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생애 첫 소설집
오스카상을 수상한 세계적 배우, 작가로 다시 태어나다
‘타자기’에 영감을 받아 써 내려간 17편의 이야기
향수 어린 아날로그적 감성, 유쾌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미국인의 삶
★☆★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 세계 10여 개국 번역 출간 중 ★☆★
1956년 미국 캘리포니아 태생의 배우로, 우리에게도 어느덧 친숙해진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 1980년 호러 영화 [어둠의 방랑자]의 조연으로 데뷔한 이래 [빅], [필라델피아], [포레스트 검프] 등의 화제작에 끊임없이 출연해온 그는 1994·1995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에 만족하기는커녕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감독, 애니메이션 성우, 제작사 ‘플레이톤’을 설립해 제작자로도 활약하며 다재다능함을 증명해온 그가 자신의 커리어에 또 하나의 타이틀을 추가했다. 그동안 틈틈이 집필한 소설 17편을 모은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선보이며 한 사람의 작가로서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키게 된 것이다.
미국 현지에서 2017년 10월 17일 출간에 앞서 『USA 투데이』가 발표한 ‘2017년 가을 가장 기대되는 책 10선’에 선정된 이 소설집은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미국의 ‘국민배우’ 차원을 넘어서 세계적인 인지도와 인기를 자랑하는 배우 톰 행크스가 작가로서의 재능까지 지녔다는 사실에 ‘하느님은 불공평하다’며 탄식하는 질투 어린 호평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유려한 필력으로 완성도 있는 이야기들을 쏟아낸 그를 “타고난 스토리텔러”라고 칭하며 앞으로의 행보에 기대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톰 행크스의 이 데뷔작은 발간되기도 전에 1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으며, 현재 세계 각국에서 번역본이 잇따라 출간되며 팬들의 열띤 반응을 얻고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면서 어느덧 장인 정신과 노스탤지어를 상징하는 물건으로 자리 잡은 타자기의 애호가이자 수집가 톰 행크스. 그는 타자기에 영감을 받아 써 내려간 이 책을 통해 작가로 첫발을 내딛으며 “타자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각기 다른 타자기들로 썼을 법한 다양하고 기발한 이야기”를 선보이겠노라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그토록 많은 성공을 거뒀음에도 왜 지금에 와서야 소설로 눈을 돌리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나는 훌륭한 이야기꾼들과 평생을 함께해왔고, 이제는 열정적인 학생처럼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기 때문”이라고 답하며 본격적으로 창작에 임하는 신인 작가로서 충만한 의욕을 보여주기도 했다.
타자기를 매개로, 각기 다른 시대와 공간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을 그려낸 이 소설집에는 섬세한 감수성을 지닌 성실한 배우 톰 행크스의 성향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유쾌하고 재치 넘치는가 하면, 안타까운 상황이 시원하게 해결되기도 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끔찍한 악몽처럼 변하기도 하며, 때로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는 이야기들을 통해 사랑과 우정, 용기와 도전 정신, 선의와 믿음, 그리고 노스탤지어를 일깨우는 매력적인 작품집이다. 톰 행크스의 배우로서의 경험은 물론이고, 다방면에 걸친 취향과 지식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이 소설집은 한국의 팬들을 깜짝 놀라게 해줄 뿐만 아니라 즐겁게 해줄 것이다.
감성과 품격을 지닌 스토리텔러의 탄생
평범한 일상 속에 숨어 있는 것들을 파헤치는 예리한 시선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가 연애를 시작하면서 빡빡한 데이트 일정을 함께하게 된 남녀. 2차세계대전에서 입은 정서적·신체적 상처를 보듬으며 살아가는 재향군인. 블록버스터 영화 출연으로 갑자기 스타덤에 올라 눈이 핑핑 돌아가는 영화 홍보 여행에 나선 풋내기 신인 배우. 아날로그식 관점으로 현대 사회를 들여다보는 지역 신문의 칼럼니스트. 서핑을 하러 해변에 갔다가 아버지의 비밀스러운 사생활을 목격하고 동요하는 청년. 이혼한 뒤 낯선 동네로 이사 와 새로운 이웃에 적응해가는 중년 여성. 뒤뜰에서 맥주를 마시며 달을 올려다보다 즉흥적으로 우주여행 계획을 세우고는 그것을 실현하는 네 친구. 땅을 매입하러 여행길에 올랐다가 쇠락해가는 한 모텔에서 로맨스와 삶의 진실한 가치를 발견하는 괴짜 억만장자와 그의 충실한 비서. 공산주의자들에게 쫓기다가 가족까지 잃고 뉴욕으로 밀항해 새로운 삶을 꿈꾸는 불가리아인 남성. 퍼펙트게임을 연이어 기록한 일을 계기로 ESPN의 볼링 쇼에 출연해 유명인사가 되었으나 볼링을 치는 진정한 기쁨을 잃어버리고 만 아시아계 청년…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의 면면이다. 톰 행크스는 깊은 애정과 해학 그리고 통찰로 이 모든 상황을 날카롭게 해부하여 인간의 조건과 불완전함을 드러낸다. 옴니버스 영화처럼 서로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가지각색의 재미를 제공하는 17편의 이야기는 미국인들의 삶과 희로애락을 공통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193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뉴욕과 라스베이거스, 교외의 주택가, 서퍼들이 모여드는 해변 등을 배경으로 여러 인종과 연령, 계층의 인물들을 망라한다. 특히 친구지간으로, 부동산 중개인이지만 어머니에게서 받은 유산 덕택에 반半백수처럼 살아가는 ‘나’, 지나치리만큼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래픽 디자인 회사 경영자 애나, 미국 시민권을 막 따낸 사하라 이남 출신의 엠데시, 엠데시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아시아계 볼링 천재 스티브는 총 세 편의 소설에 등장한다. 모두 이민자의 후손으로 다인종 국가 미국 혹은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하는 이 네 사람의 이야기는 절친한 친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시트콤이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보는 듯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네 차례 등장하는 신문 칼럼 스타일의 글로, 냉소적이지만 유머러스하게 미국 사회의 단면을 묘사하며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행크 피셋과 함께하는 우리 동네 소식’도 이 책에 독특한 짜임새를 부여하며 읽는 맛을 더해주는 대목이다.
