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
고전 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
“거실의 한쪽이 정원으로 연결되도록 트여 있는 화려한 방, 소크라테스는 상당히 화가 난 표정이다. 한 손을 격정적으로 추켜든 모습으로 봐서 무언가 나무라는 말을 하는 듯하다. 용맹함을 상징하는 투구는 침대 한구석에, 칼은 술잔 옆에 내던져져 있다. 창녀 한 명은 가지 말라는 듯 알키비아데스의 품에 매달리고, 다른 한 명은 침대 위에서 온몸으로 슬픈 감정을 표현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엉거주춤한 자세와 표정으로 선뜻 소크라테스를 따라나서지 못한다.”
르뇨의 〈쾌락의 팔 안에서 알키비아데스를 끌어내는 소크라테스〉는 당시 그리스의 유명한 장군이자 정치가인 알키비아데스가 여인들과 함께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소크라테스가 그를 끌고 나가는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은 우리에게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는 동시에 소크라테스 철학의 함축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육체적 쾌락을 멀리하고 정신적 열망을 추구했다. 육체가 아닌 정신에 인간의 본질이 존재한다는 소크라테스 철학의 핵심 명제가 바로 이 그림에 압축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이처럼 그림은 글로는 길게 이야기해야 할 것들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간단명료하게 정리해 보여준다. 정보 전달 차원에서 그림은 언어보다 앞선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 글이 추상적 개념을 서사하는 특징을 갖는다면 미술 작품은 한 화면 안에 집약적 정보를 담고 있어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그 시대적 정신과 상황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책은 그림의 이러한 특징에 주목해 미술 작품을 고전의 안내자로 삼았다. 미술을 통해 고전을 바라보면 새로운 인식의 틀을 세울 수 있다. 인문학의 추상적인 개념과 예술의 상상력이 만나 고전의 내용은 더욱 풍성하고 자유롭게 전달된다. 또한 그림의 압도적 전달력은 고전 속 딱딱하고 어려운 개념들을 집약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이성과 상상력이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우리의 정신은 한층 고양되며 나아가 사고 능력 또한 향상될 수 있다.
이 책은 철학·문화·사회·경제 분야의 18개 핵심 고전들의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18명 화가의 그림 54점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미술 작품을 각 장의 도입부로 삼아 고전에 관심과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게 했으며, 해당 고전에 대한 논의 또한 더욱 풍부하게 한다.
인류 지식의 정수가 담긴 엄선된 고전들과 압도적 전달력을 가진 미술의 결합은 독자들로 하여금 그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지적 자극과 흥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더불어 이 한 권의 책은 독자들이 고전과 미술의 기초 상식을 갖추고, 나아가 정신과 사고력이 훌쩍 성장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등 고전 읽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을 위한 변명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왔고, 모범이 될 만한 작품. 고전(古典)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람들에게 고전은 ‘늘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읽지 못하는 책’이다. 이러한 점에서는 대문호들도 다르지 않다. 마크 트웨인은 “고전이란 누구나 한번쯤 읽기를 바라지만, 사실은 아무도 읽고 싶어 하지 않는 책”이라 했고 아나톨 프랑스는 “고전이란 누구나 가치를 인정하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이다”라고 했으니 그들에게도 고전 읽기는 분명 녹록하지 않은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게 고전은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책’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고전 읽기를 주저하는 이유는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책을 읽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으니 고전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마찬가지로 요약정리 교과서 위주의 호흡이 짧은 글을 주로 읽다 보니 고전의 분량에 압도당해 지레 겁을 먹게 됨으로써 고전에 대한 선입견은 점점 더 커지는 것이다.
그래서 고전은 억울하다. 사실 고전은 결코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으며 인류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가장 귀중한 지적 유산들이 압축되어 담겨 있다. 화이트헤드는 “서양철학사 2천 년은 플라톤에 대한 주석”이라 했으며 동양에서도 여전히 공자와 맹자, 장자가 주요 텍스트다. 이렇듯 고전은 여전히 우리의 삶과 세상에서 살아 숨쉬는 교양사전이다.
