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디스토피아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가 예견한 혼돈의 미래
매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손꼽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신작 소설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경제의 몰락으로 혼돈에 빠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종말론적 디스토피아 속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자유와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애트우드 특유의 신랄한 냉소와 경쾌함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흥미로운 설정과 섬세한 문체, 날카로운 심리 묘사, 개성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등장으로 읽는 재미를 선사하며, 끝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사로잡는다. 아무리 기술이 인간 삶의 가능성을 증대시킬지라도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의 사랑과 자유의지라는 질문을 깊숙이 파고든다.
완벽한 집, 안전한 세계, 하지만 모든 자유가 철저히 통제되는 삶
우리의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어디로 향하는가
살아 있는 전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작가로 불리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장편소설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가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애트우드는 캐나다 문학을 이야기할 때 반드시 언급되는 대표적인 작가이자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으며, 매해 가장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손꼽힌다. 환경, 인권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루는 작가로서,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에서도 페미니즘, 가족의 붕괴, 빈곤, 통제 사회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고 있다.
경제의 몰락으로 약탈과 강간, 살인이 판을 치는 근미래의 미국. 젊은 부부 스탠과 샤메인은 일자리를 잃고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삶을 살아간다.
둘은 서로 사랑하지만 녹록지 않은 삶으로 인해 그들의 관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어느 날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포지트론 프로젝트’ 광고를 본 후 둘은 프로젝트에 지원하기 위해 컨실리언스 마을로 향한다. ‘포지트론 프로젝트’란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사회에서 감옥을 더 짓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감옥의 개념을 확장하여 주민들이 한 달은 컨실리언스 마을에서 감시인으로, 또 한 달은 포지트론 형무소에서 죄수로 생활하는 것. 주민들은 살 집과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지만, 모든 행동과 자유가 철저히 통제된다.
그들은 몇 달 동안 이 프로젝트에 잘 적응한다. 모든 사람에게는 ‘대체인’, 즉 그들이 형무소에 있는 동안 그들의 집에서 살며 모든 물건을 공유할 사람이 지정된다. 대체인과의 접촉은 엄격하게 금지되지만, 그들이 남긴 메모를 통해 그 부부의 이름이 맥스와 재스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탠은 자신의 집에서 그들이 어떻게 생활할지 상상하고 샤메인과 재스민을 비교하면서 점점 재스민에 대한 성적인 상상에 빠져든다. 한편, 샤메인은 맥스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 맞교대하는 날 우연히 만나 사랑을 나누게 된 것이다. 샤메인은 스탠이 자신을 의심한다고 생각하며 점점 불안해지고 스탠이 자신을 공격하기 전에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결국 이윤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섹스 로봇, 장기 밀매, 기억 조작 등의 사업마저 이루어진다. 프로젝트의 거대한 음모에 빠져 결국 샤메인은 스탠을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고 마는데…….
유머와 풍자로 인간의 사랑과 자유의지를 깊숙이 파고든 소설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는 경제의 몰락으로 혼돈에 빠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종말론적 디스토피아 속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자유와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애트우드 특유의 신랄한 냉소와 경쾌함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기상천외한 블랙코미디, 기괴한 침실극, SF 감옥 스릴러, 사이키델릭한 키치 소설 등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이 소설은, SF적 상상력과 사회학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뒤섞이는 가운데 ‘개인의 자유’라는 고전적인 테마가 서로의 몸뚱이 말고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은 한 부부가 겪는 고난과 모험을 통해 드러난다.
소설에서 그려내는 ‘포지트론 프로젝트’는 일견 스탠포드 감옥 실험을 연상시키지만, 작가는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통제 사회와 인간의 자유의지를 성찰한다. 흥미로운 설정과 섬세한 문체, 날카로운 심리 묘사, 개성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등장으로 읽는 재미를 선사하면서, 끝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를 정신없이 사로잡는다. 애트우드 특유의 유머와 풍자로 예견한 미래의 모습에 무릎을 치며 웃다가도, 그녀가 그려내는 세계가 너무도 생생하여 마침내 뒷덜미가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근미래의 상황을 냉소와 조롱으로 차갑게 비판하면서도, 마지막까지 뜨겁게 뛰는 심장처럼 끝내 인간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는다. 아무리 기술이 인간 삶의 가능성을 증대시킬지라도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며, 인간의 사랑과 자유의지라는 질문을 깊숙이 파고든다.
그녀는 묻는다.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인가, 또 다른 디스토피아인가. 모든 세계가 당신 앞에 펼쳐져 있고, 어디든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의 선택은? 당신의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어디로 향하는가.