게 부추기더라도, 영혼의 지향성에 의해 나 자신이 오늘도 새롭게 완성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다가올 내일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겨나게 된다.
‘영혼’은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자산이지만 누구나 이를 십분 활용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잊고 있던 영혼의 위력을 일깨우는 이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뻐근한 자각을 디디고 넘어서서 ‘이제 나를 제대로 알고 싶다’는 의욕을 싹 틔울 수 있을 것이다.
추천사
‘나’라는 존재는 여럿 있습니다. 아무런 생각 없이 외부에 반응하며 일희일비하는 ‘수동적인 나’,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전략적인 ‘상대적인 나’, 그리고 스스로에게 유일하고 감동적인 자신을 만들기 위해 매일매일 수련하는 ‘위대한 나’입니다. 《나도 나를 모르겠다》는 위대한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을 떠나도록 우리의 손을 잡아주는 친절한 안내서입니다.
배철현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수련》 저자
자존감은 떨어지고 우울감은 증대되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서로 다시 연결되고 더 깊은 곳에서 영혼의 치유를 받을 수 있는지 알려주는 소중한 책입니다. 혹시 자신의 삶이 여러모로 소외되었다고 느끼거나, 남들의 평가로 인해 상처를 받았거나, 혹은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마음이 하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권수영 교수님의 영혼을 다시 일으키는 말들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저자
책 속에서
나의 숨은 꼭 내 소유만이 아니다. 때로는 같은 집 안에서 가족들과, 교실 안에서 친구들과, 혹은 사무실 안에서 동료들과 나누어 쓰고 있는 생명의 자원이다. 이렇게 ‘나와 너(I and thou)’를 연결하는 영혼의 거울을 적극 활용한 호흡은 생물학적인 숨인 동시에 심리적이면서 사회적인 숨이 된다. 내 몸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과의 나눔을 상상하면서 호흡하는 숨쉬기는 영혼의 기능을 풍성하게 활성화하는 가장 기초적인 준비 운동이다. _42쪽
스물다섯 살의 건장한 철도회사 노동자였던 피니어스 게이지는 발파 작업을 하다가 큰 사고를 당했다. 무시무시한 쇠막대가 머리의 앞쪽 부분을 뚫고 지나간 것이다. 머리뼈가 손실되고 전전두엽에 손상을 입긴 했지만 다행히 그는 생명을 잃지 않고 기적적으로 소생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믿음직스럽고 성실했던 게이지가 마치 딴사람처럼 변해버렸다. (……) 도덕성이 교육이나 훈련 혹은 종교적인 실천을 통해 고양된다고 믿었던 철학자들이나 종교학자들은 심각한 난제에 부딪히고 말았다. _65쪽
본디 완벽성이라는 잣대는 늘 객관적인 타자를 상정할 때 생기는 척도다. 타인의 눈이 있을 때나 완벽함이 중요한 것이지, 혼자 있으면 그렇게까지 의미 있지 않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편안함’이다. 나의 이데아는 그저 나이기만 하면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독특한 나의 모습이다. _91쪽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당신은 질문을 하고 싶을 때 아무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질문할 수 있었는가?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가 미리 걱정된다면, 질문할 의지가 바로 꺾이고 만다. 주관성은 이내 약화된다. 당신이 예리한 질문을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이해력이 부족해서 주관성이 없는 것이 아니다. 여러 친구들 앞에서 그리고 선생님과의 관계에서 당신 자신이 느끼는 감각이 바로 주관성의 강약을 좌우한다. _130쪽
나는 침대에 엎드려 잠든 아이의 등을 몇 번 쓰다듬었다. 그러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는데,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 “계속 등 좀 쓸어줘요, 아빠.” (……) 같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딸이 잠들 때마다 등을 쓸어주기 시작했고, 때로는 아침에 딸을 깨우러 가서도 등을 쓰다듬어주는 일이 습관처럼 되었다. 그러자 거짓말같이 아이가 서서히 살아났다. 나는 앞으로는 내 딸이 친구들에 비해 못난 점을 찾기보다는 자신이 자신다운 것이 무엇인지 느끼기를 바랐다. 우리 딸에게 어떻게 그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_143쪽
영혼은 사용하면 할수록 더욱 풍성해지는 신비스러운 내면의 힘이다. 영혼은 자아상이라는 이름의 캔버스에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고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각 신체기관을 연결해 움직이게 만드는 영혼은, 캔버스에 자신을 새롭게 그려나가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이때 그림을 그리는 기술이 바로 호흡이다. 숨을 통한 상상은 죽어 있는 것들을 살려낸다. _168쪽
토론을 마쳐갈 즈음에 교수님은 실제로 본인이 사용한 적이 있는 이혼예식의 실례를 제시했다. 마치 결혼서약처럼 남편과 아내의 이혼서약도 포함되어 있어서, 나는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에 이르렀다.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남편 ○○은 이제 전 부인 ○○을 평생 친구로 삼아……”로 시작되는 서약이었다. (……) 이제 오랜 세월이 흘러서, 그 당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던 나는 부부 및 가족상담 세미나를 개설하는 교수가 되었다. 그때 그 교수님이 왜 이혼을 앞둔 부부에게 그러한 예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제안했는지 이제야 비로소 짐작이 간다. _179쪽
과대 자기를 지니고 사는 이들은 겉모습과는 달리 속으로는 엄청난 수치스러운 경험을 안고 사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예를 들자면, 어린 시절 부모에게 매를 지독하게 많이 맞아서 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가득한 이들은 겉으로는 완전히 다른 가공의 자기를 연출한다. 엄청 힘이 센 척을 하기도 하고 지적인 모습을 연출하거나 거의 분장에 가까운 화장을 즐기기도 한다. 과대 자기는 부끄러움을 잘 모른다. 어느새 자기 자신도 과대 자기에 현혹될 만큼 진짜 자기와 과대 자기를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_229쪽
가장 똑똑하다는 소형 인공지능 기기를 앞에 놓고 간단한 감정적인 대화부터 시도해보았다. 제일 먼저 내가 건넨 말은 “I am lonely!(나는 외로워!)”였다. 인공지능 기기는 주저하지 않고 내게 이렇게 답변했다. “I don’t know about that!(그건 내가 잘 모르겠고!)” 사실 놀랄 것도 없다. 아직 그 인공지능 기기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 대해 대처할 정보가 준비되지 않았던 것이다. (……) 가슴 깊숙이 자리 잡은 핵심 감정까지 함께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감성로봇은 찾기 힘들다. 화가 난 것처럼 보이는 내가 사실은 오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심한 모멸감과 창피함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이다. _242~243쪽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정작 우리에게 소소한 행복감을 주는 것은 머리를 쓰는 일이 아니라, 가슴이 움직이는 일이라는 사실을 점차 깨닫게 된다. 자기심리학을 창시한 하인즈 코헛은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특별한 산소 하나가 더 필요하다면서, 인간은 생물학적인 산소 말고도 ‘심리적 산소’가 충분히 제공되어야 인간답게 사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인간은 그저 숨만 쉰다고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며 교감할 때 제대로 인간답게 살 수 있다. 나는 이를 ‘영혼의 숨’이라고 부르고 싶다. _252~25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