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도서관 -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
“망구엘이 책을 펼치면 글들은 날아올라 기쁨의 춤을 춘다!”
세계 최고의 독서가 알베르토 망구엘이 전하는
책과 세상에 관한 지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
(메디치 상 수상작『독서의 역사』의 뒤를 잇는 매혹적인 작품!)
세계 최고 독서가의 개인 도서관 짓기
『독서의 역사』와 『독서일기』를 통해 세계 최고의 독서가이자 작가로 이름을 날린 알베르토 망구엘. 시력을 잃어가던 대작가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주던 젊은 시절, 그의 꿈은 도서관 사서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지런하지 못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그런 그가 이순(耳順)이 가까운 나이에 이르러 프랑스 시골에 집을 마련하고 자신만의 도서관을 짓게 된다. 나날이 늘어나 부엌과 현관까지도 차지해버린 책꽂이를 감당할 수 없게 된 탓이다.
자신만의 도서관을 지으면서 그는 세상에 존재했던, 그리고 존재하는, 또 앞으로 존재할지도 모르는 모든 도서관에 대한 사색에 잠기게 된다. ‘빼곡히 들어선 책장들 사이로 숨겨진 이야기들은 무엇일까? 세상에는 어떤 도서관들이 존재했고, 어떤 이유로 사라졌을까? 그리고 그런 도서관을 사랑했던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 이 책은 이러한 물음을 가지고 책과 영혼이 만나는 공간의 다양한 모습을 추적해나간다.
도서관의 역사와 철학이 담긴 유일무이한 책
전작 『독서의 역사』가 독서 문화에 대한 변천사를 다루었다면, 『밤의 도서관』은 도서관의 역사와 함께 도서관에 담긴 철학을 다룬 책이다. 망구엘은 신화·정리·공간·힘·그림자·형상·우연·일터·정신·섬·생존·망각·상상·정체성·집이라는, 도서관을 떠올리면 연상되는 열다섯 가지 주제를 통해 도서관의 역사와 재미있는 일화를 낭만적으로 풀어나간다. 그 속에는 어린 시절 자신의 방에 놓여 있던 책꽂이에서부터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중국, 현대의 공공 도서관을 너머 웹상의 가상 도서관까지 수많은 매혹적인 도서관들이 포함되어 있다.
세상의 모든 기억을 다 담겠다는 열망하에 세워졌으나 정작 자신에 대한 기억은 남기지 못한 채 깡그리 불타 없어져버린 고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실크로드의 순례길을 걷던 순례자들이 우연히 만들어내 찬란한 한때를 자랑했지만 현재는 많은 책들이 대영박물관에 속하게 된 중국의 모가오 굴 서고, 도서관이 지역 사회에 안겨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라며 수많은 도서관(건물)을 지었지만 정작 도서관에 책을 지원하는 일에는 무관심했던 카네기의 도서관 등은 도서관의 근원과 운명의 아이러니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책을 정리하여 찾는 이에게 혼란과 감탄을 동시에 선사했던 아비 바르부르크의 도서관이나, 200여 년에 걸친 고민 끝에 공공 도서관에 인간적인 냄새를 부여한 라브르스트의 설계를 채택한 프랑스 국립 도서관, 폐기 위험에 처한 책들을 구해내기 위해 밤마다 서가에 기어 올라가 거짓 반납 날짜를 스탬프로 찍는 투쟁을 벌였던 샌프란시스코 공공 도서관 사서들의 이야기에서는 시대를 불문하고 이어져왔던 애서가들의 책을 향한 열망과 도전 정신이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우리를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이야기도 있다. ‘엄처시하에 살았다는 소크라테스가 쓴 결혼 생활 입문서’ 등의 위트 있는 가짜 책들이 즐비했던 찰스 디킨스의 도서관, 책이 담긴 커다란 자루를 당나귀 등에 싣고 밀림과 산간 오지의 마을을 찾아다니는 콜롬비아의 이동도서관, 문학과 음악을 좋아하는 프랑스의 한 농부가 세운, 면적 9제곱미터의 세상에서 가장 작은 도서관인 즈네투즈 도서관 등은 우리에게 읽는 행복감을 전해준다.
