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책. (…) 개츠비는 내 정신적 지주다. ― 무라카미 하루키
환희의 시대에 불안을 직시한 작가 피츠제럴드,
도시와 인간의 이면, 희망과 좌절을 추적하다
「지금 새롭고 아름답고 단순한 것 이상의 정교하게 꾸며진 그 무엇을 쓰고 있다. 이 소설은 지금까지 나온 소설 중 가장 훌륭한 소설이 될 것이다.」 이것은 1924년 여름, 스물여덟 살의 젊은 작가가 자신의 세 번째 장편소설의 원고를 탈고하며 편집자에게 보낸 편지에 담긴 내용이다. 원고의 제목은 「황금 모자를 쓴 개츠비Gold-Hatted Gatsby」. 이듬해 봄 출간된 작품에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라는 새로운 제목이 붙는다. 「헨리 제임스 이후 미국 소설이 내디딘 첫 걸음」(T. S. 앨리엇)이라는 평단의 호평과는 달리 독자들의 반응은 미약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책은 미국 중, 고등학교는 물론 전 세계 대학 영문과의 필독서이자 미국에서만 해마다 30만 권 이상 판매되는 고전 중의 고전이 되었다.
5권의 장편과 160편의 단편을 남긴 「현대의 오르페우스」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1925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주인공 개츠비, 화자 닉, 개츠비의 라이벌 톰이라는 세 명의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시대적 불안을 뛰어나게 묘사한 작품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판에서는 영문학자로서 2010년에 논문 「잭 클레이톤 감독의 「위대한 개츠비」와 "미국의 꿈"」을 발표한 바 있는 한애경 교수의 번역, 피츠제럴드 연구의 권위자이자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교수인 매슈 J. 브루콜리의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주석, 피츠제럴드의 아내 젤다 피츠제럴드의 삶까지 다룬 상세한 연보가 작품 이해를 돕는다.
「과거를 되돌릴 수 없다고요?」 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어요!」
1920년대 「재즈 시대」의 충실한 재현, 통속적 사랑 이야기에 맞닿아 있는 「아메리칸드림」, 이스트에그와 웨스트에그라는 공간적 배경에 담긴 동부와 중서부의 관계……. 어떤 독자들은 「개츠비」를 미국 사회에 대한 적확한 예언으로 읽는다. 환희의 시대에 불안을 직시한 예리한 통찰력은 피츠제럴드가 고전 작가로 거론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독자들에게 「개츠비」는 현실과 환상, 사랑과 사랑, 욕망과 욕망이 맞물린 이 세계에 대한 다분히 통속적인 묘사인 동시에, 술과 파티가 끊임없이 이어진 피츠제럴드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극히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모든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개츠비」는 실제의 사람으로,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 자신으로 끊임없이 재현되며 질문을 던진다. 「다만 쫓기는 자와 쫓는 자, 바쁜 자와 피곤한 자가 있을 따름」이며, 「새로운 세계, 실체 없이 물질적이며, 가엾은 유령들이 공기처럼 꿈을 마시며 정처 없이 떠도는 세계」가 「잿빛 환영처럼」 다가오는 이 시대에.
저자소개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Francis Scott Key Fitzgerald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 들어가 육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제대 후 광고 회사에 취직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했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몰두한 끝에 자전적 소설인 『낙원의 이쪽』(1920)을 발표하면서 비평가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의 성공으로 경제적 여유와 인기를 얻은 피츠제럴드는 약혼을 취소했던 젤더와 결혼한 뒤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사교계 생활에 빠져들었다.
처녀작이 크게 성공하자 그 여세를 몰아 『말괄량이와 철인』『아름답게 저주된 것』『재즈 시대의 이야기』등을 쓴다. 그 중에서 출판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였고, 할리우드를 다룬 『최후의 대군』도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 자신은 술에 탐닉하고 아내 젤더는 신경쇠약 증세를 일으켜 입원하면서 피츠제럴드는 불행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된 『밤은 부드러워』(1933)를 발표하였으나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작품의 연이은 실패와 이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젤더의 병으로 절망에 빠진 피츠제럴드는 회복 불가능한 알코올 중독자가 되었으나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하는 등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말년에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집필하는 작업을 했는데 유명한 작품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있다. 그의 사후에 친구 윌슨과 에드먼드의 편집으로 그 작품과 유고집이 출판되었다. 1935년까지 네 권의 단편집을 출간하였으며 무수한 잡지에 실린 그의 단편은 총 160여 편에 이른다. 1940년 『마지막 거물』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미국의 ‘잃어버린 세대’를 대변하는 대표적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그의 대표작 『위대한 개츠비』가 출간되었을 때 그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도 잃어버린 세대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개츠비』의 배경이 되는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인 일명 재즈시대라고 불리는 1920년대로 미국은 급격한 산업화와 전쟁의 승리로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얻었지만 전쟁의 참화를 직접·간접으로 체험한 젊은이들은 자신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새로운 것을 찾아 프랑스로 떠났다. ‘잃어버린 세대’는 바로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작품은 미국의 1920년대를 대표하는 문학으로 꼽히는 작품으로 제 1차 세계대전 직후의 미국의 사회상을 실감나게 묘사한 수작이라 평가받고 있다. 미국 중서부 노스다코다 주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개츠비는 대단한 야심가로 입신 출세를 꿈꾼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대위로 임관되어 참전하였고, 테일러 기지에 주둔하던 중 교양 있는 상류층 여인 데이지 데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그는 해외로 파병되었고, 종전 후 한시라도 빨리 귀향하려고 했으나 무슨 착오가 있었는지 옥스퍼드로 파견된다. 개츠비가 돌아오지 않아 초조해하던 데이지는 한시바삐 생활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시카고 출신의 부호와 결혼해버린다. 주인공 개츠비는 가난하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여인에게 버림받고 오로지 부자가 되기 위해 청춘을 전부 바친다. 그러나 끝내 그녀의 진정한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죽고 만다. 이러한 개츠비의 비극적인 생애를 묘사한 이 작품은, 제1차 세계대전 후의 미국사회를 무대로 미국인들의 꿈이 일그러지고 붕괴되어 가는 모습을 놀라운 시적감각으로 보여준다.
이외의 작품으로는『말괄량이와 철인』『아름답고 저주받은 것』『재즈시대 이야기』『밤은 부드러워』『기상나팔 소리에 술을 마시다』등 다수가 있다.
한애경
이화여자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영문과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코네티컷 대학교, 예일 대학교, 퍼듀 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채플힐) 대학교 등에서 연구했고, 현재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19세기 영국 소설과 영화』, 『19세기 영국 여성작가 읽기』, 『영미문학의 길잡이 1』(공저), 『페미니즘 시각에서 영미소설 읽기』(공저), 『영미 명작 좋은 번역을 찾아서』(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미들마치』, 『사일러스 마너』, 『육체와 예술』(공역),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공역) 등이 있다. 그 밖에 조지 앨리엇, 제인 오스틴, 메리 셸리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