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호스
여성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작되는
지독하고 아름다운 고딕 스릴러
『화이트 호스』에 이르러 이제 강화길의 여성 인물들은 ‘모든 것을 아는 화자’의 자리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생존을 위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속속들이 파악한 끝에 한결 넓어진 이들의 시야에는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가 서늘하게 비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강화길의 인물들이 감지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서스펜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알기 때문에 감각할 수 있는 더욱 내밀한 긴장감이 소설의 치밀한 구성을 통해 배어나와 읽는 이의 마음까지 서서히 잠식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