책 속에서 찾는 친밀함과 위안, 구원의 믿음
알베르토 망구엘은 말한다. “기억을 보존하고 전달하는 능력, 남의 경험을 통해 배우는 능력, 또 세상과 자신에 대해 아는 바를 공유하는 능력은 책이 우리에게 부여하는 힘인 동시에 위험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책을 소중히 간직하면서도 이를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도서관의 세계에는 우리를 슬프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존재한다. 온갖 검열로 금서로 지정되어 없어지고 결국 그림자로만 존재하는 침묵의 도서관들이 바로 그것이다. 나치스가 유대인 도서관을 약탈하고 파괴한 이야기나 가톨릭 선교사들이 아스텍의 문헌을 섬멸하다시피 한 것, 군부 독재의 기습 단속을 피해 화장실에 불을 피워놓고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책들을 불살라야 했던 남아메리카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이렇게 먼지로만 떠도는 책들이 등장해 우리의 마음을 울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책 속에서 친밀함과 위안, 구원의 믿음을 찾는다. 나치스가 유대인 도서관을 약탈하고 파괴하기 시작하자 한 동료와 함께 보름 동안 매일 책을 은닉처로 실어 나른 폴란드의 숄렘 알레이헴 도서관 관장의 이야기나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에서 수감자들이 아이들에게 구전으로 이야기를 전했던 ‘기억의 도서관’, 정국이 불안한 아프가니스탄에서 30년 동안 꿋꿋하게 서점을 운영해온 샤 무하마드 라이스 같은 이들의 이야기 등을 통해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본다.
『밤의 도서관』에는 형체도 공간도 없는 도서관들도 등장한다. 모든 독자가 우연히 마주하게 되기를 학수고대하는 상상의 책들로 가득 찬 도서관들이 그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온갖 이유로 사라져버린 책들, 결코 쓰이지 못한 책들을 발견해낼 수 있다. 프랑스 작가 라블레로부터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는 이 상상의 도서관은 러브크래프트를 거쳐 보르헤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작가들이 창조해냈다. 이러한 상상의 도서관에서 우리는 모두 도서관의 사서이자 설립자가 된다. “상상의 세계에서는 아직 쓰이지 않았을 뿐, 인간이기에 피할 수 없는 실수와 결함에서 벗어난 책이 얼마든지 가능하므로” 저자 망구엘도 친구들과 함께 자신의 도서관 앞 회화나무 두 그루가 드리운 어둠에 앉아 늘 얘기하는 꿈의 공간이다.
모든 독서가들에게 보내는 위안의 편지
전작 『독서의 역사』가 ‘독서라는 친구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뉴요커』)였다면, 『밤의 도서관』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서가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위안의 편지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자신의 혀를 내두를 만한 ‘책꽂이 편력’, 헌책방과 벼룩시장, 서점, 도서관을 넘나드는 끊임없는 집착의 ‘책 사냥’, 끝없이 책꽂이를 뒤집으면서 최적의 자리에 책을 두고자 하는 자신의 넘치는 열정, 친구들과 상상의 책들을 쓰곤 하는 실없는 밤들을 솔직하게 터놓으며 우리에게 마음을 열어 보인다. 덕분에 그의 이름 앞에는 ‘세계 최고의 독서가’라는 수식이 붙지만, 그의 글은 근엄하기보다는 낭만적이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책과 책을 담은 공간을 향한 그의 사랑과 열정은 고스란히 그의 문장에 스며들어 마법 같은 힘을 만들어낸다.
그는 말한다. “책이 우리 고통을 덜어주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이 우리를 악에서 보호해주지 못할 수도 있다. 책을 읽어도 우리는 무엇이 좋은 것이고 무엇이 아름다운 것인지 모를 수 있다. 책이 죽음이라는 공통된 운명에서 우리를 지켜주지 못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책은 우리에게 무수한 가능성을 제시한다. 변화의 가능성, 깨달음의 가능성……. 잘 쓰인 책이라도 이라크나 르완다의 비극을 덜어줄 수 없지만, 엉터리로 쓰인 책이라도 운명적으로 맞는 독자에게는 통찰의 순간을 허락할 수 있다.”
수많은 책과 마찬가지로 『밤의 도서관』 또한 어느 서가엔가 꽂혀 독자를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책의 힘을 믿는 당신이라면 운명적으로 이 책을 집어 들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밤, 마음을 울리는 수많은 위안의 문장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