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여행법
앞선 소비 트렌드,
브랜드 경험,
투자감각까지,
마케터가 유럽으로 떠나야 할 이유입니다
먹거리에서 라이프스타일까지, 파리 사는 마케터의 유럽 마트 관찰기
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금상을 수상한, 마케터의 유럽 마트 관찰기. 저자는 파리에서 생활하며 유럽 마트와 슈퍼마켓에서 얻을 수 있는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차곡차곡 기록했다. 마트는 한 사회의 소비자와 브랜드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자 소비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이다. 개인의 경험이 새로운 비즈니스로 이어지는 지금, 저자는 관찰을 통해 소비의 흐름과 숨겨진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마케터에게 요구되는 역량이라 말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마케터의 여행법’은 다양한 마케팅 사례를 직접 경험함으로써, 남들과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해석하는 감각과 기업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을 키우는 힘이다. 마케터와 신사업 기획자는 물론, 유럽 기업과 브랜드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유럽 마트에서 소비의 흐름과 변화를 읽다
전 세계에서 유기농 제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기록을 보유한 덴마크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이야마, 파리의 거대한 식료품점 그랑드 에피세리, 냉동식품 전문 슈퍼마켓 삐꺄, 독일의 도심형 할인 슈퍼마켓 알디 … 이 책은 다양한 유럽 마트를 배경으로 시작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먹거리와 마실거리, 소비자, 직원, 설비, 결제수단, 서비스, 광고 등 유럽 마트의 모든 것을 경험하고 관찰한 기록을 통해, 소비 트렌드와 투자기회를 발견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유럽 마트일까?
우선 마케터에게 마트와 슈퍼마켓은 무척 유용한 공간이다. 마케터의 호기심을 자아내는 흥미로운 먹거리와 함께 유럽 소비자들이 어떤 식자재를 선호하고 어떤 방식으로 장을 보는지 엿볼 수 있다. 제품 포장 및 디자인, 공정무역, PB, 간편식, 유기농,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앞서 있는 매력적인 먹거리와 식품 브랜드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은 국가 별로 문화, 소득 수준, 라이프스타일 등이 매우 달라서 여행하면서 다채로운 마트와 슈퍼마켓들을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음으로는 앞선 소비 트렌드를 먼저 접함으로써 좋은 투자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 마트는 한국 최고 유통기업의 경영자도 주기적으로 둘러볼 정도로 앞선 소비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트렌드를 미리 볼 수 있으면 어떤 기업이 성장할지도 예측할 수 있다. 가령 유럽 마트에서 친환경 식품 소비가 증가하는 흐름을 관찰하고, 이러한 경향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 친환경 식품 원료를 생산하는 기업의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 예측할 수 있다. 즉 투자하는 마케터는 브랜드 가치 변화를 읽는 눈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앞선 소비 트렌드, 브랜드 경험, 여기에 투자감각까지,
마케터가 유럽으로 떠나야 할 이유입니다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은 유럽의 브랜드에 대해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브랜드’라는 개념이 탄생한 곳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본고장 파리, 각종 빈티지 브랜드로 가득한 런던, 미니멀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의 도시 코펜하겐… 마케터라면 방문해야 하는 브랜드의 교본 같은 도시들이 유럽에 즐비하다. 유럽 기업들이 유서 깊은 브랜드를 관리하는 법,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키워내는 법, 브랜드를 매각하거나 외부 브랜드를 인수함으로써 기업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는 법 등을 눈앞에서 관찰할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유럽의 여러 도시를 마케터뿐 아니라 투자자 관점에서 풀어낸다. 투자감각이란 결국 투입되는 자본, 시간, 노력 대비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역량일 것이다. 작은 국가들로 이뤄진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거대한 내수시장도 없고 노동력, 지하자원, 자본력 등도 풍부하지 않다. 유럽에서는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블록버스터급 브랜딩 대신 저비용 고효율의 창의적인 브랜딩 전략이 선호된다.
《마케터의 여행법》은 마케터의 유럽 마트 관찰기이자, 관찰을 통해 소비 트렌드와 투자기회를 발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다. 1부에서는 소비, 심리학, 브랜딩 관점에서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소소한 여행기술, 2부에서는 유럽 마트 및 슈퍼마켓을 관찰하며 발견한 소비 흐름과 투자기회, 3부에서는 유럽 식품 브랜드를 실제로 경험하며 발견한 브랜딩 전략과 숨겨진 기회에 관해 다룬다. 소비 트렌드와 투자에 관심 있는 이들, 여행을 하면서 순수한 여행의 즐거움 외에 무언가를 얻고 싶었던 이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다.
책 속에서
현대 미술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의 욕망에는 자본이 몰리는 법이므로 투자를 위해서는 동시대인들의 다양한 욕망을 알아야 한다. 예술가들은 섬세하고 예민한 감각의 소유자들이어서 타인의 욕망을 읽는 능력이 탁월하며, 그 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욕망이 투영된 작품들을 선보인다. 현대 미술관은 소비자 욕망을 파악하기에 최적의 공간인 셈이다.
