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정보
밤의 공항에서

밤의 공항에서

저자
최갑수
출판사
보다북스
출판일
2021-09-06
등록일
2021-11-23
파일포맷
EPUB
파일크기
0
공급사
북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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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이 책은 당신을 더 깊은 생으로 안내할 것이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이지."
오랜 여행자가 들려주는 삶의 매혹과 슬픔 그리고 비밀


『밤의 공항에서』는 여행 작가 최갑수가 3년 만에 선보이는 여행 에세이다. 여행과 삶에 관한 75편의 산문이 실려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이 그러하듯,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1999년 우연히 여행자의 길로 들어선 그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여행을 계속해왔다. 그에게 여행은 곧 삶이었고 삶이 곧 여행이었다. 때로 그는 여행하듯 느리게 삶을 살았고, 삶을 살듯 치열하게 여행했다. 그는 여행같은 삶에서, 삶같은 여행에서 조용히 응시한 풍경의 내면과 그 앞에 선 그의 감정을 차분히 글로 풀어냈다.
이 책에서 그는 20년 동안 여행을 해오며 점점 더 선하고 올바른 인간이 되었다고 고백한다. "여행을 하며 수많은 선량함과 만났다. 수많은 선의가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잡아가며 조금씩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갔다. 나는 더 낙관적이 되었고 세상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p.160)
여행을 통해 인생을 탐독하던 그는 3년 전 부탄 여행에서,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가 가진 하루가 "하루에 하루만큼씩 꼭 사라져 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이 깨달음은 그에게 '삶은 유한하며 허무하다' 것을 알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유한함과 허무가 우리가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할 이유라고 생각했다.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이 생의 허무를 견딜 수 있게 해 준다는 것. 그는 말한다. "내 곁엔 아직 소중한 것들이 남아 있다. 그것들을 가지지 못하고 쓰다듬지 못하는 마음, 그 안타까움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된다면, 나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다. 하루가 가고 하루가 가고 또 하루가 가고 이젠 그 사랑에 대해 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안다. 그러기에 여행은 계속될 것이다."(p.304)
이 책에는 오래된 여행자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담긴 매혹적인 문장들로 가득하다. 삶의 기쁨과 외로움, 슬픔, 위로, 그리움, 희망을 짚어내는 그의 문장은 전작에 비해 한결 섬세해 졌다. 풍경과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행복과 슬픔, 외로움이 묘하게 어울린 파스텔톤의 사진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의 글과 사진들이 당신을 더 깊은 생으로 안내할 것이다.

여행에서 엿본 삶의 비밀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단순히 여행일 뿐이지만 어떤 사람에게 여행은 삶일 수도 있다. 최갑수는 일 년에 반 이상을 비행기와 기차, 낯선 호텔에서 아침을 맞이하는 여행 작가다. 카메라와 노트북을 챙겨들고 국내 곳곳과 전 세계를 떠돌며 인생의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에게 여행은 곧 생활이고 일이다.
그는 여행을 하며 스스로를 성장시켰다고 고백한다. 그러니까 그를 키운 건 '팔할이 여행'이었던 것이다. 이 책 곳곳에는 그가 여행의 삶을 살아가며 건져 올린 진주같은 잠언들이 가득하다. 그는 남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를 놓치고 겨우겨우 닿은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에티오피아 커피를 마셔볼 수 없지 않았을까"하고 말한다.
"커피를 마시며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쉼 없이 출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람들은 어디론가를 향해 가고 있었고 또 어딘가에서 돌아오고 있었다. 공항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표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인생에는 그다지 좋은 일도 없고 그렇게 나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자의 인생에는 각자에게 일어날 만한 일만 일어난다. 조금만 애를 쓰면 그럭저럭 극복하며, 즐겨가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 또 인생인 것이다. 지금까지 여행을 하며 얻은 가장 큰 교훈은 이것이 아닐까 하며 나는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의 커피를 마셨다."(p.167)
이십대 후반 여행을 시작한 그는 이제 사십대 중반에 접어 들었다. 그는 말한다. "나이가 드는 건 놀랄 일이 줄어 들고 별일 아닌 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호기심이 사라진다는 것이다."(p.14) 그는 어두운 식탁에 앉아 맥주를 마신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흔 언저리의 어두운 밤. 식탁에서 홀로 맥주잔을 기울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그리고 알게 된다. "다들 외롭잖아? 안 그런 척할 뿐"(p.15)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는 우리 인생이 지독하게 외롭고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기 때문에 서로를 더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노이의 어느 쌀국수 집에서 쌀국수를 먹다가 이렇게 중얼거린다. "그러니 어찌 모든 여행이 아름답지 않을 수 있을까. 궤적은 사라지고 흔적은 소멸하는데, 어찌 모든 인생을 걸고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p.232)

