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신들이 섬에 내려오시니
코스믹 호러와 제주설화의 기이한 결합.
장르 소설 팬들의 시야를 한층 넓힐 호러 앤솔로지의 탄생!
텀블벅 1000% 신화에 걸맞은 호러 대가들이 펼쳐낸 동양식 코스믹 호러와 만나다.
〈오래된 신들이 섬에 내려오시니〉는 한국의 호러 문학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괴이학회와 오랜 기간 장르소설을 소개하고자 노력해온 도서출판 들녘의 콜라보 프로젝트다. 흔히 코스믹 호러의 알파이자 오메가라고 알려져 있는 크툴루 신화를 대신해, 제주도 고유 신화와 전설?민담을 코스믹 호러로 재해석하여 한국형 코스믹 호러를 만들어내고자하는 야심찬 기획을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는 장르소설 팬들의 각광을 받아 텀블벅에서 1000퍼센트가 넘는 모금에 성공했다.
서천꽃밭, 영등할망, 구삼승할망, 수산진 공양 설화, 김녕사굴 설화, 이어도 전설 등 제주도에 담긴 설화를 재해석한 여섯 편의 코스믹 호러를 만나보자.
“설화 속 신들이 저 광활한 하늘을 가리며 내려오셨을 때….”
한국 설화를 러브크래프트적 공포 문법으로 재해석하다.
코스믹 호러는 유명 소설가 H.P 러브크래프트를 필두로 창시된 공포 장르의 한 유형이다. 코스믹 호러는 ‘감당할 수 없는 우주적 존재'를 마주하게 되어 인간이 인식하기 힘든 저변의 아득한 공포를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H.P 러브크래프트는 ’크툴루 신화‘라는 악신들을 창조하여 그 공포를 구체적으로 형상화 했다. 크툴루 신화에서 묘사되는 신적인 존재들은 코스믹 호러 장르뿐만 아니라 〈헬보이〉 〈디아블로〉 〈워해머〉 등 유명 서브컬처 콘텐츠 전반에 커다란 공헌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유명한 크툴루 신화에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서는 서구사회와 다른 이질적인 동양문화가 타자화되면서 ‘악’을 숭상하는 집단이나 야만의 대상으로 묘사되곤 했다. 이 앤솔로지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편견적인 틀을 깨면서 동시에 한국 설화로도 충분히 코스믹 호러를 창조할 수 있다는 발상하에 시작되었다.
제주도 경우, 한국에서 지형적·기후적 특이성과 지정학적인 상징이 존재하는 곳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큰 섬이라는 것, 큰 섬이라는 이유로 나타나는 제주도만의 특유 지형과 기후 등이 그것이다. 또한 제주도에는 고유 설화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도 다양한 사연이 존재하는 지역이다. 이 앤솔로지는 설화적인 존재와 그 신을 숭상하는 집단을 오로지 악의 대상으로 그려내는 서사가 아닌, 역사적 비극이나 인간의 욕망에 따른 결과, 사이비 종교 문제 등에 이르는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주제의식과 결합하여 코스믹 호러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고자 했다.
장르소설 대가들이 그리는 6편의 우주적 공포!
광기의 정원_전건우
잠이 오지 않는 어느 새벽 두 시, 최에게 불안한 전화가 걸려온다. 수 년 전 행적을 감췄던 동료 민속학자 김동호 교수의 연락이다. 김동호는 사랑하는 딸과 아내가 사망한 뒤로 기괴한 인물이 되었다는 소문이 무성했는데…. 김동호가 걱정되어 제주도를 찾은 최 교수. 김동호는 설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장소인 ‘서천꽃밭’을 찾고 있다는, 아니 실제로 찾았다고 하는 어이 없는 이야기를 한다. 죽은 사람을 살린다던 ‘환생꽃’을 원한다고 하는 김동호. 과연 이계와 연결됐다던 서천꽃밭이 존재하는 걸까? 마침내 최 교수는 서천꽃밭을 찾아 김동호와 연구진들을 따라 깊은 산속 동굴로 들어선다.
