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여름
비틀린 세계를 구석구석 비추는 시선으로
틔워 올린 사랑과 자유의 실마리
김은 첫 소설집
정연하고 민감한 시선으로 인물과 그 세계를 명징하게 구축해온 소설가 김은의 첫 소설집 『사랑의 여름』이 출간되었다. “실제 사건을 테마로 하여 치밀한 구성력을 선보였다”(『작가세계』 심사평)는 「바람의 언어」를 비롯해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김은의 세계를 관통하는 감각은 “애석하게도 우리가 삶에서 끝끝내 발견할 수 있는 건 온갖 종류의 ‘알 수 없음’ 즉, 모호함”(해설, 염승숙)이다. 작가가 부려 놓은 이 모호한 세계의 삶들은 각기 다른 인물의 다채로운 삶들로 펼쳐지고, 그 주인공과 독자 모두에게 아릿한 통증으로 와 박힌다. 그 통증은 우리가 체념하려 하나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이 위협적인 세계에서 살아가는 지친 사람들,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주는 힘은 무엇인가. 현재의 우리를 비추고 발견하는 것이 소설이 지닌 강력한 힘이라고 할 때, 김은은 한 발 더 나아가 그곳에서 다른 방향을 바라보게 한다. 가족과의 불화나 친밀함에서 파생된 일상적인 갈등들이 우리 삶의 파편화된 일상을 조망하고, 그 일상은 냉연하게 우리의 눈앞에 펼쳐지지만, 삶이 지속되는 한 길은 하나가 아니며 한 걸음의 발자국으로 우리가 선회할 수 있음을, 이 소설의 세계는 단호하게 증명해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