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먹는 개
먼지처럼 사라지고 싶은 사람들의 기이한 이야기
물고기, 쥐 그리고 반려견 ‘후’의 실종
사람들은 모든 것을 ‘멸균’하는 신약을 찾아 나서고…
현대사회는 지금, 소리 없이 종말을 맞을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생활이 편리해져도 공해를 다스리지 못하면 결국 생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자동차 매연, 공장과 축산농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폐수, 절대 썩지 않는 폐기물까지…. 지금으로써는 그 어떤 해결책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미세먼지로 뒤덮여 온통 뿌연 잿빛 도시가 있다. 지하철 안을 빼곡히 채운 출근길 회사원들처럼 먼지로 가득 찬 도시. 이 도시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생명체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간다. 처음엔 물고기, 그다음엔 쥐, 그리고 개가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먼지처럼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하나같이 찾고 있는 것은 더스트 휴먼. 사람을 멸균 상태로 만들어 먼지처럼 사라지게 한다는 괴담 속의 약물이다.
작가가 섬세하게 세공해 놓은 소설 속 삶의 단면에는 천국과 지옥이 서로 등을 맞대고 있다. 복잡하고 거대한 자본주의의 표면 아래 피 흘리며 신음하는 사람들의 외침이 켜켜이 배어 있다. 작가는 날카롭고 차가운 비판의 시선으로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재치 넘치는 상상력으로 버무려내며 환상과 과학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재미있고 기발한 서사에 고독한 현대인의 내면 심리를 꿰뚫어보는 시선이 정확하고 담담해서 서늘하다. 무엇보다 안정된 문장력과 심리를 관통하는 묘사들은 신예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