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그랜트도 모르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복잡함과 속도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소설
_백영옥(소설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디지털 옷을 입다!
루시 사이크스와 조 피아자의 장편소설 『휴 그랜트도 모르면서』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시대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얄미울 정도로 스타일리시하고 사악하게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지러운 속도로 변해가는 패션계와 테크계의 한판승을 경험한 내부자의 폭로를 담았으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역전 버전이라 말할 수 있다. 저자인 루시 사이크스는 『마리끌레르』를 비롯한 여러 패션매거진의 편집자이자 디렉터로 활약했고 조 피아자는 저널리스트이자 야후트레블의 편집자로, 이 소설은 두 사람의 아이디어와 플롯이 만나 탄생한 작품인 동시에 데뷔작이다. 현재 10개국에서 출판되었으며, 소재의 참신성과 이야기 트렌드의 시의성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년의 패션지 편집장에게 노년의 출판그룹 대표가 선언한다. “당신 매거진은 이제 ‘앱’이 됐어.” 사무실에서는 덜 떨어진 옷을 입고 전자기기를 온몸에 휘감은 젊은 애들은 정신없는 시스템 속에서 밤과 낮을 바꿔 일하며 쏘아붙인다. “요즘 누가 전화를 해요? 이메일을 주세요. 문자를 하든지.” 모두가 푹 빠져 산다는 핀터레스트, 버즈피드, 행아웃, 킥닷컴……. 몇 달만 접속하지 않으면 못 알아들을 말 투성이가 돼 있는 디지털 시대, 급변하는 세상에서 중견 편집장은 과연 순순히 퇴물이 되고 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