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센셜리즘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간디…
위대한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공통점, 에센셜리즘!
랜터카를 세차해서 돌려준 적이 있는가? 그런가 하면 당신의 옷장에는 몇 년 동안 입지도 않고 방치되어 있는 옷이 있지는 않은가? 이른바 소유효과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에 대해서는 실제보다 더 높은 가치를 매기고, 그렇지 않은 것은 더 낮은 가치를 매긴다. 입지 않는 옷들은 아무렇게나 쌓여 금세 옷장을 엉망으로 만든다. 그런데 이것이 꼭 옷장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우리의 일상 또한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 간디 등 한 분야에서 크게 일가를 이룬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더 적게, 하지만 더 좋게’라는 사고방식을 자신의 일과 삶에서 실천한 ‘에센셜리스트’였다. 인생의 옷장을 정리하는 데 달인이었던 셈이다. 『에센셜리즘』(원제: essentialism)은 분별 있는 적음을 추구해서 가장 본질적인 목표에 집중하는 ‘에센셜리즘’을 화두로 꺼낸다. 오늘날처럼 개인에게 빠른 선택을 강요하는, 이른바 속도와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시대에 이 책은 제목처럼 우리에게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지금 당신은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 있는가?”
조직의 역량을 최고로 이끌어내는 리더들의 특징을 분석한 전작『멀티 플라이어』로 주목을 받은 바 있는 저자 그렉 맥커운은 이번 책에서 경영학, 심리학 등 여러 학문을 자유로이 넘나들며 왜 그토록 유능한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저지르는지 살피고, 가장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하여,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그것들을 실행할 수 있는 체계적 방법론을 제시한다. 오늘도 비생산적인 일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았는가? 해야 할 일이 빤히 있는데도 다른 일을 계속해서 받아들여 결국 원하는 성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당장 ‘에센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 속 ‘판단의 피로감’
한 번의 성공이 뒤이은 실패의 촉매가 되는 이유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에센셜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지녀야 하는 본질적인 사고방식을 소개하고 2~4부에서는 에센셜리스트가 일에 접근하는 3가지 방법론(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평가하기, 비본질적인 것들을 효과적으로 버리기, 가장 큰 성과로 이어지도록 이를 실행하기)을 다룬다.
에센셜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더 많이 거부하고, 이메일 수신함에서 읽지도 않고 지우는 이메일의 숫자를 늘리고, 시간관리의 방식을 바꾸는 것 정도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오늘날처럼 욕망과 기회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핵심적인 일에 집중해 더 큰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피터 드러커는 미래의 역사가들이 주목하게 될 가장 중요한 현상은 신기술도, 인터넷도 아니고, 인류가 처한 상황의 전례 없는 급격한 변화라고 말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너무 많은 선택지 앞에서 자신에게 정작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는 기준마저 잃고 있다. 몇몇 심리학자들은 이와 같은 상황을 두고 ‘판단의 피로감’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데, 더 많은 판단을 내려야 할수록 판단의 질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더욱 경계해야 할 것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운 좋게 한 번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치자.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성공의 역설’이라고 부르는 다음의 상황에 빠지고 만다.
1단계: 성공에 대한 강한 의지와 목표를 가지고 노력을 함으로써 상당한 성공을 이루어낸다.
2단계: 일을 ‘믿고 맡길’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으면서 더 많은 업무와 자원, 기회가 주어진다.
3단계: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지만 결국 시간과 노력이 분산된다.
4단계: 부족한 시간 때문에 큰 기여를 하거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맨 처음의 성공이 결과적으로 성공을 방해하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처음의 성공은 비교적 쉽지만 지속적 성공은 어려운 이유다. 이러한 성공의 역설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비본질적인 것들을 지속적으로 구분하고 버려나가야 한다.
인생의 잡음에서 가치 있는 것을 걸러내는 일
어떻게 하면 더 적은 것을 추구하면서 더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까?
링컨은 “나무 한 그루를 베어내는 데 여섯 시간을 준다면, 도끼날을 가는 일에 네 시간을 쓰겠다.”고 말했다. 에센셜리스트는 어떤 중대한 일을 실행하기 전에 자기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살펴보고, 그에 대해 듣고, 토론하고, 질문하고, 고찰하는 데 최대한의 시간을 쓴다. 실행하기에 앞서 생각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충분히 마련하는 것이다. 반면 비에센셜리스트는 주어진 기회에 곧바로 달려들고, 방금 받은 이메일에 곧바로 답신을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엄청나게 많은 좋은 기회들이 아닌 최대한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극소수의 기회에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좋은 기회는 버리고 다음의 3가지 질문을 통해 좀 더 까다로운 기준을 내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나에게 가장 큰 의욕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 사람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에 부합하는 것인가.”
앞서 에센셜리즘을 방해하는 주범으로 언급한 소유효과를 예방하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다짜고짜 “이것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라고 묻지 말고, “만약에 이게 내 것이 아니라면 얼마를 주고 이걸 살까?”라고 묻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법은 우리에게 주어지는 기회나 일에 대해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적용될 수 있다. “내가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얼마나 아쉬워할까?”라고 묻지 말고, “이번 기회를 놓치면, 나는 그 기회를 되찾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희생하려고 할까?”라고 묻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일에 대해서도 “만약에 내가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지 않다면, 이 프로젝트에 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게 될까?”라고 묻는 것이다.
