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의 끝에서 개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
성기게 뜬 목도리처럼 따뜻한 소설”
펫 테라피스트, 펫 간호사 자격증을 가진 작가 다키모리 고토에게 반려 동물은 가족 그 이상의 존재다.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는 어머니 덕분에 그녀의 삶에는 개나 고양이뿐 아니라 토끼와 앵무새 등 동물이 늘 함께했다. 그런 그녀가 들려주는 동물과 인간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이번 책 『고독의 끝에서 개가 가르쳐 준 것』 에는 전작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 준 소중한 것』에 등장하는 청년 히로무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온다.
캠핑카를 개조하여 이동도서관을 하는 54세의 미츠 씨와 부모의 얼굴도 모른 채 보육시설에서 자란 초등학교 5학년생 히로무. 두 사람은 불꽃놀이 축제 날 좁은 창고에 갇혀 사는 개 한 마리를 구하려 계획을 세우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만난다.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와 가난한 연인들, 가슴 아픈 비밀을 간직한 가족, 사라진 노부부와 사랑스러운 소년의 이야기가 어느새 하나로 이어져 완결된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매 장면마다 화자가 바뀌면서 스토리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탄탄하고 흥미롭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마음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희망을 품게 하는 소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행복한 사람보다는 결핍이 있는 사람들, 더 나아가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다. 비밀을 간직한 이동도서관 관장 미츠 씨와 세상의 모든 고독을 짊어진 듯한 소년 히로무, 집을 나가 소식이 없는 아들을 염려하고 기다리는 아버지, 여자 친구를 사랑하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루게 돕고 싶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청년, 어릴 적 부모의 자살을 목격한 남자, 치매로 기억을 잃어 가는 아내를 지켜보는 노인...... 하지만 이들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하여 좌절의 순간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고독의 끝을 헤매는 사람에게 개가 가르쳐 준 것
세 편의 이야기에는 주인공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세 마리의 개가 등장한다. 창고에 갇힌 채 하늘 한 번 보지 못하고 사는 개, 주인의 학대로 세 발이 된 개, 경찰견이었다가 은퇴한 개. 각각 사연은 많지만, 주인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반려견들이다. 누군가는 그저 반려견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기도 하고 반려견의 존재로 인해 가족의 끈이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개들은 그 어떤 고독과 절망의 순간에도 인간과 동물이, 인간과 인간이 서로의 체온을 나눌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진심은 전해진다!
뭉클한 감동으로 마음이 맑아지는 이야기
번역가 권남희 씨는 이 소설을 번역한 후 “보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TV 프로그램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평했다. 소설 속에 많은 사건이 있지만 어른을 위한 동화처럼 소박하고 단순한 문체로 쓰여져 쉽게 읽히면서도 뭉클한 감동이 있다. 한 번 잡으면 단숨에 끝까지 읽게 되고, 읽고 나면 마음이 씻긴 듯 맑아지는 잔잔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삶과 가족에 대해, 반려동물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았지만 문득 외로운 나 자신에게, 혹은 마음 속에 다정히 떠오르는 누군가에게 선물해도 좋을 책이다.
책 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들과 출발선이 다르다. 원장의 사고방식은 인생의 출발선이 행복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출발선은 부모에게 버려진 데서부터였으니 제로 이하의 최악이다. 그런 최악인 인생에서 내일의 희망을 가지라고 한다고 희망이 생길 리 없다.
- 「하늘을 모르는 개」 중에서
남에게 미움받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남한테 환심을 사려고 하지도 않지만, 히로무도 마찬가지로 남한테 환심 사는 태도를 보인 적이 없다. 과거, 규칙을 우선하여 살았던 나는 열한 살 히로무의 그런 점에 동경조차 느꼈다. 어쩌면 그가 계속 파 온 고독이라는 이름의 마음의 구멍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을지도 모른다.
- 「하늘을 모르는 개」 중에서
각자 고독의 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라는 실을 엮기 위해 두 사람과 한 마리의 개는 집으로 돌아갔다.
-「세 발의 영웅」 중에서
이 사람은…… 너무 착해서 괴로운 거다. 보통 사람이라면 힘들다고 생각하면 일을 무책임하게 그만둔다. 그것은 전혀 나쁜 일이 아니다. 살기 위해서는 도망쳐야 할 경우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사람은 절대 도망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서도록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고 괴롭혔다.
지금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지 않으면 이 사람은 진짜 죽는다.
-「나의 K-9」 중에서
죽으려고 했던 사람이 무슨 걱정을 합니까. 지금 정말로 죽었다면 민폐고 뭐고 없겠죠? 죽어 버렸으니까. 일은 다른 사람 찾아서 어떻게든 하겠죠? 어떻게든 다 돼요. 세상없는 일이 생겨도 다 어떻게든 된다고요.
-「나의 K-9」 중에서
그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하겠다. 그러나 무엇을 해도 과거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슬픔은 끝없는 늪처럼 영원히 묻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의 K-9」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