장인 정신과 개성, 옛것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타자기가 지닌 가치의 세계로 우아하게 도달하다
유쾌하고 감동적이며 때때로 애수에 잠기게 하는 이야기들 속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타자기가 어김없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주역으로 또는 조연으로 때로는 단역처럼 스치듯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는 데 익숙해진 지금, 왜 하필 ‘타자기’일까?
평소에 타자기를 곁에 두고 일기나 편지, 초대장 등 모든 형태의 글을 즐겨 써온 톰 행크스는 열광적인 타자기 애호가다. 1978년부터 세계 각지의 빈티지 타자기를 100대 넘게 수집해온데다 타자기를 관리하고 보관하는 일에도 각별한 정성을 쏟고 있다(각 단편의 도입부에는 그가 소장한 로열, 헤르메스 2000, 언더우드, 올림피아, IBM, 해먼드, 레밍턴, 콘티넨털, 올리베티-언더우드 등의 타자기 사진이 수록되어 있다). 2013년 8월 3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에세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타자기 기종에 대해 이야기한 톰 행크스는 타자기를 치다가 눈을 감고 그 소리를 듣다 보면 마치 마음의 대장간에서 글을 뜨겁게 다듬는 ‘대장장이’가 된 기분이라며, 타자기를 두드리는 손의 움직임과 감촉을 통해서도 즐거움을 맛본다고 고백했다. 그는 타자기로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열망에서 2014년 8월에는 아이패드용 타자기 앱 ‘행스 라이터Hanx Writer’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래된 학교 타자기를 모델로 한 이 앱은 소리와 감촉으로 타자기를 실제로 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해준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타자기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실연으로 인한 공허함을 달래게 된 젊은 여성의 일화를 그린 [내 마음의 명상록]에서는 타자기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 단편에서 타자기는 잃어버린 소중한 가치를 환기하며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특히 ‘레밍턴 7’, ‘헤르메스 2000’, ‘로열’ 등의 오래된 수동 타자기가 각기 어떤 자판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떤 활자체의 글을 써내는지, 어떤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조작해야 작동되는지에 관해 소상히 서술된 대목에서 타자기에 대한 톰 행크스의 애정과 내공이 빛을 발하고 있다.
글쓴이의 지문을 남기듯이 누가 쓰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느낌의 글을 만들어내며, 아날로그 시대의 글쓰기에 대한 추억을 반추하게 하는 타자기. 이 소설집을 읽고 나면 타자기를 사용해본 기억이 있는 사람은 물론, 구경조차 제대로 못해본 사람도 옛것이 주는 안온한 매력에 감화되어 직접 타자기로 글을 써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폭넓은 스펙트럼, 노련한 필력, 감각적인 대화
진지한 작가의 참된 자질을 입증한 톰 행크스의 저력
톰 행크스는 2014년 10월 27일자 『뉴요커』에 단편소설 [앨런 빈 외 네 사람]을 발표했고 이에 주목한 편집자의 제안을 받아들여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집필하게 되었다. 2015년부터 휴가 때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을 오가며 영화 촬영에 임하거나 홍보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도 오전 시간을 할애해 글을 써왔다고 한다. 사실 그가 글을 쓴 것은 꽤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1996년 개봉한 영화감독 데뷔작 [댓 씽 유 두]의 시나리오를 집필한 바 있고, 이 책에 실린 시나리오 형식의 단편 [어서 오세요!]는 1998년에 쓴 초고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다 보면 톰 행크스의 배우로서의 오랜 경험, 그동안 몰두한 주제와 관련된 풍부한 소양이 두루 반영되어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는 신인 영화배우의 고단한 여정을 그린 [파리에서의 마지막 홍보 여행], 뉴욕으로 상경해 배역을 따내려고 고군분투하는 뮤지컬 배우의 애환을 담은 [출연자 명단]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우주여행을 다룬 [앨런 빈 외 네 사람]에서는 영화 [아폴로 13] 출연을 계기로 우주 배경의 SF물에 관심이 깊어져 ‘아폴로 계획’ 전체를 다룬 미니 시리즈 [지구에서 달까지]의 제작에 나서기까지 한 톰 행크스의 마니아다운 열정이 엿보인다. 2차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의 회고를 담은 [1953년, 크리스마스이브]는 그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전쟁 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더 퍼시픽]의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 밀리터리 마니아라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로맨틱 코미디, 진지한 법정물, 휴머니즘이 짙게 밴 인간 승리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현실을 예리하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무인도를 배경으로 한 모험담… 장르를 불문하고 여러 배역을 섭렵하며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로서의 저력을 과시해온 톰 행크스. 마침 올해 초 한국에 개봉된 영화 [더 포스트]의 포스터에는, 『워싱턴 포스트』의 편집장 역할을 맡은 그가 타자기를 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가 맡아온 배역만큼이나 다채로운 설정과 인물, 서술 방식으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앳된 청년의 모습으로 한국 팬들에게 알려진 이후 어느덧 예순을 넘긴 관록 있는 배우로 우뚝 선 톰 행크스의 새롭고 창의적인 면모를 발견하게 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