본질을 잡지 못하면 문제는 계속 반복된다
청소년 범죄 재범률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린 캐나다 경찰서
본질적인 목표에 집중하면 중요한 일들을 힘들이지 않고 실행할 수 있다. 캐나다 리치몬드의 한 경찰서는 청소년 재범률이 65퍼센트에 이르자, 칭찬 통지서를 만들었다. 엄격한 관리는 일시적으로는 범죄율을 낮출지 모르지만, 그 뿌리는 뽑지 못할 거라 생각한 워드 클래펌이라는 한 직원이 본질절인 의문을 제기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을 붙잡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게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청소년(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제대로 버리는 행위, 오토바이를 타면서 헬멧을 착용하는 행위 등)을 찾아내어 그들에게 칭찬 통지서를 발부하고, 이 통지서를 제출하면 영화관에 무료로 입장을 하거나 피자를 무료로 먹을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청소년들을 길거리가 아닌 긍정적인 장소로 유도하여 범죄로부터 멀어지도록 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었고 칭찬 통지서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10년이 지나면서는 60퍼센트가 넘던 지역의 청소년 재범률이 8퍼센트로 떨어졌다. 수많은 청소년이 좋은 일을 하면 칭찬을 들으면서 좋은 일을 계속해서 하고자 하는 동기를 갖게 되었고, 이러한 분위기가 도시 전반에 걸쳐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범죄율이 낮아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칭찬과 보상을 이용한 시스템은 도시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가정 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저자는 실제로 집에서 스마트폰에 빠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이용 시간 30분마다 토큰 하나씩을 아이들에게 받고 한주가 끝나고 토큰이 남으면 토큰 하나당 50센트의 돈을 아이들에게 지급했다. 그리고 독서시간 30분마다 토큰 하나씩을 추가로 지급했는데, 그 결과 아이들이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시간이 90퍼센트나 줄었다고 한다.
책은 이 외에도 수영선수 마이클 펠프스, 현대 시민권운동에 불을 지폈던 로자 파크스, 미국의 고등학교 럭비팀 등의 사례를 예로 들며 ‘에센셜리즘’으로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해법을 찾아낸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완충장치 전략으로 장애요소 방지하기
처음 예측한 시간보다 50퍼센트의 시간을 더해야 ‘계획오류’에서 벗어난다.
본질적인 목표를 파악하고 이를 실행하더라도 장애요소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완충장치’로 그런 장애요소를 방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일의 소요시간을 실제보다 더 짧게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계획오류(planning fallacy)’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어떤 일을 행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실제보다 짧게 예상하는 경향을 일컫는다. 소요시간을 더 짧게 예측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사회적 압박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익명성이 보장되는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의 소요시간을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계획오류’를 범하는 확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한다.?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유추해보면 우리는 해야 하는 일의 소요시간을 꽤 정확하게 알고는 있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는 우리가 하겠다고 했던 시간보다 늦는 일이 잦다. 회의에 늦게 도착하고, 보고서를 늦게 제출하고, 공과금 을 늦게 내는 식으로 말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초래하는 스트레스는 무척이나 큰데, 완충장치라는 것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이러한 스트레스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저자는 계획오류로 인한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문제들을 줄이는 방법으로 “처음 예측한 시간보다 50퍼센트의 시간을 더하여 어떤 일이나 프로젝트의 계획을 수립하라”고 제안한다.
오늘날 우리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복잡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이는 마치 각자가 모는 수많은 자동차가 앞차 및 옆차와의 간격을 겨우 몇 미터씩만 두고 시속 16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는 모양새다. 만약에 어느 한 운전자라도 약간의 돌발적인 움직임을 보이면 수많은 자동차가 서로 부딪히게 된다. 실수의 여지가 조금도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살아가면서 일을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힘이 들고 큰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책은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완충장치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너무 많은 업무와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들
당신은 지금 제대로 된 중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가?
우리는 오늘날 ‘아니오’라고 말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에 살고 있다. 상대방이 실망할까봐, 조직에서 소외될까봐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책은 에센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모든 것을 다 하려는 것, 모든 사람의 요청을 수용하는 것을 중단하고 ‘예’는 천천히, ‘아니오’는 빠르게 말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무의미한 다수가 아닌 ‘본질적인 소수’에 집중함으로써 훨씬 더 큰 성과를 이루어낸다는 ‘에센셜리즘’ 개념은 오늘날 복잡한 시대에 반드시 주목해야 할 방식으로 우리의 일과 삶 어느 분야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에센셜리스트에게 있어 집중이란 무언가에 단지 힘을 쏟는 게 아니라, 무언가의 가능성에 대해 계속해서 고찰하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내용에 자꾸 귀담게 되는 이유는 그가 우리가 지나갔던 평범한 것들의 본질적 의미를 계속해서 건드리기 때문이다.
과도한 업무량과 그로부터 주어진 압박에 스스로를 소진시키는, 주변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