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식당의 품격:잘되는 식당은 한 끗이 다르다
“그러면 다른 집 가세요.” 지난겨울, 매서운 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을 위해 식당을 예약했다. 그 식당은 방송 출연과 사람들의 입소문으로 예약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꽤 오래전에 예약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도착하니 예약된 자리는 구석 쪽 불편한 자리였다. 혹시 자리를 바꿔 줄 수 없냐는 요구에 알바생의 위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기분이 불쾌했음은 물론 더 이상 말을 섞고 싶지 않아 자리를 박차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직업상 서비스 업종을 유심히 관찰하는 편이다. 특히, 가게에 처음 들어섰을 때, 자리를 안내받을 때, 주문을 받을 때 등 주로 첫 만남의 순간에 예민한 편이다. 첫인상이 해당 브랜드의 품격으로 머릿속에 자리 잡기 때문이다. 부정적 첫인상을 바꾸는 데에는 무려 60회 이상의 접촉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높은 취업의 벽, 짧은 직장 수명, 매일 나아질 것 없는 오늘이 청년, 중년 할 것 없이 자영업의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2018년 신규 등록된 사업자는 약 760만 곳이다. 이 중 고객과 직접적 대면하는 업종인 서비스, 소매, 음식, 숙박 등의 업종은 약 320만 곳이다(2018 국세통계연보, 사업자 현황). 절반 정도가 우리가 매일 사람을 대면하는 업종인 것이다. 자영업의 비중이 높이지면서 관련 콘텐츠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진다. 골목 상권 또한 그것들 중 하나다.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성공하는 곳이 아닌 곳. 그곳이 골목 상권이다. 시장 경제가 포화에 이르면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 똑같아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아주 작은 포인트 하나로 매출이 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언젠가 유튜브에서 본 한 광고에 감탄한 적이 있다. 그 광고의 영상은 이렇다. 어느 화창한 봄날 아침, 눈이 먼 노인 한 명이 길가에서 도움을 요청하고 있었다. 그는 다음과 같은 팻말을 옆에 두고 있었다.
‘I’m Blind, please help.’
(저는 눈이 안 보입니다. 도와주세요)
그때 한 카피라이터가 그 곁을 지나가다 이 광경을 목격하곤 주머니 속 펜을 꺼내 들고 노인의 팻말을 고치기 시작했다. 팻말을 고친 카피라이터는 자리를 떠났고, 얼마 안 되어 노인의 모금함에는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의 팻말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It’s a beautiful day, but I can’t see it.’
(화창한 날입니다. 하지만 전 그것을 볼 수 없습니다)
같은 상황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가게 매출이 달라질 수 있다. ‘어서 오세요’라는 말 뒤에 ‘만나서 반갑습니다’라는 말만 덧붙이면 고객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다. 잘되는 가게는 ‘한 끗’이 다르다. 매출을 바꾸는 한 끗의 힘은 아주 사소한 포인트에서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