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번번이 사랑에 실패하고 있나요? 가족과의 대화가 힘든가요?
어떤 직업을 가져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그렇다면 잠시 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세요.
온라인 문화로 사랑과 우정의 방식이 달라지고, 평생직장의 개념은 종말을 고한 시대, 돈벌이는 물론 삶의 질도 중요해졌고, 길어진 수명으로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가 새로운 고민이 된 시대.
생태계 위기로 윤리적인 소비와 친환경적인 생활이 더욱 중요해진 시대. 이처럼 달라진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알랭 드 보통과 함께 ‘인생학교’를 대표하는 라이프스타일 철학자 로먼 크르즈나릭. 그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종교로, 심리학으로, 자기 계발로 몰려가는 사람들만큼 ‘역사’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은 왜 없는 것인지 안타까워하며 이 책을 썼다.
여러 시대에 걸쳐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살아온 방식을 탐구하다 보면,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귀중한 교훈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바로 그의 생각이다.
이제 그의 안내로 역사가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만나보자.
당신을 하루살이 같은 인생에서 건져줄 역사 사용 설명서
어떻게 살 것인가? 참으로 오래된 인류의 질문이다. 굉장히 무거운 질문이면서 또한 매우 실용적인 질문이기도 하다. 각자의 답이 있겠지만 그 어디에도 통하는 단 하나의 정답은 없는 질문.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이 책의 여정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길은 여럿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종교의 가르침과 영적인 사상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이 발전시킨 ‘행복 과학’을 탐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행하는 자기 계발 전문가의 조언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들은 나쁜 습관을 떨쳐내고 삶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갖도록 도울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안내할 세상은 이들과는 좀 다르다. 세상살이의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지만 사람들이 좀처럼 활용하지 않는 영역. 바로 역사다.
일찍이 괴테는 “지난 3,000년의 역사를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하루살이 같은 인생을 살 뿐이다.”라고 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에서 오늘날에 이르는 지난 3,000년의 인류 역사를 펼쳐 보인다. 유럽과 북아메리카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동아시아까지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그때 그곳의 사람들이 살았던 방식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인류가 일, 시간, 창조성, 공감 같은 일상적이고 중요한 문제에 접근하는 방법이 실은 놀라울 정도로 다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만난 다양한 삶의 방식은 나의 삶 역시 지금의 모습으로 고정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하고, 새로운 용기를 낼 수 있게 독려한다.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는 당신에게
사랑. 늘 설레는 말이지만 또한 가슴 아픈 말이다. 우리는 왜 번번이 사랑에 실패하고, 힘겨워하는 것일까? 종교나 심리학의 영역에서도 많은 조언을 들을 수 있겠지만,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인류의 역사를 일별하는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이는 애초에 출발부터 잘못된 문제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역사에서 일어난 크나큰 두 가지 비극을 지적한다. 첫 번째, 사랑은 여러 다른 형태로 존재하며 각각의 역할이 있는 법인데 우리가 이를 망각하고 있다는 것. 두 번째, 지난 수천 년에 걸쳐서 다양한 사랑이 이성 간 연애(그리고 결혼!)라는 개념 하나로 통합되었다는 것. 이를 통해 우리는 사실상 불가능한 목표인 ‘영혼의 반쪽’이라는 환상을 찾아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남녀 사이는 물론, 친구간의 우정, 낯선 이방인과의 관계,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며 이들이 조화를 이룬 모습이 사실은 삶에 사랑이 충만한 모습이다.
가족과의 대화가 불편한 당신에게
사랑만큼 늘 우리와 함께하지만, 그만큼 또 매번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가족이다. 화목한 모습을 연출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불편한 당신에게 역사가 들려주는 진실은 한편으로는 현대 문명에 대한 성찰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심심한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오늘날 가족이 불편해지는 첫 번째 고리는 남녀 성역할의 분리다. 가사노동 및 육아에서의 불균형 문제가 가정불화의 씨앗이다. 이는 서구 사회라고 다르지 않다. 영국의 맞벌이 가정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3분의 1 이상 더 많은 시간을 가사에 쏟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인류의 오랜 전통이 결코 아니다. 콩고 분지의 아카 족 남자들은 하루의 약 47%를 육아에 썼다. 18세기 타히티 섬의 남자들은 일상적으로 요리를 하고 아이를 돌봤다. 오늘날과 같은 성역할 분리의 결정적 계기는 산업혁명이었다. 19세기에 공장들이 들어서기 전까지 남자가 집을 떠나 일을 하러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자영농 형태의 삶에서는 모든 일이 ‘집안일’이었고 어떤 식으로든 남녀가 집안일을 서로 나누어 해야 했다. 집안의 일과 집밖의 일이라는 구분이 생긴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편한 가족을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할 일은 남자들이 가사에서 역할을 되찾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짚어봐야 할 것이 가족 간의 대화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즐겁게 대화하며 식사를 하는 이미지는 사실 역사 속에 존재한 적이 없다. 고대 이래 오랫동안 남녀가 분리되어 식사를 했으며, 중세에는 기독교 신앙의 영향으로 침묵 속의 식사가 일반적이었다. 물론 중세를 지나 18세기 무렵이 되면 테이블 위의 대화가 꽃피기 시작하지만, 가족 간의 식사에서는 아버지나 남편의 권위에 짓눌려 감정 억압의 상태를 면치 못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친밀한 대화 속의 식사는 20세기에 들어와서야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텔레비전이라는 복병이 나타났고 오늘날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가족 간 대화의 물꼬를 틀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당신에게
역사가 들려주고 싶은 열두 가지 이야기
사랑과 가족에 이어 공감, 일, 시간, 돈, 감각, 여행, 자연, 신념, 창조성, 죽음 방식이라는 열두 가지의 주제가 이어진다. 앞서 사랑과 가족을 다룬 방식과 비슷하게 우리가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는 사례를 역사 속에서 만나고 나면, 해당 주제에 대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일, 시간, 돈 등 현대인의 삶을 각박하게 만드는 주제들에 대해서는 이런 풍조가 사실 인류 역사에서 굉장히 최근에 만들어진 것임을 확인하고 나면, 그런 흐름에 주눅 들기보다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헤쳐 나가는 것이 더 나은 삶에 다가가는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시각 중심의 현재의 우리 삶에 후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이 가져오는 풍요로움을 일깨워주고, 창조성의 문제에서는 천재들의 성과가 아닌 일상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들면서 느끼는 기쁨에 집중할 수 있게 돕는 것 역시 이 책의 미덕이다.
대단원의 막이 ‘죽음 방식’으로 내려지는 것도 흥미롭다. 죽음 그 자체보다도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장에서는, 인류 역사에서 죽음이 지금처럼 삶과 떨어져 있던 때가 없었음을 보여준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공동묘지가 도시의 중심이었고, 아이들이 해골을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놀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역사 속의 일화를 통해 죽음에 대한 망각이 어떻게 삶 역시 허무하게 만들었는지를 살펴보고, 길어진 수명으로 생긴 노인 문제에 대한 해법을 죽음 방식으로부터 찾는 것 등은 이 책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이야기다.
고단하고 혼란스러운 삶, 달콤한 위안이나 통쾌한 독설, 메시아에 대한 갈구 등에 지쳤다면 이제 역사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차분히 귀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