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소개
뉴질랜드에서 살면서 어린 시절부터 수준 높은 커피 문화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었다. 훌륭한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완벽한 우유 거품을 만들어 예술에 가까운 플랫 화이트를 완성하는 일에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했던 것은 생각해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자연스럽게 커피와 술을 섞는 작업에도 호기심이 생겼으며, 몇 년 뒤에는 커피와 술을 조합하여 다양한 음료를 선보이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드는 일을 취미로 삼을 수준에 올랐다.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커피와 술을 처음 섞어 마셨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1997년, 당시 17세였던 나는 파티 바에서 손님이 다 마신 잔을 수거하는 일을 했다. 하루는 손님들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를 정리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는데, 매니저가 세 개 층으로 정교하게 나뉜 술이 담긴 잔 두 개를 들고서는 나를 챙겨서 조용히 밖으로 나갔다. 지나치게 흥분한(점잖게 표현하자면) 손님에게서 압수한 칵테일이었는데, 받아서 마시자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위층은 달콤한 오렌지 맛이었는데, 매니저가 불을 끈 지 얼마 안 되어서 따뜻했다. 중간층은 캐러멜 크림이었으며, 아래층은 달콤하면서도 분명한 커피 맛이 느껴졌다. 처음 맛본 B52 체리는 정말 대단했다!
이후 몇 년 동안 나는 악명 높은 에스프레소 마티니는 물론이고 블랙 러시안, 화이트 러시안, 아이리시 커피, 콜로라도 불도그, 프로즌 블랙 아이리시 등 칵테일을 만드는 방법을 독학했다. 2002년에 바리스타로 일하고 난 뒤에는 두 분야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서 커피와 술을 섞은 칵테일 레시피를 개발해나갔다. 이제 바에 몸담은 지 20년이 약간 넘었으며, 4개국을 넘나들며 다양한 직책을 맡아 꾸준히 나만의 길을 걷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42 빌로우 칵테일 월드컵, IBA 월드 파이널, 볼스 어라운드 더 월드, 애플턴 에스테이트 월드 파이널 등의 세계 칵테일 대회에서 자랑스러운 뉴질랜드 바 커뮤니티의 대표로 참가했다.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2013년과 2014년에 열린 디아지오 월드 클래스 글로벌 결승전이었는데, 2013년에는 종합 4위의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행사에 참석하면서 내 경험과 지식을 나누어 다른 바텐더가 꿈을 좇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