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제 그리움을 신이 죽은 자리라 부르자”
삶도 죽음도 아닌 중유(中有)의 세계에서
나를 이루는 상실을 마주하는 백지의 마음
문학동네시인선 157번째 시집으로 박지웅 시인의 『나비가면』이 출간되었다. 말을 통해 존재론적 비의를 행하는 시인, 형이상학적 관념을 자연물을 통해 구체화하고자 하는 시인. 말에 대한 집요하고 처절한 자의식으로, 실존의 투쟁 방식으로서의 쓰기를 멈추지 않는 시인. 『나비가면』은 지리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박지웅의 네번째 시집이다. “새는 긴 가지를 물어 구름과 집 사이에 걸었다”(『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와 같은 문장이 환기하는 것처럼, 알레고리를 통해 단절된 듯 보이는 사물들 사이에 놓인 연결 지점들을 발견해온 그는 이번 시집에 이르러서는 존재와 존재의 거리를 재조정하며 그 사이에 존재하는 허공에 그리움의 자리를 마련한다. 1부 ‘가끔 다 타지 않은 편지가 나왔다’, 2부 ‘별로부터 나는 얼마나 오랜 뒤의 일인지’, 3부 ‘검은 하느님이 달아나고 있다’, 4부 ‘누군가 물속에서 등잔불을 흔들듯’으로 이어지는 79편의 시들은 결국 그 거리, 자신과 세계와의 간극을 인지하고 그 앎을 그리움이라는 감정으로 환원하는 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박지웅
부산에서 태어났다. 2004년 『시와사상』 신인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산문집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가 있다. 지리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을 받았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가끔 다 타지 않은 편지가 나왔다
흰색 가면/ 여우구슬/ 새의 훗날/ 득음(得音)/ 텔레비전은 재밌다/ 밀대가 가능한 동작에 대하여/ 잘 가/ 이발사의 세번째 가위/ 놋쇠황소/ 사흘/ 속상한 일/ 갈치는 어디에나 있고/ 별에서 자꾸 석류향이 났다/ 가끔 타지 않은 편지가/ 천직/ 붉은 비 혈석전각/ 금침(金針)/ 아무도 믿지 않아 모두가 버린 이야기/ 뜻밖의 세계/ 맹지(盲地)
2부 별로부터 나는 얼마나 오랜 뒤의 일인지
누군가의 남해/ 꽃무늬 흉터/ 흑백의 새/ 드라이플라워/ 왜 사과는 표범이 되었나/ 거북의 털/ 꽃내권역/ 입속에 먼길이 생겼다/ 찬밥/ 흰색의 역사/ 수목장/ 창술/ 국자별 창고/ 여치/ 동업/ 백지농법/ 물방울 속의 코끼리/ 하늘처럼/ 파도경전/ 흉
3부 검은 하느님이 달아나고 있다
편의적 인간/ 사피엔스의 새벽/ 사회적 새벽/ 유해동물/ 노력/ 일도 열심히 하고 엄청 착했다/ 숲속의 잠자는 물건들/ 시가 쏘아올린 작은 공/ 테트리스 방식으로 말하자면/ 플레이어/ 그 많은 뻥들에 대하여/ 나비가면/ 실어(失語)/ 서쪽들의 밤/ 훌륭한 불행/ 데스마스크/ 개 속으로 들어간 사람/ 종이 위의 모래의자들/ 어른이나 당구장이나/ 서점에서 팬티 사기
4부 누군가 물속에서 등잔불을 흔들듯
백년과 나비의 어디쯤에 당신이/ 혼불들/ 밤이 며칠째 가지 않는다/ 봄과 키스와 문득/ 홍옥/ 페루에서 온 시가/ 발화의 예/ 흡혈/ 포옹/ 곁에 없는 말/ 호랑이의 등/ 신(神)이 하나 깨졌다/ 부부의 일/ 짚시나방/ 우리가 사랑한 모든 거짓말들/ 돌의 활동/ 나는 빗소리 들으러 유튜브에 간다/ 함석지붕 원고/ 종의 깊이
해설| 백지를 위한 파반느 | 엄경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