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통
아이돌 팬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자
그 사랑의 특수성에 대한 섬세한 기록
제5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작 이희주의 장편소설 『환상통』이 출간되었다. 수상 소식이 발표된 순간부터 아이돌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아온 이 작품은,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를 사랑하는 이십대 여성 m과 만옥,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한 남자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m과 만옥처럼 아이돌 그룹에 열광하는 어린 여성들을 사회에서는 ‘빠순이’라는 다분히 경멸적이고 비하적인 단어로 지칭한다. 물론 ‘팬’이라는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단어가 존재하지만, 이들의 감정 상태와 존재 양식은 어쩐지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담아내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기에 이들은 아마도 ‘팬’보다는 ‘빠순이’라는 단어로 훨씬 더 자주 호명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언어란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위치하는 곳, 그리고 그 거리가 가져올 수밖에 없는 한계를 담고 있다. 그러니까 ‘빠순이’라는 단어를 통해서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는 일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환상통』이 무엇보다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빠순이’인 당사자의 시선과 목소리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점에 있다.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이희주는 “복잡한 세상에서 한 아이돌 그룹의 한철과 그 시절 팬의 일상은 아무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록해야 한다”라고 작가로서의 임무를 선언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덕분에 우리는 아이돌 팬덤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자 그 사랑의 특수성에 대한 섬세한 기록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