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남편과 가족과 사회에 의해
죽어간 여인들을 위한 진혼곡
조선 시대, 죽은 여인들을 위한 유품정리사가 있었다면? 장편소설 『유품정리사: 연꽃 죽음의 비밀』(이하 『유품정리사』)은 짧은 상상력에서 시작된다. ‘유품정리사’는 2000년대 초반 고독사가 늘어난 일본 사회에서 성장하며, 4차 산업시대의 신(新)직업군으로 꼽히는 직종이다. 정명섭 작가는 21세기 직업군을 18세기로 옮겨와 새로운 여성 서사 소설을 선보인다. 죽은 여인들의 지난 삶이 고스란히 담긴 유품을 대신 정리하는 유품정리사. 작가는 이러한 직업적 특성을 미스터리한 죽음의 비밀을 푸는 열쇠로 사용한다.
『유품정리사』가 지금까지의 역사소설과 다른 이유는 죽은 여인들의 이야기라는 데 있다. ‘과부’와 ‘열녀’라는 단어로 알 수 있는 남성에게 종속된 여자들의 삶, ‘계집’과 ‘여편네’라는 단어에 들어 있는 여성을 낮잡아 보는 사회적 인식. 소설 속 사건들은 과부와 열녀로 축약되는 여성의 삶과 계집과 여편네로 일컬어지는 여성들의 위치를 보여준다. 누군가는 일찍 죽은 남편에 대한 수절을 강요받고, 또 다른 누군가는 노름에 빠진 남편의 판돈을 대신해야 했다. 불공평한 사회구조 속에서 억울한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의 여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200여 년이 지난 시간 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더 많은 것이 변해야 함을 이 소설은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유품정리사』에서 주인공 화연이 수습하고 정리하며 지켜봐야 했던 건 과거에서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여성들의 삶에 대한 세상의 불공평한 관념이었을지도 모른다.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기업 샐러리맨 생활을 하다가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를 거쳐 현재는 전업 작가로 생활 중이다. 남들이 볼 수 없는 은밀하거나 사라진 공간을 이야기할 때 비로소 글에서 빛이 난다고 믿고 있다.
역사 추리소설 『적패』를 시작으로 『김옥균을 죽여라』 『케이든 선』 『폐쇄구역 서울』 『좀비 제너레이션』 『멸화군: 불의 연인』 『명탐정의 탄생』 『조선변호사 왕실소송사건』 『별세계 사건부: 조선총독부 토막살인』 『체탐인: 조선 스파이』 『달이 부서진 밤』 『살아서 가야 한다』 『남산골 두 기자』 『미스 손탁』 『상해임시정부』 『유품정리사』 같은 다양한 소설들을 발표했으며, 역사 인문서 『조선백성실록』 『조선직업실록』 『조선의 명탐정들』 등을 집필했다.
2013년 제1회 직지소설문학상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NEW 크리에이터상을 받았다.
第一章 밤의 그림자
第二章 감춰진 이야기
第三章 짙어진 어둠 속의 달빛
第四章 푸른 비밀
終章 연꽃 위에 앉은 나비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