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뜨면 네가 보인다
데뷔 이래 소설만으로 스스로를 증명해온 ‘승부사’
전아리가 완성한 또하나의 스타일!
독자와의 소통과 공감의 전이를 어느 누구보다도 추구하고 있는 소설가 전아리의 열두번째 장편소설 『달이 뜨면 네가 보인다』가 출간되었다. 그간 출간해온 단행본 권수와, 서른한 살(1986년생)이라는 나이는 이 작가의 무한한 능력을 짐작하게 한다. 기실, 전아리만큼 화려하게 데뷔한 작가가 있을까. 중고교 시절부터 수많은 문학상을 섭렵하면서 전아리는 이른 나이에 이미 그 문학적 가능성을 충분히 증명해왔다. 2008년에는 20일 만에 완성한 장편소설 『직녀의 일기장』이 소설가 은희경, 문학평론가 김주연 등 심사위원단의 만장일치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때 심사위원이었던 시인 안도현은 “물건 하나 나타났다”라는 경탄으로 무서운 소설가의 탄생을 예감했다.
일찌감치 프로의 면모를 드러낸 이래 맛깔스러운 서사를 자유자재로 구사해오던 전아리는 돌연, 오래전 집필한 뒤 간직하고 있던 한 편의 장편소설을 다시 매만지기로 결심한다. 2009년 온라인 서점 ‘인터파크 도서’에 연재하던 『달이 뜨면 네가 보인다』가 그것이다(당시 ‘양파가 운다’라는 제목으로 발표). 이 작품은 파격적인 치정 멜로 서사를 부려내며 읽는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복잡한 심리를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확한 문장으로 묘사해냄으로써 이제까지 전아리가 보여주었던 스타일과는 또다른 매력을 펼쳐 보인다. 늦여름의 마지막 태풍이 지나간 뒤 느닷없이 찾아오는 차가운 가을 공기처럼, 읽는 이의 피부에 스며드는 서늘한 기운을 풍기는 이 소설은 전아리 소설세계에서 가장 진중하고 날카로운 문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