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청소년문학 013>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어느 날 아빠가 사라졌다. 우리 집도 사라졌다…”
열한 살 소녀가 벌이는 기상천외한 도둑질
미국전역을 울리고 웃긴, 올해 최고의 가족소설!
‘가족소설’이라는 타이틀로 패런츠 초이스 어워드, ALA 노터블 어워드 등 열네 개에 해당하는 문학상, 협회 선정작, 각종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룩해낸 ‘바바라 오코너’의 첫 국내출간작. 영미권에서 새로운 성장소설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그녀는, ‘가난과 부서진 가족’ 혹은 ‘외롭고 소외된 청춘’이라는 지극히 무거운 주제를 풀어내면서도 시종일관 위트와 유머,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는다.
아빠는 도망가고, 집은 사라지고, 한순간에 길거리로 나앉게 된 주인공 소녀와 엄마, 동생의 고군분투기를 그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적당히 자기중심적이지만 아직 순수한 열한 살짜리 소녀의 시선으로 그린 가족과 인생과 사랑과 깨달음에 엉뚱함까지 버무려놓았다. 특히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대신, 어떻게든 예전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려고 기상천외한 프로젝트를 짜내는 주인공 소녀의 모습은 한없이 사랑스럽고 재기발랄하다.
현실적인 가족의 모습을 그렸으면서도 상큼함을 잃지 않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불현듯 ‘가족의 의미, 어린 시절의 동심’ 등을 떠올리게 된다.
“유머, 썰렁한 농담, 희망적인 기사 한 줄…
인생이 버거울수록 우리는 사소한 것에 의지한다”
‘약자의 생존법’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풀어낸 작가, 바바라 오코너
국내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노벨문학상, 부커상, 퓰리처상 등 굵직한 수상이력을 주렁주렁 달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그녀는 올해 자신의 이력에 아주 독특한 한 줄을 추가했다. ‘가족소설’이라는 타이틀로 패런츠 초이스 어워드, ALA 노터블 어워드 등 열네 개에 해당하는 문학상, 협회 선정작, 각종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쾌거를 이룩해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단 한 권으로 말이다. 그녀는 현재 영미권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청소년작가로 주목받고 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그녀를 이렇게 평했다. “오코너는 영리하다. 그녀는 어떻게 주제를 선택하고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줄 안다. 이번에 그녀는 또다시 ‘가난과 부서진 가족’이라는 도전적인 주제를 택했다. 물론 자신의 전매특허인 사랑스러운 유머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강하고 재기발랄한 소녀’와 ‘그들을 압박하는 현실적 고난’을 작품 속에 대비시킨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재능은 내용의 얼개보다는 다른 곳에서 더 빛을 발한다.
그녀는 우울한 인생을 지탱해주는 버팀목으로 ‘키득거리기’를 택했다. 박장대소는 아니다. 그보다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처한 현실적 고통을 ‘과하지 않은 유머러스함’으로 포장했다. 덕분에 더없이 리얼하지만 전혀 무겁거나 과장되지 않은 자신만의 성장소설 스타일을 창조해냈다. 그녀가 내세우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이중적이다. 영악하면서 순진하고, 똑똑하면서 바보 같고, 강하면서도 연약하다. 그러한 이중성이 현실적인 문제와 부딪혀서 엉뚱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고, 독자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심각하게 고민하다가도 어느 순간 킥킥거리며 웃게 되는 것이다.
그녀가 풀어내는 작품들은 에피소드처럼 소박하다. 하지만 ‘현실과 유머, 캐릭터’간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냈기 때문에 즐겁고, 따뜻하고, 한없이 매력적이다. 이러한 특성은, 열네 개 문학부문 선정작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이 책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번에도 그녀는 웃음기 어린 눈으로, 어린 소녀의 성장기,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희망의 변주곡을 설득력 있게 연주하고 있다.