유럽에는 좋은 현대 미술관이 워낙 많다. 또한 유럽의 현대 미술관 가운데는 새로운 문화적, 사회적 트렌드를 소개하는 기획 역량이 탁월한 곳이 많다.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파리의 까르띠에 재단 뮤지엄Fou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코펜하겐의 루이지애나 뮤지엄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등이 대표적이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와 테이트 모던의 전시는 현대 미술관에서 어떻게 투자기회를 발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영국 아티스트인 데미안 허스트는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현대 미술 아티스트로, 죽음을 주제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왔다. 1992년 테이트 모던과 기획한 ‘약국Pharmacy’이라는 전시에서는 알약을 활용한 회화와 설치미술 등을 통해 영원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 그 해결방안으로 여겨지는 약에 대한 맹신과 모순 등을 표현해 큰 화제가 되었다.
그런데 뛰어난 투자가라면 데미안 허스트의 약국 시리즈가 표현하는 인간의 욕망에서 제약 및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치를 읽어낼 수 있지 않을까? 영원히 살고 싶은 인간의 욕망과 약에 대한 맹신은 곧 제약 업체의 거대한 수요와 높은 마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 1부 ‘공간: 마케터가 현대 미술관에 가야 하는 이유’
삐꺄와 막스앤스펜서가 프랑스에서 경쟁업체들을 제치고 간편식 시장의 선두로 올라설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일단 제품 경쟁력이 월등하다. 일반적인 유통업체와 달리 삐꺄와 막스앤스펜서는 급속냉동 기술, 가스치환 기술 등 편의성을 높이고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R&D에 많은 자금과 시간을 투자한다. 생산 자체는 OEM 형태로 이뤄지지만, 간편식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핵심기술을 직접 확보해 협력업체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또한 간편식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식자재들의 원산지를 특정 지역으로 제한하고, 포장 및 용기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 과정에서 음식의 맛을 놓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노력이 제품 경쟁력이 되었다.
둘째, 두 기업의 성공은 무엇보다 소비자와의 높은 접근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어느 소비재나 그렇겠지만 간편식은 소비자와의 접근성이 더욱더 중요하다. 이는 소비자들이 간편식을 구매하는 패턴 때문인데, 많은 사람들이 퇴근길에 그날 저녁과 다음 날 아침에 먹을 간편식을 사서 집으로 간다. 그러므로 주거지역과 가까운 지하철역 인근에 매장이 있어야 한다. 두 기업이 지속적으로 더 작은 매장, 주거지역과 더 가까운 매장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점점 가치가 하락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삐꺄와 막스앤스펜서 같은 간편식 매장의 가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간편식 수요가 증가하는 수준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간편식이라는 특정 제품 카테고리가 유통업태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산업을 변화시킬 만큼 영향력 있는 제품을 초기에 알아보는 것이 곧 시장을 보는 안목이다. 아이폰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사람들이 애플, 삼성전자 및 관련 부품 기업들에 투자해둔 것처럼 말이다.
- 2부 ‘삐꺄, 막스앤스펜서: 경쟁의 공식을 바꿔놓은 간편식’
때로는 한 사회에 다른 사회의 문화가 유입되면 새로운 컬처 코드가 형성된다. 일본 문화가 유럽에서 고급문화로 소비되기 시작하면서 하나의 컬처 코드로 자리 잡은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새로운 컬처 코드가 생겨나면 기업들은 이를 마케팅에 활용한다. 가령 프랑스의 럭셔리 차 브랜드인 마리아주 프레르Mariage Freres에서는 매해 봄 벚꽃 한정판 차를 출시한다. 유기농 녹차 베이스에 벚꽃을 블렌딩한 제품으로, 차의 향 못지않게 벚꽃을 형상화한 용기와 포장 디자인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벚꽃이 프랑스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었던 데에는 봄에만 피는 한시성이 한정판에 적합하며, 무리 지어 피어난 꽃의 아름다움이 인스타그램 등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에 잘 어울린다는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원적인 요인은 프랑스의 재패니메이션 키즈가 주력 소비층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재패니메이션 키즈란 어린 시절 일본 만화 또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현재 북미와 유럽의 20~30대 중 상당수가 재패니메이션 키즈에 해당된다.
- 3부 ‘마리아주 프레르: 앞서가는 브랜드 매니저는 문화를 읽는다’
여행을 하면서 새삼 느낀 사실은 유럽이 투자감각이 뛰어난 사회라는 것이다. 투자감각이란 결국 투입되는 자본, 시간, 노력 대비 높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역량일 것이다. 작은 국가들로 이뤄진 유럽은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거대한 내수시장도 없고 노동력, 지하자원, 자본력 등도 풍부하지 않다. 그런 터라 보유하고 있는 것들을 효율적으로 쓰는 과정에서 투자감각이 발달한 것 아닐까?
이러한 투자감각은 유럽 기업들의 브랜딩 방식에도 투영되어 있다. 미국처럼 막대한 자본을 쏟아붓는 블록버스터급 브랜딩 대신 저비용 고효율의 창의적인 브랜딩 전략이 선호된다. 한국 역시 가진 것이 많은 나라는 아닌 만큼 유럽을 여행하면서 배운 그들 특유의 투자감각은 한국의 마케터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 에필로그 ‘마케터에게, 유럽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