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대가 있어 우리가 행복합니다”
삶과 서정을 아우르는 시인 도종환이 전하는 희망의 언어
이렇게 늦게 와 / 이렇게 오래 꽃으로 있는 너
너 없이 어찌 / 이 메마르고 거친 땅에 향기 있으랴
도종환 시인이 잠시 도시를 떠나 말 없는 산 옆에 거처를 마련하고 퇴휴의 시간을 보낼 때, 가장 늦게 피어 가장 오래도록 곁을 지키는 들국화를 보며 쓴 시이다. 이렇듯 시인은 자연 속에 놓인 작은 것 하나에도 그 가치와 향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다. 새로이 옷을 입혀 출간된 산문집 『너 없이 어찌 내게 향기 있으랴』는 이때에 시인이 무상으로 받아 누린 자연의 기운과 사유가 오롯이 담겨 있다. 시인은 홀로 산방에 거하면서도 늘 자연과 함께했다. 대지와 하늘과 물의 기운이 그의 삶에 쉼 없이 간섭했고, 길가에 핀 들꽃도 그에게 말을 건네며 자신들의 이치를 설명해주었다. 민들레꽃 한 송이를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궁리하는 바람, 흙, 물방울의 정령들과 그 자신도 최선을 다해 추위를 이겨내고 마침내 꽃피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시인은 우리네 삶도 이렇듯 주고받고 소통하며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하면 얼마나 좋을지를 생각한다.
지금은 현실 깊숙이 들어와 소음과 먼지투성이 한복판에 서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의 가슴속 한가운데는 깊은 산방, 마음의 거처가 있다. 그곳을 응시하며 이 책을 읽다 보면, 청량한 바람 한 줄기가 데려오는 풋풋한 흙냄새와 은은한 꽃향기 코끝에 닿으며, 자연의 섭리가 우리네 삶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그것은 오랜 시간 우리 곁을 맴돌며 희망의 노래가 된다.
저자소개
1954년 9월 27일 충북 청주 출생. 충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동대학원을 거쳐, 충남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4년 동인지 『분단시대』에 「고두미 마을에서」 외 5편의 시를, 1985년 『실천문학』에 「마늘밭에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박하고 순수한 시어를 사용하여 사랑과 슬픔 등의 감정을 서정적으로 노래하면서도, 역사적 상상력에 기반한 결백(潔白)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시인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첫 시집인 『고두미 마을에서』(1985)는 분단의 시대를 살아가는 민중들의 모습을 그려내는 등, 리얼리즘적인 역사적 상상력을 보여주었으나, 이후 『접시꽃 당신』(1986)에서 사별한 아내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보여주었다. 이 시집은 독자의 큰 호응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1989), 『당신은 누구십니까』(1993)와 같은 시집에는 교사로 재직하다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 · 투옥된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교육시, 옥중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슬픔의 뿌리』(2002), 『해인으로 가는 길』(2006) 등을 통하여 자연에 대한 관조를 통한 인간의 존재론적 성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화해와 조화의 세계를 모색하고 있다.
시집으로 『고두미 마을에서』(창작과비평사, 1985), 『접시꽃 당신』(실천문학사, 1986),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1988), 『몸은 비록 떠나지만』(실천문학사, 1989), 『지금 비록 너희 곁을 떠나지만』(제삼문학사, 1989), 『당신은 누구십니까』(창작과비평사, 1993),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문학동네, 1994), 『부드러운 직선』(창작과비평사, 1998), 『슬픔의 뿌리』(실천문학사, 2005), 『해인으로 가는 길』(문학동네, 2006), 『세 시에서 다섯 시 사이』(창비, 2011) 등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푸른나무, 1990),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 배』(한양출판, 1994),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사계절, 1998), 『모과』(샘터사, 2000), 『마지막 한 번을 더 용서하는 마음』(사계절, 2000), 『사람은 누구나 꽃이다』(좋은생각, 2004) 등이 있다. 그 외 『바다유리』(현대문학북스, 2002), 『나무야 안녕』(나무생각, 2007)과 같은 동화를 쓰기도 했다.
1989년 전국교직원노조 활동으로 해직 · 투옥되었다가, 1998년 복직되어 2004년까지 충북 진천 덕산중학교에 재직했다. 1990년 제8회 신동엽창작기금상, 2009년 제22회 정지용 문학상, 2010년 제5회 윤동주상 문학 대상, 2011년 제13회 백석문학상, 2012년 제20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하였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16번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