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드를 파괴하라
미래 경영은 공간 경영이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은 왜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가?
선과 선이 만나 직각을 이루고, 그 직각의 형태들이 모여 바둑판과 같은 모양의 방대한 그리드를 형성한다. 그리드(grid)는 우리말로 ‘격자’를 뜻한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피지배 계급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또 사물이나 현상을 관리하기 위해 수천 년 동안 그리드 구조를 사용해왔다. 그런데 지금 탈그리드에 주목한 기업들의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시작한 구조주의 철학에서부터 마크 로스코의 로스코 채플, 프랭크 게리가 만든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페이스북, 이탈리아 밀라노의 이탈리와 텐코르소코모, 미국 뉴욕 동강의 혁신과 서울 성수동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은 변화가 그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영과학과 혁신 이론이 기업의 미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었고, 이런 사회에서 성장하며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오늘날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그것은 경영상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되지 못한다. 이 점에 주목한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는 공간의 구조를 혁신함으로써 그 해법을 찾았고, 경영과학이 풀지 못했던 몇 가지 문제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 최초로 경영과 공간(건축)을 융합하여 쓴 『그리드를 파괴하라』는 이 시대를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리더와 구성원들에게 도시공학적 상상력과 경영 이론이 융합된 미래 혁신 경영 전략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할 것이다.
경영 혁신은 그리드의 파괴로부터 시작된다
얼마 전 스마트폰 관련 기사가 모든 지면을 장식한 적이 있다. 그동안 불황을 비껴가며 홀로 승승장구하던 스마트폰의 매출이 곤두박질쳤다는 내용이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계 1위를 고수하며 매 분기마다 매출과 순이익 증가율이 두 자릿수 이상이었던 애플마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고 하면서 이제 스마트폰의 전성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온갖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십수 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하락하며 성장세 둔화에 따른 위기론까지 대두되는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은 지금 수조 원을 들여 스페이스십(spaceship)을 짓고 있다. 이 무모하다고밖에 볼 수 없는 프로젝트를 애플은 왜 진행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기업 생존의 미래가 공간 경영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고의 혁신이 그리드를 파괴하는 이 공간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페이스십이 완공되면 애플의 구성원들은 정해진 자리에서가 아니라 계속 움직이면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애플은 회사 조직도도 없으니 일하는 형태를 쉽게 추측할 수 없겠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대기업들이 채택해온 그리드 구조, 그러니까 관리와 통제를 위한 구조는 아니라는 것이다.
보통 위기 상황이라면 기업 입장에서는 어떤 대안을 만들어낼까? 우선 규모를 줄일 것이고,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짜낼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전통적인 시장을 해체하면서 그들이 가진 일터들의 형식과 공간을 무너뜨리고 지도에 없던 전대미문의 공간분화 실험을 통해 일터이자 놀이터를 만들고 있다. 그 공간은 놀이터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 공간이기도 하다.
GAFA를 비롯해 실리콘밸리에 있는 첨단 ICT 기업들을 중심으로 독특한 업무 공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페이스북은 2,800명의 직원이 하나로 뻥 뚫린 초대형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애플은 그리드를 파괴한 신사옥 ‘스페이스십’을 건축 중이며, 구글과 아마존도 각기 다른 형태로 그리드를 파괴한 건물을 건축 중이다. 최근 스타트업 기업과 함께 시작된 오픈형 공간도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공간 임대 회사인 미국의 ‘위워크’는 전 세계로 확대 중이며,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카우앤독’은 그리드를 파괴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수평적 조직 운영,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등으로 이미 조직 내 장벽을 파괴한 기업들은 GAFA 이외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며, 빅데이터를 혼용한 조직 커뮤니케이션 실험 또한 계속되고 있다.
상업 공간도 이제는 쇼핑이 아니라 몰링(malling)의 시대로 변하고 있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이탈리와 텐코르소코모에서 카페와 식당, 문화와 엔터테인먼트가 복합적으로 구성된 그로서런트(Groce-rant=Grocery+Restaurant) 개념을 도입하면서 시작된 몰링은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대형 복합 쇼핑몰의 강력한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리드를 파괴한 몰링에서 매출이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공간의 변화는 학교에서도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스탠퍼드 대학교 내에 설치된 디자인 스쿨(하소 플래트너 디자인 연구소), 일명 ‘디스쿨(d.school)이 대표적이다. 미래 혁신가를 양성하기 위해 모든 학문을 융합한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산실’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디스쿨은 고효율 LED 전등 ‘d라이트’와 뉴스 애그리게이션 앱인 ‘펄스’를 탄생시키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곳은 필수과목도 학위도 없다. 이곳에서는 함께 모여 대화를 통한 방식으로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있다.
혁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미래를 위해 새로운 진화를 준비하라!
한 공간을 무한 루프로 만들고 있는 애플, 열린 가변 공간을 추구하는 구글, 몰링형 업무 공간을 만든 페이스북,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밀라노의 텐코르소코모, 그리고 디스쿨은 새로운 창조 시대로 연결된 관문을 열었다. 바로 그리드를 파괴한 것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관리와 통제의 원칙을 과감하게 버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들과 다른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에도 그리드를 파괴함으로써 성과를 창출한 기업이 있는데, 바로 유한킴벌리이다. 2011년 그리드를 파괴하고 새로운 경영 방법 ‘스마트워크’를 시작한 것은 행복한 일터를 만들고 지속 가능 성장을 위한 기반 구축 때문이었다. 명확한 비전과 지속적인 추진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유한킴벌리는 새로운 조직문화에 힘입어 지금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공간의 특성에 따라 업무 성과가 달라진다는 것은 이미 수많은 연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이제 기업들도 운영 시스템의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같은 크기의 공간을 제공하고 같은 규율과 원칙을 제공하면서 성과를 측정했던 기업들에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점에 주목해 이 책을 집필한 저자들은 말한다. “시대를 따라가거나 선도하지 않으면 크게 뒤처질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때로는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이끌어주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러니 용기를 가져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바꾸어라. 당신은 이미 엄청난 능력을 가진 ‘능력자’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배수진을 칠 수 있는 ‘그리드를 파괴하는 전략’이다.”
위기를 극복하고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서 기업들은 그리드 파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체하면 늦게 되고, 그러면 최고의 전략도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 책을 통해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