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파이 이야기』는 한 소년이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기도 하다. 다정한 부모님 밑에서 행복하게 살던 소년은, 홀로 남겨진 채 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절망과 공포와 고독을 경험하게 되고, 마침내 육지에 다다랐을 때는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다.
파이는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믿는 소년이었다. “단지 신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 비난을 받으면서도 세 종교를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족을 한순간에 잃어버리고 홀로 구명보트에 남겨졌다가 온갖 시련을 겪은 후 구조되는 시간 동안 파이는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의문을 품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은 신과 믿음의 참된 의미를 깨닫는다. 이런 의미에서는 종교에 관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다.
소설의 핵심에는 또한 ‘관계’의 문제가 있다. 인간과 동물의 관계, 나아가 인간과 신의 관계, 우정과 사랑, 믿음과 존중…… 이 세상에서 공존하는 모든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파이 이야기』는 ‘이야기’에 관한 소설이며 동시에 ‘인생’에 관한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파이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의 이야기가 정말 사실일까? 그것이 정말 일어난 일일까? 저자 마텔과 파이가 말하는 것처럼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떤 것을 진심으로 믿는다면, 그것이 비록 완전한 거짓이라 할지라도, 진실이 돼버린다. “인생은 이야기이며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좀더 멋진 이야기를 선택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마텔은 말하고 있다.
이렇게, “『파이 이야기』는 무엇에 관한 소설인가?”라는 질문에는 수많은 대답이 따라올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마다 모두 다른 대답을 할 것이므로.
부커상 수상작가이자 세계적인 소설가인 마거릿 애트우드는 이 책에 대해 “『로빈슨 크루소』 『걸리버 여행기』 『백경』을 잇는 소설이다”고 평했으며, 아마존닷컴은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모험, 생존 그리고 궁극적으로 신념에 관한 소설이다. 파이가 갖고 싶어했던, 읽고 또 읽어도 새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는 바로 그런 책이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