‘가난과 부서진 가족’이라는 도전적 주제,
열한 살 소녀의 눈을 통해 가족과 인생의 소중함을 재발견하는 유쾌한 소설
조지나는 최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가 없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보니, 아빠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그가 남긴 거라고는 25센트 동전 꾸러미 세 개와 1달러짜리 지폐만 들어 있는 마요네즈 한통뿐. 게다가 집주인은 집세를 내지 않았다고 즉각 방을 빼라고 강요한다. 조지나는 아빠의 부재도 아프지만, 하루아침에 살 집이 없어졌다는 게 더 아프다.
결국 엄마는 ‘집세를 구할 동안만’이라는 단서를 붙여서 자동차에서의 생활을 제안하고, 그때부터 나머지 가족은 자동차에서 자고 맥도널드 화장실에서 씻는 생활을 반복한다. 하루하루 평범한 생활을 동경하던 조지나는 어느 날 아침, 마침내 가족을 위한 기상천외한 ‘생활전선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된다. 그러나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을 구상하는 그 순간부터 조지나의 일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과연 인생이 조지나를 위해 준비해두고 있었던 마지막 선물은 무엇일까?
“어느 가족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을, 생기발랄한 감각으로 풀어내다”
『자, 최고급 저택은 아니지만, 없는 것보단 낫지. | 저게 집이라고? 저기에 들어가서 산다고요? | 그냥 잠깐만이야. | 나는 팔짱을 끼고 자리에 털썩 드러누워버렸다. 이건 재앙이다. 아빠는 항상 못되게만 굴다가 결국은 우릴 버리고 떠났다. 그런데 이제는 엄마마저 정신이 나갔다.』
『누나, 우리가 왜 이 개를 훔쳐야 하는데? | 이 바보야, 이 개 말고 다른 개를 훔칠 거라고. | 어떤 개? |아직 나도 몰라. 일단 주인에게서 굉장히 사랑 받는 개를 찾아야 해. 그래야 주인이 개를 돌려받은 대가로 사례금을 줄 테니까. 알아들었어? | 누구한테 사례금을 주는데? |나는 한숨을 폭 내쉬고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 누구긴 누구야, 우리한테지. 이 멍청한 놈아. | 하지만 우리가 개를 훔쳤는데 왜 우리한테 돈을 줘? |아, 정말 지친다, 지쳐.』
이런 게 바로 생생한 캐릭터다. 가혹한 현실 속에서 샘솟는 짜증, 분노, 슬픔, 수치심이 딱 열한 살짜리의 감성으로 표현돼 있다. 상처를 곱씹는 애어른 대신 적당히 자기중심적이고 적당히 순수한 주인공을 내세운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아이는 포기할 줄 모른다. 우는 대신 화를 낸다. 체념하는 대신 머리를 굴린다. 떠나버린 아빠를 그리워하는 대신 지금 자신 곁에 있는 엄마와 동생을 위해,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위해 세상을 향해 씩씩거린다. 그리고 가장 어린 아이다운 발상으로 ‘세상에서 가장 재기발랄한 집구하기 프로젝트’를 꾸민다. 이 더없이 의욕적이고, 생생한 캐릭터의 향연을 보다 보면 절망보다는 희망이라는 말이 불쑥 떠오른다.
더욱이 이 소설은 가족의 붕괴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오히려 그 속에 숨어 있는 가족애를 반어적으로 얘기하고 있기 때문에 더 특별하다. 집 나간 아빠, 삶이 버거운 엄마라는 상황을 ‘경제력 하락’으로 연결시킴으로서 현실성을 획득했지만, 전혀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나머지 가족’들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림으로써 자연스럽게 ‘그래도 가족’이라는 진실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소설 전면에 녹아 있는 현실성, 유머러스함, 열한 살 소녀의 천진난만함은 아주 자연스럽게 ‘가족이란 무엇인가’ ‘시련이 닥칠 때 가장 중요하게 붙들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곱씹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마지막 순간에 조지나가 얻게 된 인생의 깨달음과 더불어 읽는 이 역시 자신만의 깨달음을 얻게 하려는 저자의 따뜻한 의도임에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