고전 공부는 과거와 현재와의 소통을 바탕으로 올바른 세계 인식을 갖고 자기 성찰을 모색하는 실천적인 자기계발 과정이다. 또한 인간의 사고 능력은 계단식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꾸준히 고전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우리의 지적 체력 또한 훌쩍 성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오늘의 문제들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훈련의 첫 걸음으로 철학·문화·사회·경제 분야의 대표 고전들의 핵심 내용을 분석한다. 하지만 단순한 내용 요약정리에 그치지 않고, 원문의 주요 내용을 제시하고 핵심 문장의 단어와 구절을 꼼꼼하게 설명하는 방법으로 체계적으로 고전을 풀어나간다. 또한 단순히 고전이 담고 있는 메시지를 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문을 제기하고 논쟁적으로 접근함으로써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고 나아가 ‘지금-여기’의 현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에 고전의 이해를 한층 더 높여줄 미술 작품의 설명이 더해져 내용을 더욱 깊고 풍부하게 한다. 이 책은 고전 읽기를 주저했던 사람들에게 지적 만족감을 제공하고, 오늘을 살아갈 지혜를 발견할 수 있는 길라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철학·문화·사회·경제… 세상의 모든 교양을 읽다
철학, 문화, 사회, 경제 분야는 우리의 생각과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다. 우리의 삶과 가장 연관성 있는 4개 분야의 엄선된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그 분야의 핵심 지식을 읽는 것이며, 이는 곧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압축적으로 읽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철학·문화·사회·경제 네 분야를 대표할 수 있는 고전 텍스트들을 선택해 사상적인 흐름과 대략적인 역사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1부 ‘철학에 길을 묻다’에서는 시대별로 이성을 둘러싼 서로 다른 대표적 관점을 비교한다. 서양철학의 가장 큰 화두는 ‘이성’이다. 이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지니는가에 따라 철학의 사상적 조류가 변모해왔기 때문이다. 먼저 고대 이성을 대표하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과 근대 이성을 대표하는 데카르트의 《성찰》을 통해 가장 기본적인 이성관을 다루는 것을 시작으로 기존의 이성 중심 사고에 도전장을 던진 니체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현대의 대안적 이성관을 제시한 화이트헤드의 《이성의 기능》까지 살펴본다.
2부 ‘문화의 사려 깊은 매력’에서는 말리노프스키의 《미개사회의 성과 억압》을 시작으로 가족 형성을 비롯한 문화의 원시적 기원을 만나고, 푹스의 《풍속의 역사》로 중세와 근대의 성, 가족, 유행, 예술의 변화 과정, 문화와 사회체제의 관계 등을 검토한다. 또한 현대사회 기술의 발달이 문화에 끼친 영향은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 문화 영역에서 주목받는 이미지의 이해는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이, 소비문화의 문화적 특징은 부르디외의 《혼돈을 일으키는 과학》이 각각 담당한다.
3부 ‘살맛 나는 사회를 위하여’는 법, 제도, 관료제, 대중사회, 자유, 여가 등 현대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고전을 분석한다. 베버의 《경제와 사회》로 현대사회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고 있는 관료제의 원리를 추적한다. 오르테가 이 가세트의 《대중의 반역》은 현대를 규정 짓는 ‘대중’의 부상을 다루며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는 현대인의 자유 상실 문제를 살핀다. 또한 톨스토이의 《부활》은 법과 제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고, 러셀의 《게으름에 대한 찬양》은 현대사회의 일과 여가의 관계에 반성적 질문을 던진다.
4부 ‘경제를 생각한다’에서는 소유, 시장, 지식 경제 등 경제와 관련된 핵심 논쟁들을 다룬다. 로크의 《통치론》은 시장경제가 기반으로 하는 사적 소유가 어떻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 한계는 어디에 있는지를 살핀다. 하이에크의 《자유헌정론》은 자유 시장 이론의 원리를, 폴라니의 《인간의 경제》는 시장의 절대화 논리가 갖는 위험성을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은 최근 정보화사회와 함께 찾아온, 지식 경제가 불러올 변화를 내다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