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북] 한국대표중단편문학 - 제1과 제1장
이 소설의 기본 골격은 이미 도시의 근대적 생활과 그 속에서의 익명적 삶에 익숙해져 있던 수택이 힘든 노동의 보람과 인간에 대한 공동체적 사랑으로 구축된 농촌적 세계관에 발을 들여놓기까지의 내적·외적 갈등과 진지한 자기 반성의 과정으로 짜여져 있다. 그는 토속음식에 적응하지 못해 설사를 일으키는 아내와, '흙냄새'와 '된장내'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아버지 사이에서 의식적으로 풀과 흙에 사랑을 쏟아붓는다.
농촌공동체를 마음의 고향으로 가지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 본원적인 인간의 가치를 일깨워 회복시켜 주고자 하는 작자의 의도가 지나친 나머지 도시와 농촌, 이기적인 개별자들과 사랑의 공동체라는 대립구도는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다. 농촌은 절대 선, 태고의 낙원으로 이상화되어 있을 뿐, 1930년대 한국 농촌의 경제적 궁핍이나 그 궁핍이 가져온 가치의 훼손 등에 대한 반성은 결여되어 있다. '흙냄새'로 표상되는 농촌적 세계관에 대한 작가의 관념적인 이상화가 현실의 사실성에 대한 파악보다 훨씬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이다.
본명 용구(龍九). 충청북도 음성(陰城)에서 출생하였다. 1925년 도일, 세이죠[成城]중학교에 다니다가 일본작가 가토 다케오[加藤武雄] 문하에서 수업, 1932년 장편 《지축을 돌리는 사람들》을 동아일보(東亞日報)에 연재, 이어 《B녀의 소묘》 《창백한 얼굴》 《오후 영시(零時)》 등의 단편과 희곡 《탈출》을 발표함으로써 작가로서의 지위를 확보했다.
1933년 이효석(李孝石) 등과 '9인회' 동인이 되었고 1934년 동아일보사 학예부 기자가 되었으며 1936년부터 문예지 《조선문학》을 주재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농촌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제1과 제1장》 《흙의 노예》 등 우수작들을 발표했다.
일제강점기 말(1942∼1945)에는 《대동아전기(大東亞戰記)》 《개천촌 보고》 등 친일적인 글들을 남겼다. 1951년 해군정훈감(海軍政訓監)이 되고 문총(文總) 최고위원을 역임했으며, 1956년 《농부전초(農夫傳抄)》로 제4회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작품에 《명일의 포도》 《세기의 딸》 《먼동이 틀 때》 《농민》 등이 있고, 단편집 《취향(醉香)》 《산가(山家)》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