프리랜서로 살아간다는 것
그는 우연히 여행 작가가 됐다. 시인이었던 그는 신문사 문학담당 기자로 일하다가 어느 날 여행 작가로 '발령'을 받는다. 이후 신문사와 잡지사에서 여행기자로 일하던 그는 2006년 직장을 나와 여행 작가의 삶을 살아가게 되고, 지금까지 여행 작가의 삶을 지속하고 있다.
이 책에는 그동안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며 쌓아온 작가의 노하우도 담겨있다. 그리고 이 노하우들은 여행에서 깨달았고, 삶과 여행에 고스란히 적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인생은 길고 지루한 싸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력 질주할 순 없는 거죠.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있고 천천히 걸어야 할 때가 있고 그늘에 앉아 쉬어야 할 때가 있는 겁니다. 지금이 꼭 전력 질주해야 할 때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겁니다. 도끼날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하루 종일 나무만 베는 사람보다, 중간 중간 쉬면서 날을 가는 사람이 결국 나무를 더 많이 벤다는 것이죠."(p.94)
"수천만 번의 작은 걸음들이 필요합니다. 앞으로 나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왼발 앞에 오른발을 두고, 다시 오른발 앞에 왼발을 두는 것이었습니다. 톱니바퀴는 계속 돌아가야 톱니바퀴입니다. 그러니까, 뭔가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고단함과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계속해서 뭔가를 만들어내는 것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p.114)
"비관하는 가운데 낙관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일을 끝까지 밀고 나아갈 수 있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건 비관이지만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건 낙관이다."(p.138)

외로움과 슬픔 그리고 행복이 공존하는 포즈
최갑수의 사진은 다른 여행 작가의 사진과는 시선이 다르다. 그가 이번 책에서 보여주는 풍경과 인물은 쓸쓸하고 고독하다. 때로는 파스텔톤의 회화처럼, 때로는 로맨틱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그의 사진은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오던 여행 사진과는 다른 풍경과 장면을 보여준다. 이번 책에 실린 사진 중에는 유독 뒷모습을 찍은 사진이 많은데 작가는 이를 '의도된 연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여행을 하며 나는 일부러 한발 늦게 도착하곤 했다. 모든 여행자들이 지나간 후의 풍경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남은 표정과 만나고 싶었다. 그들이 혼자 있을 때 만들어내는 동작을 보고 싶었다. 그러니까 나의 연착은 언제나 의도된 것이었다. 늦게 도착한 그곳에서 우리는 머뭇거리며 만났다. 우리 사이에는 약간의 어색한 공기와 약간의 경계심이 얇은 커튼처럼 존재하고 있었다. 나는 수줍어했고 오래 서성였다. 나는 많이 망설였고 겨우 셔터를 눌렀다. 이 사진들이 그 마음들이다."(에필로그 중)
책 출간과 함께 사진전문 갤러리 '류가헌'에서 책 제목과 같은 타이틀의 사진전이 열린다. 리스본, 멜버른, 애들레이드, 류블랴나, 시애틀, 이스탄불, 더반, 두바이…. 그동안 그가 거쳐온 수많은 도시들과 그 속의 인물들, 그 다채로운 풍경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실로 설레는 일이다.

이제 아름다움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그는 왜 여행하고 왜 쓰는 것일까. 이 근원적인 질문에 이렇게 대답한다.
"매일매일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다. 그것은 무언가로부터 나를 지키는 일이다. 그것은 깊은 먹구름 같은 것이기도 하고?눈앞을 달리는 가랑비 같은 것이기도 하다. 나는 때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고백이다. 나는 웅크린 자세로 견딘다."(p.12) 그에게 여행과 글쓰기는 이 세상을 견디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 그는 비행기 안에서, 여행지의 낯선 아침 앞에서 글을 쓰며 이 세상을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긴긴 여행에서 돌아오는 그는 "오로지 혼자이어야만 닿을 수 있는 곳이 있다"(p.12)는 것을 알게 됐고 "아름다운 것들은 대부분 외롭고, 외로운 것들은 대부분 아름답다."(p.12)는 사실도 깨닫게 됐다. 어느 보랏빛 구름 앞에서 그는 혼자 중얼거린다. "이제 아름다움이 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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