그리고 예상과는 전혀 다른 지옥도가 펼쳐진다.
단지_전혜진
제주도 출신이자 제주도에서 학교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친구 세빈을 만나러 온 친구 둘, 하린과 주연. 세빈은 출근을 하고, 하린은 그림을 그리고, 주연은 문자 그대로 빈둥거리며 지낸다. 어느 날 하린과 주연이 산 쪽으로 산책을 하다가 연못을 발견하고 물장난을 친다. 그곳에서 새끼줄로 꽁꽁 싸매어져 있는, 단지 하나를 발견한다. 단지를 꽁꽁 싸맨 새끼줄이 풀린 순간, 하린과 주연은 아득한 어둠을 본다. 마치 그 작은 단지가 우주를 담고 있어, 그 안에서 무한한 어둠이 쏟아져 나온 것처럼….
그 단지는 한 무당이 제주도에 잠든 거신, 저승할망을 일깨우기 위한 도구였는데.
수산진의 비밀_정명섭
조선의 선비, 박시혁은 불의한 일로 제주도 수산진에 유배를 당한다. 사람의 얼굴을 한 물고기가 헤엄을 치고, 사람의 팔다리가 나온 뱀이 있다느니 온갖 불길한 소문이 많은 제주도. 심지어 양반으로써 자세를 낮추고 조용히 있으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박시혁은 수산진이라는 마을로 향하게 된다. 수산진은 생활이나 기후, 언어가 육지와는 전혀 다르고, 이들은 감히 성리학을 비롯한 조선시대의 유교적 원리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에 혼자 남은 듯한 고독과 감시당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박시혁.
어느 날 박시혁에게 은화라는 아이가 몰래 접선해오는데. 은화는 박시혁에게 수산진의 성벽 아래에서 기괴한 절규와 비명이 들린다고 한다.
수산진에 숨겨진 비밀, 그들이 믿는 신의 존재는 무엇일까.
딱 한 번의 삶_황모과
자살을 하기 위해 배에서 뛰어내린 ‘나’. 눈을 떠보니 외딴 섬이다. 섬에는 누구도 살았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정체불명의 여신 초상화가 그려진 사당 뿐. 제단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이 있다…. 정신없이 밥을 먹은 ‘나’는 이제 어찌해야할지 고민 중인데,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바닷가로 나가니 임신한 여자가 울부짖고 있다. 겨우 여자를 달랜 ‘나’는 함께 이 섬이 전설의 섬 ‘이어도’라는 걸 알게 되고, 섬에서 살아나갈 방도를 획책해보려 한다.
그런데 이 여자, 뭔가 수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뱀무덤_김선민
대학원 조교인 ‘나’는 급한 지도교수의 호출로 제주도의 작은 섬 중 하나로 떠난다. 뱀신을 숭배하던 석상과 제사상이 보이는 불길한 섬. 그리고 일반 유적지를 탐사 한다기에는 탐험대원들이 너무나 많다.
뭔가 이상하지만 만장굴처럼 새로운 유적을 찾아낸 줄로만 알고 지도교수를 따라 깊은 동굴로 들어가는 ‘나’. 그런데 동굴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도교수 잘못만난 대학원생의 코스믹 호러 고군분투기!
영등_사마란
제주도 깊은 산자락에 존재하는 영등마을에 도착한 세미. 고아원에서 자란 세미가 의지할 사람이라고는 남편인 효승뿐이다. 영등마을은 남편의 고향으로 ‘영등님’을 모시며 살아가는, 아주 평화로운 마을 공동체다. 세미는 처음 받아보는 과한 친절과 부족함 없는 삶의 모습에 감명 받는다. 다만, 또래의 젊은 여성이 없고, 효승이 자꾸 사라지는 게 이상할 뿐이다.
세미는 마을에서 유일한 또래인 지수를 발견하는데. 감시라도 받는 것처럼 지수의 곁에는 사람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미는 지수가 ‘차기 영등’이었다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