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하여
나는 왜 모으는가
나는 왜 다른 사람들이 미련 없이 내버리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가
무언가를 모으고, 쌓아두고, 기억하려는 충동에 대해 사유하다
이렇게 어린 시절부터 수십 년간 아무 가치 없는 물건들을 모으고 보관해온 저자는 가정에서, 일에서 여러모로 혼란을 겪던 중년에 이르러 자기 자신을 새삼 들여다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수집에 강박적으로 몰두하게 되었는지, 수집을 통해 과연 어떤 의미를 얻으려 했는지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 애쓴다. 이 의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을 얻어내고자 치열하게 노력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다. 과거 회상과 수집에 관한 고찰을 오가는 이 독특한 자전적 에세이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사실은 모든 것이기도 한 인간의 사소한 습관과 일상의 사물들에 애정 어린 시선을 던지면서 잔잔하지만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시도한, 별난 수집가로서의 자신에 대한 정신분석, 수집에 관한 통찰은 강한 자의식, 기묘한 강박, 자기혐오가 깊이 배어 있음에도 재치와 유쾌함을 잃지 않고 있다. 유음어 말장난, 교차 대구, 언어유희를 즐겨 구사하는 가운데 연극 대본처럼 구성한 대화문과 자작시, 수집품 목록, 『커피 테이블용 점성술 책』과 『브레인 테스트』 같은 소장 도서에서 발췌한 글, 신문에서 오려낸 기사, 행운의 편지 등 기발한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여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수집가다운 집념으로 오랜 시간 공들여 이 책을 집필한 저자는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사물일지라도 그것에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면 무한한 의미를 지닐 수 있고, 수집이라는 행위는 결국엔 죽기 마련인 인간이라는 덧없는 존재가 죽음의 공포에 맞서는 하나의 수단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