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두부다. 산산이 부서져 바닥에 흩어진 두부 파편.
아무리 봐도 시체는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것으로 보인다.”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작가 구라치 준,
그의 내공과 장기가 한껏 발휘된 여섯 편의 웰메이드 미스터리
엉뚱하고도 강렬한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는, 구라치 준의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이 작가정신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지적 자극과 통렬한 블랙유머와 아이러니, 치밀한 논리에 더하여, 무엇보다도 제목처럼 기상천외한 발상이 돋보이는 개성적인 미스터리 작품집이다.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구라치 준은 국내에서는 『지나가는 녹색 바람』과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의 단 두 권이 번역, 출간되었지만 각종 미스터리 상에 꾸준히 이름이 언급되어 온 일본 미스터리계의 대표 중견 작가이다.
이 책은 본격 미스터리와 일상 미스터리, 바카미스(황당무계하고 말도 안 되는 트릭을 사용하는 미스터리)적 트릭, 패러디, SF적 상상력, 대표적 캐릭터인 ‘네코지마 선배’ 시리즈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폭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구라치 준의 장기와 내공이 유감없이 발휘된 ‘최고의 한 권’이라고 할 수 있다. ‘미스터리계의 교과서’, ‘유머 미스터리의 거장’ 등으로 불리는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구라치 준이 완전히 이겼다”, “이 작가 글은 너무 웃겨서 읽는 맛이 있다”, “훌륭한 반전을 가진 소설” 등 일본 미스터리 팬들로부터 열띤 호응을 이끌어냈다. 작가는 “미스터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는데, 이번 작품집 역시 미스터리 매니아는 물론 초심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묻지마살인’의 사회적 문제와 고도로 발달된 정보 시스템이라는 현대 기술의 맹점, 사이코패스의 광기, 전쟁이 주는 황폐함, 일상에 침투하는 죽음의 영묘한 기운 등 작가적 기량과 주제적 깊이를 겸비한 작품 한 편 한 편을 읽고 나면, 사각지대에서 머리를 세게 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을 강렬한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1962년 시즈오카 현에서 태어나 니혼대학교 예술학부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도쿄소겐샤에서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가 실제로 겪은 기묘한 일(50엔 동전 스무 개의 수수께끼)의 해답을 공모했는데 일반인 자격으로 응모해 와카타케상을 수상한다.
이듬해인 1994년 단편집 《일요일 밤에는 나가고 싶지 않아》로 정식 데뷔했다. 이 작품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네코마루 선배’는 이후 시리즈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1996년 발표한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제5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10에 올랐다. 2001년 《항아리 속의 천국》으로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구라치 준은 데뷔한 지 이십 년이 다 돼가는 중견이지만 작품 수는 열 편 남짓, 과작인 편이다. ‘냉장고가 텅 빌 때까지는 일을 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농담으로 떠돌 정도이다. 그는 미스터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위화감 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치밀한 논리로 단단하게 무장하고 있으며, 유머와 따뜻함도 잃지 않는다는 평을 얻고 있다.
ABC 살인 / 7
사내 편애 / 37
파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 / 77
밤을 보는 고양이 / 117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153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 / 217
옮긴이의 말 /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