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방황 - 별거 아닌 듯 별일 많은 하루를 헤매다
밥벌이를 삶으로, 연애를 사랑으로 디자인하는 방법이
궁금한 이들을 위한 청춘 로드맵
중앙일보 영화 담당 기자. 언론사 합격 수기를 담은 책의 저자. 칼럼 연재와 라디오 출연 등...
프로필만으로 보면 앞뒤 재는 것 없이 처음부터 ‘기자’라는 꿈을 정해두고 달렸을 것 같고, 두려움이나 낯가림 없이 새로운 현장과 낯선 사람들을 능숙하게 상대할 듯하다. 하지만 기자의 길로 접어든 것은 원래의 꿈이 좌절된 이후 찾은 우연의 접점이었다. 일반 샐러리맨과 다를 것 같지만 상사에게 깨지고 후배에게 치이고 ‘까라면 까야’ 하고 낯선 인터뷰이 앞에서 매번 긴장을 하는 건 마찬가지. 이처럼 튀는 듯 보이면서도 얌전하고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커리어와 면모를 가진 애매한 매력의(?) 저자가 자신이 지금껏 살아오는 동안 겪은 일, 연애, 일상의 일들을 용기 내어 하나의 책으로 담았다.
“누군가를 위로할 때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나 실수담을 꺼낼 때가 있다. 그것이 아프고 슬픈 상대에게 공감의 웃음을 주고, 치유의 힌트를 줄 수도 있다.” 저자는 바로 이 생각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다 컸다고 생각했지만 어린 아이로 머무르는 것 같은 자신에 대한 성찰, 변하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단상,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연애의 기록, 인내심과 열정을 버티는 일과 꿈에 대한 이야기 등을 소녀와 어른을 오가는 속내로 솔직히 털어놓았다.
친근하고 발랄한 그녀의 글은 학교에서 만난 맘 좋은 선배, 혹은 유쾌한 또래친구와 조곤조곤 얘기하듯 흘러 들어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떠밀리듯 살아가는 사람들,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두리번거리는 사람들에게 잠시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웃을 수 있게 하는 공감과 위로를 준다.
반복되는 일상 속 뜻밖의 만남, 익숙한 세상 속 낯선 풍경
그 사이를 여행하는 매력적인 방황!
저자는 ‘인생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나이도 아니다. 자신의 글이 독자에게 위로가 되고 웃음을 주길 바라지만 대단한 해결책이나 방법을 가르치려 하지도 않는다. 영화잡지 기자라고 해서 여기저기 좋은 영화의 명대사나 명장면을 멋 부리듯 끌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작은 일에도 지독히 헤매고 불안해했던 20대를 꾸밈없이 털어놓고 헛기침 한 번 없이 찾아온 30대를 마주하는 현재를 담백하게 이야기한다.
꿈 순혈주의. 어렸을 때부터 꿈, 거창하고 화려해서 남들이 볼 때 경탄할 만한 그런 꿈 하나를 붙잡고 꾸준히 키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무언의 압박. 그 압박이 마치 순수한 혈통만을 선호하는 ‘순혈주의’ 같아 내가 만든 말이다. 볼수록 말이 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심하다. 그저 오늘 하루 재미있게 노는 게 중요한 어린 아이에게 꿈을 크게 가져야 한다고 주입시키고, 하고 싶은 게 없다고 하면 이상한 애 취급하는 분위기를 누구라도 느끼며 자랐을 거다. 자라면서 꿈은 비쭉 비쭉 옆길로 새고 꺾어지기도 하고 소소한 것으로 바뀌기도 하는데, 그럼 마치 패배자처럼 취급하는 눈길도.(p.47)
많은 도전에 실패한 후 먼 길을 돌아 나는 기자가 됐다. 무식하고 서투르고 엉망이었던 스물넷의 나는 세상을 좀 더 제대로 알고 싶었다. 나의 20대를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오마주’를 날리며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그때 했다. 누군가를 향한 존경과 열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나의 20대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그렇게 배워나가다 보면 나는 조금 괜찮은 인간이 되어있지는 않을까 꿈꿨던 거다. 이제 나는 20대와 작별했다. 여전히 ‘오마주’ 중이지만, 평생을 ‘오마주’로 살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내가 폭발시키고 싶은 어떤 우주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안다. 이 세상에 다시없을 나만의 우
주는 월급통장보다 빛나는 순간들이 쌓이며 온다는 것을. (p.57)
만인의 연인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던 수많은 날들을 지나며 나는 ‘성숙’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것. 사실은 내 인생에 별 관심도 없는 사람들의 말을 일일이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그리고 그저 나 좋아해 주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깨알같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 성숙한 자세라고 말이다. 그렇게 만인의 연인을 포기하는 순간, 더 자유롭고 더 행복한 세상이 열린다는 걸 나는 오래도록 알지 못했다. 앞으로도 누군가 날 싫어한단 얘길 듣는다면 슬플 것이다. 하루쯤은 잠이 안 오겠지. 이튿날에는 친구와 술 한 잔 할 것 같다. 그러나 뭘 어쩌겠는가. 별 의미 없이 던진 돌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내가 개구리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 수밖에. 연약한 개구리가 되는 대신, ‘그래서 뭐?’라고 어깨 한 번 들썩여주는 바위가 되면 괜찮지 않을까. (p.133)
취업난, 연애, 우정, 외로움, 사회생활, 나답게 살아가기 등에 관한 치열한 경험을 저자 특유의 담담한 어조로 얘기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왜 나만 이러지?’ 고민했던 나날을 지나 한숨 크게 쉬고 ‘다들 이렇게 살아.’라며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게 된다. 누구나 겪을 법한 일상 속 사건사고이지만 누구나 생각하지 못했던 시선과 성찰을 보여주는 그녀이기에 평범한 하루하루를 방황하면서도 빛나는 순간을 건져내는 힌트를 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